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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소이 Dec 25. 2023

외로운 사람이 외로운 사람에게

- 사랑의 초상

 손을 꼭 잡고 서로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연인들이 보였다. 부모의 손을 잡고 조잘대는 아이들과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키득키득 웃는 친구들도 보였다. 크리스마스 이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일을 마음껏 도모하며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날. 그를 만나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 설렘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그들의 온기를 흡수하며 찬 몸을 녹였다.


 그때, 내 손에는 조해진 작가의 '단순한 진심'이 들려 있었다. 책 속의 풍경은 차고 쓸쓸했으며 외로운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이었다. 몸이 닿아있는 실제보다 시선이 머무는 책 안의 세계에 마음이 더 갔던 건, 그 순간 나도 외롭다고 느꼈기 때문일지도.


 프랑스로 입양된 '문주'는 한국으로 돌아와 어린 자신을 돌봐주었던 기관사를 찾고, '연희'는 예전에 살던 동네로 돌아와서 식당을 열고 한 때 가족으로 품었던 어린 '복희'를 기다린다. 그들이 찾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적막한 골목길에 우두커니 서있던 그들에게 불빛을 비춰준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을 아는 사람들만이 외로운 사람을 알아보고 손을 내민다. 그런데 그 손을 내미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난 외로웠지만 넌 나처럼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뻗은 손은 어느 정도의 관심과 노력이,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에. 


 어쩌면 외로운 이에게 손을 내미는 건 그를 사랑하는 마음의 시작인 것 같다. 서로의 외로움을 마주하고 보살피는 행동으로 이어지며, 그가 아프지 않기를 충만해지기를 바란다. 철로에서 홀로 서있던 어린 '문주'의 모습을 떠올리다가 그가 기다리고 있는 정거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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