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02. 청도요
청도요를 스터디하면서 생긴 의문점 하나는 바로 이름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도요새는 대략 40 여 종. 뒷부리도요, 노랑발도요, 좀도요처럼 대개 다른 종과 구분되는 특징적인 외형이나 색깔, 소리 등을 기준 삼아 이름을 붙여놓았다. 그마저도 비슷한 경우에는 꺅도요사촌, 청다리도요사촌 식으로 ‘-사촌’을 붙여서 간단히 해결했다.
그런데 청도요의 경우는 쉽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 도감에는 ’ 다리가 푸르스름하여…‘라고 설명을 붙여놓았지만, 사실 청도요의 다리 색깔은 누르스름한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딱히 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미래의 언젠가,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이가 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맨 처음 청도요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을 찾아가 물어본다면 의외의 대답을 해줄지 모른다.
“누구요? 아, 청도요! 그 친구 말이로군요… 제가 작명을 워낙 많이 해놔서… 미안합니다. 청도요라… 청청… 푸를 청… 맑은 물을 좋아하는 도요새라 하여 청도요라고 이름 붙였답니다. “라고 말이다.
실제로 청도요를 비롯한 꺅도요류는 갯벌이 아닌 맑은 물이 흐르는 숲 속에서 홀로 지낸다. 함께 온 동료나 가족이 있어도 좀처럼 어울리지 않고 각자 행동한다. 청도요의 영문 이름도 Solitary Snipe다. 만약 도요새에게도 MBTI가 있다면 청도요는 ISTJ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상상을 하다 보니 애초에 ‘도요’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것인지 궁금해졌다. 청도요 작명가를 다시 찾아가 물어보아도 “글쎄요… 그런 건 저도 잘… 옛날부터 그냥 그렇게 불러왔어요. 참 쓸데없는 질문이구만…” 귀찮은 표정으로 얼버무리고 말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YouTube에서 파도가 들어왔다 나갈 때마다 해변을 내달리는 도요새들을 보고 문득 어떤 가설이 떠올랐다.
장거리 비행으로 유명한 도요새들은 우리나라의 갯벌이나 습지를 중간기착지 삼아 머문다. 파도가 들이쳤다가 빠져나가기 전에 플랑크톤을 먹으러 올라온 조개나 작은 게 들을 잡아 영양을 보충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파도가 드나드는 순간은 짧고 경쟁자는 많으니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게다가 도요새는 발가락에 물갈퀴가 없어서 물 위에서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다. 잔잔한 수면 위라면 모를까,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풀쩍 날아올라 피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설은 다음과 같다.
아주 오래전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 글깨나 읽은 어느 어르신이 바닷가에 바람 쐬러 나왔다가 해변을 가득 메운 새떼를 보게 되었다. 눈송이 같은 새들이 파도를 따라 이리저리 달리다가 훌쩍 뛰어오르는 모습이 하도 재밌고 신기하여 어부에게 물었다. “저 새들의 이름이 무엇인가?” 어부는 “물가에 떼를 지어 있어 물떼새라 부릅니다.” 하고 대답했다. 유식한 어르신은 무식한 어부와는 다르게, 뭔가 좀 고상하고 의미를 담은 어려운 이름을 짓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한자 ‘물결 도’에 ‘뛸 요’를 붙여 ’도요새‘라 이름 붙였다는… 썰이다.
그럴듯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