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어서 그렇다

Episode 28. 버섯

by 포레스트

바구니에 담아 온 빨래를 양손으로 들어 탁-탁- 턴다. 작은 물방울들이 공중에서 잠시 반짝거리다가 사라진다. 빨랫줄 위에 가지런해진 옷들은 남실남실 흔들거린다. 가벼워진 바구니를 내려놓고 마루에 대자로 누워 기지개를 켠다. 실눈 틈으로 보이는 하늘은 쨍-하게 파랗고 라디오에서는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깨끗하고 잘 말라서 기분 좋아진 나를 걸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야~’ 하고 노래가 흘러나온다.


내 작은 로망 중 하나. 유난스레 길고도 추운 계절을 보내서였는지, 꾸깃꾸깃 꼬질꼬질해진 마음을 부드러운 볕과 바람 아래서 반듯하고 뽀송뽀송하게 되살리는 여유를 갖고 싶어졌다.


지난겨울에는 마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몸에도 좀 이상이 있었다. 코가 자주 막히고 자리에 누워도 잠이 잘 들지 않았다. 자기 전에 들여다보던 휴대폰도 딱 끊고, 실내가 너무 건조해서 그런가 싶어 가습기도 부지런히 틀어주었지만 도통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친구로부터 ‘비타민D 결핍 때문일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덧붙여 '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 고.


나는 몸에 좋다는 것을 따로 챙겨 먹지 않는다. 환절기라 왠지 기운이 떨어진 것 같으니 보약을 한 첩 지어볼까, 같은 생각은 해 본 적 없다.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종합비타민이나 홍삼 제품은 - 정말 죄송하게도 -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유통기한이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여태 살아오면서 건강보조식품을 따로 챙겨야 하는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지 못해서였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매일 비타민 D를 챙겨 먹고 있다. 겨울해가 짧은 것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내가 실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전에 비해 오히려 늘어나지 않았던가. 친구가 툭- 던진 ‘나이 먹어서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약을 가까이하지 않아서인지 '약발'은 잘 들었다. 복용을 시작하자 코막힘과 불면증이 확연히 나아지기 시작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척추동물은 뼈와 근육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비타민D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평소에 피부 아래 잠자고 있던 포스트비타민(D3)이 자외선에 노출되면 활성화된다. 안타깝게도 비타민D 합성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 70대는 20대에 비해 무려 75%까지 -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무리한 일광욕보다도 비타민D를 함유한 음식을 잘 챙겨 먹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의 채소나 과일에는 비타민D가 없다. 식물의 생장과 생식에 딱히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버섯에는 비타민D를 합성하는 성분(D2)이 들어있다. 특히 표고버섯은 햇볕에 말릴수록 생표고버섯에 비해 비타민D 함량이 수십 배나 늘어난다고.


내 작은 로망 업데이트...

마당에는 빨래가 바람에 남실남실거리고 평상 위 표고버섯은 햇볕을 잔뜩 머금고 보송보송해졌다. 나는 마루에 대자로 누워 저녁으로 뭐가 좋을까, 기분 좋은 고민을 한다.




뼈도 근육도 없는 균류 Fungi, 버섯은 왜 비타민D를 가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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