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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Me Mar 23. 2021

선택은 사장님이, 책임은 내가,

회사의 부품으로 사는 삶에 대해서


사장님이 돈 욕심이 제대로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사업을 이것저것 벌이기 시작했다.

아동용품회사에서 성인용품을 파는 격의 괴의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벌린 신사업이 12개...


잘 됐을 리가 없다.

잘 됐을 리 만무하다.


다행히 코로나 상황에서도 기존 사업은 흑자를 봐 선방했다.

우리 회사와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힌결과 신사업 12개 부문에서 모두 심각한 적자를 봤다. 사업에 대한 심도 깊은 조사 없이 트렌드에 따라가기 급급해 선택한 결과물은 너무나 뻔했다.


우리 사장님께서 꽤나 큰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다.

충격받은 사장님은 우리의 월급을 삭감했다.



사장님의 회사에서
사장님이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시다가
사장님이 선택한 결과의 책임은 직원이 지게 되었다.



참 재밌다.


그래서 우리에게서 깎은 월급을 모아 높은 연봉에 새로운 임원진을 모셔왔단다. 새 임원께선 우리 회사를 정상화로 만들어 놓겠다고 매출을 끌어올려놓겠다고 한다. 웃으면서 본인의 연봉이 낮아 매출 정상화를 만들어야 인센티브를 받는다며 열심히 해보겠다고 한다.


한 시간 동안 임원이 주저리저 주리 얘기하는데, 회사를 정상화시켜서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준다거나, 복지에 힘을 쓰겠다거나 "직원"의 처우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새로운 그분의 관심사는 회사를 원상복귀시켜 사장의 자산을 불려주는 것과 거기서 수반되는 자신의 인센티브 뿐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결국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직원이라는 존재가 회사의 부품이라는 건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다 이내 체념했다.


'그래 내 회사 아니니까, 사장님 거니까, 사장님 맘대로 해야지, 그래' 내가 "남"에게 너무 큰 기대를 했다.


동시에 사장님이건 새로운 임원이건 일을 시키려면, 사람을 부리려면 마음을 얻어야 할 텐데,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기브 앤 테이크조차 모르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


직원들의 마음에 그간 남아있던 알량한 애사심 마저 모두 사그라들었고, 월급루팡의 자세로 건성건성 일을 대하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가 되었다. 구성원의 신뢰를 저버린 집단이 어떻게 쓰러져가는지 그 한가운데서 지켜보고 있다.


그럼 나는 나 자신을 위한 일이나 해야겠다.

글이나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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