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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형 Aug 29. 2016

비자림 (榧子林), 걷다

숲의 공익적 기능 그리고 바다숲에 대한 단상



피서(避暑)를 나는 이유


8월 중순. 사람들은 왜 이렇게 한창 더울 때 휴가를 가는지 모르겠다. 날씨 좋은 봄이나 가을에 떠나고 무덥고 추운 여름과 겨울에는 사무실에서 일하면 좋지 않을까? 


오늘도 어김없이 엄청 무덥다. 폭염의 연속이다. 1994년에도 무지 더웠다는데 올해는 그때보다 훨씬 덥다고 한다. 매년 신기록이 갈아치워 지고 올해 무더위가 역대 관측이래 최고다라는 말이 이제 새롭지 않다. 


제주도의 여름 바다는 엄청난 태양광을 머금고 그 복사열을 다시 우리에게 전달한다. 바다의 낭만도 좋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피서(避暑 더위를 피하여 시원한 곳으로 옮김)이다. 


더위를 피해 온 장소는 바로 월정 해변에서 머지않은 비자림(榧子林)이다.  비자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수령이 500~800년인 오래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하늘을 가리고 있는 매우 독특한 숲으로 제주도에서 처음 생긴 삼림욕장이며 단일 수종의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숲이라고 한다. 





벼락 맞은 비자나무에게 배우는 교훈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한동안 뜨거운 포장도로를 걸어가니 매표소가 나오고 또 한동안 포장도로를 걷는다. 비자림이라면서 숲은 어디에 있고 어디까지 이런 길이야 투덜거리는 마음이 올라온다. 


너무 더워 잠깐 쉬어가자는 생각이 들 때 즈음, 한 그루 나무 앞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나무를 만지를 사람들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벼락 맞은 비자나무'이다. 나무 앞에 이 나무의 스토리가 적혀 있다.


이 비자나무는 약 백여 년 전인 20세기 초에 벼락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전기는 수분이 많고 가지가 적어서 매끈한 반대쪽을 순간적으로 통과해 버리고 썩꼬 옹이가 많아 재질이 고르지 않은 앞쪽은 전기 통과를 방해받으면서 강한 전기저항으로 불에 타 버렸죠. 용캐 뒤쪽으로 불이 번지지 않아 나무는 반쪽만이지만 생명을 이어 갈 수 있어서 오늘 여러분들 앞에 설 수 있게 되었답니다. 벼락을 맞고 불까지 나면서도 살아남은 비자나무를 사람들은 신성하게 생각하여 귀하게 여겨 왔는군요. 특히 피부병 환자가 이 나무에 살갗을 문지르거나 만지만 종기나 부스럼 같은 피부병이 없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옆에서 왜 벼락을 맞았을까?라고 묻는다. 나무가 벼락을 맞은데 '왜'라는 질문이 적당할까? 그걸 나무가 알까? 사람이 알까? 오히려 100년 전에 벼락을 맞고도 다행스럽게 모두 타버리지 않았지만 이 비자나무가 겪었을 고통 그리고 그것을 견뎌내고 지금 까지 성장하고 있는 모습에서 인간의 삶의 여정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벼락을 맞고도 백 년 이상을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그 생명력에 감탄한다.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바람


숲 안쪽으로 들어서니 수천 그루의 비자나무가 무리 지어 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서서히 비자나무의 가지가 강렬하고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고 서서히 하늘이 닫히는 느낌이 든다. 길을 걷다 보니 오솔길을 따라 선선한 산바람이 불어온다. 이 바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한라산에서 오는 바람일까? 사람들이 몰리는 휴가철에 이렇게 조용히 걸을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참 좋다. 


사진으로는 담지 못했지만 숲의 안쪽에는 천년의 비자나무가 있다. 수령 800년 이상이나 되는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비자나무라고 한다. 천년이라는 시간, 우리 인간의 역사로는 중세부터 근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한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천년의 비자나무의 위엄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숲의 향기를 따라


비자(榧子) 나무,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았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침엽이 좌우로 줄처럼 달린 모양이 한자의 아닐 비(非) 자를 닮았다 하여 비자(榧子) 나무라 한다고 한다. 비자나무 숲은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아 4계절 연중 푸르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수백 년간은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었지만 근 몇십 년 동안 많은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비자나무도 그것을 알겠지? 탐방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할 비자나무 그리고 아낌없이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비자림, 그리고 누구나 비자나무 숲의 자연의 혜택을 만끽하는 모습이 조화로워 보인다. 



이곳은 비가 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걸어도 참 좋을 것 같다. 숲의 향기가 더 진하게 더 멀리 퍼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빛줄기를 따라


걷고 걸으니 숨이 트이면서 싱그러운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는 비자림(榧子林)이 우리의 폐를 상쾌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숲 속을 걷고 있으니 여기저기 빛줄기가 내린다. 

그 빛줄기의 모습이 참 따스하다. 

그 빛줄기를 보며 느끼는 것도 숲을 걷는 묘미이다.  





현무암에 뿌리를 내리는 비자나무의 모습, 나무에서 뿌리가 내리며 현무암은 깨지고 조각나고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모습, 조금은 어수선해 보이기도 하지만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소중한 광경이다. 화려한 풍경이 있는 건 아니지만 비자나무의 세월을 느끼며 고즈넉이 걸을 수 있는 이 길이 좋다. 





숲의 공익적 기능


비자림 한편에 숲의 공익(公益)적 기능에 대한 설명이 있다. 공익(公益)이라 함은 공공의 이익, 즉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말하는데 그 공익적 기능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숲은 물의 양을 조절한다. 

숲은 소음을 막고 자연의 소리를 들려준다.

숲은 야생동물을 보호하기도 한다. 

숲은 온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숲은 대사과정에서 각종 물질을 발산한다. 

숲은 임산물을 생산한다. 


숲은 태양과 공기와 같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자연이 몇몇의 사익(私益)을 위해 이용되는 순간, 우리는 어쩌면 인간 다운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육지의 숲에 대해서는 자주 이야기 하지만 바닷속에 있는 숲, 바다숲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바다숲?


우리가 숲을 유지하고 관리하듯이 바다에도 숲이 필요하고 그 바다숲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근년 바다사막화(갯녹음현상)로 황폐화된 바다생태계에 바다의 나무인 해조류를 심고, 대량 번식시켜 숲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세계 최초로 새롭게 바다식목일(5월 10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아직 바다식목일은 생소하다.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바다숲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정된 이 기념일이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하나의 행사로 자리매김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아래 사진은 5월 10일 바다식목일을 맞이하여 

바다숲 가꾸기 행사를 5월 9일에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개도에서 실시했던 사진이다. 



이 행사는 외부 지원 없이 순수 민간단체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총동창회, 여수수산인협회, 한국미래바다포럼, 전남대학교 최고수산경영자과정이 함께 어우러진 순수 민간단체 100여 명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에서 계획한 전국 최초의 행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바다숲과 바다식목일에 대한 구체적인 포스팅은 다음 기회에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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