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과 함께 다시 걷는 시간_18
퇴원하기로 한 월요일이 되었다. 이제는 속 더부룩함도 없고 통증도 견딜 만하다. 보통 금요일에 퇴원이 많아 금요일에는 간호사들이 엄청 바쁘다. 월요일 퇴원은 많지 않을 뿐더러 주말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일요일부터 퇴원 준비를 시작했다. 나의 일요일 컨디션이 괜찮은 것을 보고 간호사들이 퇴원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암 수술 후 집으로 가냐, 요양병원으로 가냐를 물었다. 집으로 간다고 했다. 만약 2박 3일 만에 퇴원하라고 했으면 나도 요양병원으로 가고 싶었을 것 같다. 요양병원으로 가면 집안일을 전혀 신경 안 써도 되고 내 몸만 챙기면 되니 장점이 있다. 나처럼 계속 울렁증과 통증이 있던 경우에는 요양병원에서 케어를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 부분은 암보험이건 실손이건 아니면 내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일단, 가지고 갈 것들을 챙겨준다. 써지 브라 여분 하나와 배액관 자리에 붙일 테이프, 혹시 상처에 문제가 생기면 붙일 테이프, 배액관 뺄 때까지 샤워 못하는 동안 사용할 드라이 바디워시, 배액관 기록지 등이다.
배액관 정리 교육을 받았다. 겨드랑이 아래쪽으로 배액관이 꽂혀 있고 그 관의 끝에 주머니가 달려 있다.수술 자리에서 체액이 나온다. 그걸 배액관을 통해 받아내서 주머니에 모은다. 입원해 있는 동안에는 간호사들이 주기적으로 와서 배액 주머니를 비웠다. 이제 이 배액 주머니를 매단 채로 퇴원해야 하므로 주머니 비우기 교육에 들어갔다. 세상에! 이런 걸 매달고 집에 갈 줄이야.
배액주머니로 처음에는 검붉은색 체액이 고인다. 처음에는 이렇게 피가 많이 나오나 싶어 놀랐었다. 그러다가 맑은 붉은색을 거쳐 주황빛이 나는 액으로 바뀐다고 한다. 그 후 색이 더 옅어져서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양도 줄어든다고 했다. 일주일 후 외래로 올 때까지 배액 주머니를 하루에 한 번 일정한 시간에 비우라고 했다.
그리고 링거를 꽂기 위해 연결했던 라인을 다 뺐다. 팔이 자유로워졌다. '우와~ 자유다~' 일상이었던 것이 일상을 잃었다가 다시 돌아오니 그 고마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팔이 자유로워지니 머리를 감을 수 있었다. 아~ 살 것 같다.
영양사가 와서 주의사항을 말해준다. 석류와 홍삼, 갱년기 여성용 건강보조식품은 먹지 마라. 그리고 회복해야 하니 가리지 말고 골고루 입맛을 당기는 대로 먹어라. 단백질은 꼭 챙겨 먹어라 등이다. 두부와 달걀은 먹어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정상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일일 칼로리 식단표를 주었다.
유방암 전담 간호사가 와서 운동 교육을 간단하게 해 주고 간다. 어제까지는 운동은 생각지도 못하고 울렁거림과 통증으로 씨름하다가 이제 괜찮아지니 운동하라고 한다. 이제야 왼쪽 겨드랑이가 아픈 것뿐 아니라 팔도 잘 안 올라간다는 것이 느껴졌다.
월요일 아침 회진 시간에 선생님을 만나고 수술한 부위도 확인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의사 선생님 뒤로 여럿이 우르르 따라 다니지 않는다. 아마도 의료대란 이후로 의료계에 뭔가 시스템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이번에 보니 선생님 혼자 올 때도 있고 레지던트 선생님이랑 둘이 올 때도 있고 담당 간호사랑 둘이 올 때도 있었다.
선생님이 퇴원 컨펌을 한 후로 약사가 와서 산더미 같은 약봉지와 설명을 들려주고 갔다. 약은 어째 그리 많은지... 마지막으로 간호사가 와서 퇴원전반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외래 진료 일정을 잡아 주고, 집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과 필요한 것들을 알려 주고 갔다. 마지막으로 원무과에서 퇴원 수속하라는 문자를 받으면 그제야 퇴원이다.
외래 일정도 일주일 후 수술한 선생님을 만나고 조직검사 결과를 듣는 유방외과 외래, 상처부위보고 배액관을 뽑는 성형외과 외래, 그 일주일 후에 재활교육 외래, 그리고 또 그 이주일 후에 암병동 정신과 외래 이렇게 잡아 주었다. 암이 미치는 육체적, 정신적인 면을 모두 다 세심하게 신경 써 주는 것 같아 좋았다.
그동안 가방을 싸고 침상을 정리했다. 옆자리 분께 수술 잘 될 거라며 응원도 해 주었다. 그리고 병동을 나가서 원무과에서 수술 입원비 정산을 다 하니 5박 6일간의 입원이 종지부를 찍었다. 집은 떠나올때와 달라보였다. 커튼 치고 쓰던 작은 공간에 어느덧 익숙해졌었나 보다. 다시 돌아온 집은 거실이 대궐같이 넓어 보였다.
'뭐니뭐니해도 역시 집에 최고야~ '
#유방암 #퇴원 #집이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