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났다! 배가 고프다~

유방암과 함께 다시 걷는 시간_17

by 포에버선샤인

토요일 밤에도 1인실 같은 4인실에서 조용하고 편안하게 잘 잤다. 그리고… 일요일에 기적이 일어났다. 배가 고팠다! 지금껏 내내 속이 미식거리고 울렁거렸다. 아무것도 못 먹겠고 토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면서 느낀 배고픔은 낯선 익숙함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배고픈 게 당연하지~ 그런데 지금까지의 며칠 동안은 그 반대였었다. 그러나 배고픔이라는 것은 이제 평상시의 루틴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다.


이렇게 기쁠 수가! 동생과 함께 아침을 먹는데 흰죽 이외에 반찬도 먹을 수 있었다. 전에는 반찬은 먹기도 싫고 눈길도 안 갔다. 오직 약을 먹으려고, 그리고 회복하려고 죽을 먹었었다. 그런데 이제는 반찬으로 손길이 간다. 죽을 신나게 먹고 머리도 감았다. 사실 4인실에서 머리 감기 불편하다길래 머리 감기를 포기하고 드라이 샴푸를 사갔었다.


동생도 드라이샴푸는 처음이었다.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빗으라는데 어째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동생 말로는 머리에 밀가루가 앉은 것처럼 되었다고 한다. 이게 뭘까? 뭘 잘못한 걸까? 이게 다인가? 역시 구관이 명관일세 하며 가지고 간 샴푸와 컨디셔너로 머리를 감았다. 병실에 딸린 화장실 겸 샤워실도 혼자 쓰니 마음이 아주 편했다.


문이 무거워 화장실 안의 소리가 다 밖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4인실이 다 차 있을 때는 화장실도 얼른 쓰고 나와야 할 것 같았다. 이제는 편히 머리를 감고 드라이로 말려서 한껏 기분이 상쾌해졌다. 이제껏 죽을 쳐다보며 한숨 쉬다가 이날 아침 배고픈 상태로 죽을 먹으니 마음이 기뻤다. 이제 많이 나았구나 싶다. 역시 5박 6일은 해야 수술하고 나서 축 쳐졌던 컨디션이 좀 회복돼서 사람다운 상태로 퇴원할 수 있는 거다.


부분절제수술을 하는 경우에는 2박 3일 동안 입원한다. 내 친구 수지는 부분절제 수술을 해서 2박 3일 동안 입원했었다. 부분절제 수술을 하면 전절제 수술보다 영 안 아프고 살 만한지 궁금해졌다. 수지에게 물어보았다. "부분절제수술을 하면 2박 3일 입원하고 집에 가도 괜찮아? 안 아파? 울렁거리지도 않고?" 수지가 답했다.


"왜 안 아프겠어? 아프고 울렁거리지. 그래도 어떻게 나가라는데 나가야지. 퇴원하면서 약을 산더미로 들려주고 내보낸다고 했다. 그래서 집에 와서도 울렁거리고 수술 부위가 아프고 힘들었다고 한다. 부분절제수술도 얼마나 절제했는지에 따라 상처 회복과 통증이 다르다고 한다.


기쁜 마음에 전에는 시도해 보지 않았던 병동 밖 지하층 카페테리아 앞까지 산책을 시도해 보았다. 동생이 내 상태가 괜찮아 보이니 빵 먹고 싶다며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 보자고 했다. 옷을 하나 더 걸쳐 입고 내려갔다. 지하에 있는 빵집과 매점까지 한 바퀴 다 돌고 1층 성당에서 하는 미사도 보고 올라왔다.


점심때는 더 입맛이 났다. 이번에는 동생이 가지고 온 죽뿐 아니라 병원 식사에서 반찬으로 나온 고추잡채의 꽃빵도 먹었다. 속이 괜찮다. 미식거리지 않는다. 이제 정말 집에 가도 될 것 같았다. 점심 먹은 후 동생은 가고 남편이 왔다. 코로나 이후로 보호자 겸 간병인은 환자당 1명으로 제한되어 있어 동시에 두 명이 있을 수 없다. 이 시스템이 괜찮은 것 같다. 한 번에 여럿이 오면 시끄럽고 환자도 쉴 수가 없는데 이렇게 한 명씩만 오니 환자도 편하다.


오후 3시쯤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내 침상이 화장실 옆 자리였는데, 다른 자리가 비었다고 해서 이동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난 여전히 화장실 옆 침상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들어온 사람은 남아 있는 세 개의 병상 가운데 원하는 곳을 골라서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들어간 수요일에는 나 이외의 사람들이 모두 커튼을 치고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있다가 나갔다. 이번에 들어온 여자분은 나와 거의 나이가 비슷한 사람으로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래서 나도 같이 인사했다. 그 집 남편도 입원 수속을 하고 내일 수술에 맞춰 오겠다면서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병실에서 처음 만난 우리 둘은 그때부터 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옆자리 분은 후두신경증으로 내일 수술하려고 입원했다고 한다. 그분을 통해 후두신경증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하다 보니 같은 천주교 신자라 더 편해졌다. 밤에 자려고 소등한 상태에서 갑자기 이동침대가 들어왔다. 입원 수속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이동 침대를 타고 들어온 경우는 뭘까 하고 궁금해졌다.


이미 커튼이 쳐진 그 침상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간호사가 와서 하는 말이 들렸다. 4인실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찾기 어렵다. 커튼을 쳐서 안 보이지만 말소리는 얼추 들린다. 항암하다가 백혈구 수가 너무 떨어져서 바로 입원했나 보다. 전에 친구 수지가 한 말이 기억났다. 항암하다가 백혈구 수치가 500 이하로 떨어지면 1인 격리병실로 가고, 호중구 수치가 너무 떨어지면 수혈을 받는다고 했다.


커튼을 치고 있어 개인적인 공간 같지만 소리는 다 들려 모두가 알게 되는 그런 곳이 다인실이다. 서로 시끄럽지 않게 조심하려고 노력하는 공간이다. 커튼으로 사생활을 구분지으니 서로 말도 안 섞기도 한다. 전에는 흔히 필수품으로 여겨졌던 병실 안 TV도 이제는 없다. 2인실과 1인실에는 TV가 있다. 약 20여 년 전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정형외과 병실 안에서는 아침 해가 뜨면 TV가 켜지고 방 전체를 소등할 때 TV가 꺼졌다.


비록 비용 문제로 2인실이나 1인실은 못 갔지만 4인실에서의 생활도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아무도 없던 주말이 제일 좋았다. 입원 기간이 짧다면 다인실도 나쁘지 않다. 입원 기간이 길다면 주말을 껴서 입원할 것을 고려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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