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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사리 Jan 28. 2022

말없이 위로하는 법

바다에 숨겨 놓은 비밀


 '잠적'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전적 의미는 '종적을 아주 숨김'이라는데, 공허해  종적을 숨곤 한다. 하늘빛이 푸르던 12월 어느 겨울에도 그랬다. 한낮 그림자를 따라 걷다 바다를 떠올렸다. 목적지를 정한채 홀연히 여행을 떠났다.



올라탄 지하철은 꽤나  '잠적'과 어울렸다. 텅 빈 좌석 위엔 불그스름한 햇만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금세 햇과 몸을 나란히 마주 했다. 마치 잘 꾸민 전시회장 같다. 창 밖을 비추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또는 사진처럼 보였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그림 좇았다. '오늘은 잠적하길 참 잘했구나.'라며 스스로를 칭찬했다.



목적지 있는 '잠적' 아름답다. 비릿한 바람결을 따르다 바다를 만났다. 내다본 바다는 고요했다. 말없이 일렁이는 파도만이 요동다. 왜인지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  마음 요동치는 게. 어쩐지 나와 닮아있는 바다가 좋다.



바다는  없다. 오롯이 혼자 울고 웃게 내버려 둔다. 그게 내가 '잠적'을 하는 이유니까. 숨겨둔 비밀 이야기를 몰래 흘렸다. 하지만 괜찮다. 떤 비밀도 파도와 함께 사라질 테니. 크게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후련다.


어느새 마중 나온 달빛에 바다가 반짝다. 빛이 물든 바다는 이내 잠잠해진다.

"마음이 요동치면 그때 다시 와!"

파도가 그렇게 말 것 같다.




돌아서 바다를 보 준비를 다. 동치감정 금세 흩어다. 무사히 '잠적'을 마 증거일까. 요한 위로를 가슴에 남긴다. 그리고 배운다. '힘내'라는 말 없이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을. 끝으로 다는 깊은 여운을 선물했다. 되도록 오래 머물라며 여운을 붙잡는다.



요즘 잠적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봅니다. 제 힐링 프로그램 이거든요. 한때 저도 잠적을 참 좋아했습니다. 사람에게 받는 위로가 더 이상 와닿지 않았거든요. 사람에게 상처받고 또 사람을 찾는다는 게 두려워서 멀리 도망치고 숨었습니다. 자연은 입(?)이 참 무겁더군요. 어떤 상처도 어떤 비밀도 꿋꿋하게 지켜줍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가끔 자연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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