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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 LINING Jan 06. 2023

이정웅 회화 작가와의 인터뷰

10년 만에 돌아온 그와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전시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미술, 사진, 일러스트 등 다양한 분야를 보고 즐길 수 있는 갤러리는 하나둘 늘어나고 있고, 일상생활에서 가장 빈번하게 드나드는 카페에서도 전시가 열린다. 이렇듯 사람의 문화적 욕구를 채우기 위한 행위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좀 더 다양한 작가를 소개하는 데에 있어 의무감을 느낀다. 우리가 소개하고자 하는 실력 있는 작가는 많고 많지만 그중 마침 10여 년 만에 돌아온 회화 작가 '이정웅'을 만났다. 그간의 안부와 심도 있는 그림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이정웅 작가님 구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를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지난 7월 <Notwithstanding> 타이틀로 성북동에 위치한 갤러리 ‘옵스큐라’에서 개인 전시를 한 이정웅입니다.

현재 주로 인물과 풍경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회화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이번 개인 전시 <Notwithstanding>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셔서 축하드립니다. 10년 만에 이루어진 개인전인데요.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나요?

A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2년 <몽중각성> 개인전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국내에서 선보이게 되었는데요. 그 사이에 해외전시를 준비하면서 작품 제작도 조금 늦어지고 했거든요. 거기에 팬데믹까지 오면서 계획했던 시간보다 늦춰지게 되었어요. 어느새 10년이라는 텀이 생겼지만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돼서 기분이 좋습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갤러리 위치에 특성이 있는데 성북동 언덕 위 서울 성곽 가까이에 위치하다 보니 요즘 같은 더운 여름날엔 굳은 의지가 필요합니다(웃음) 그래서 이 무덥고 비오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귀한 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물론 이 모든 부분을 케어해주신 옵스큐라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Q 이번 전시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요.

A <Notwithstanding>은 오랜만에 국내에서 선보인 개인전입니다. 지난 두 번의 런던 전시에서 라퓨타 시리즈 선보였는데 이번 전시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나던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 속 ‘세 번째 챕터: 하늘에 떠있는 섬 라퓨타’를 모티브로 시작한 이 시리즈는 소설 속 단서들로 착안하여 라퓨타로 이주해온 사람들을 그린 시리즈 첫 번째 전시 <LAPUTA>와 라퓨타의 몰락과 그 이후 상황을 묘사한 두 번째 전시 <LAPUTA : The Fall>에 이은 세 번째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고난과 방황 그리고 위로의 감정 선상에 표현된 인물과 풍경을 담은 총 12점의 작품으로 구성하여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작품들 역시 이전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유카타 복식 위 장옷을 걸치고 있는 인물들, 긴소매의 춤사위를 펼치는 인물들과 더불어 비가 내린 축축한 배경 위에 나열된 다양한 이미지의 파편들이 들어간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Q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A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서는 좀 더 선명한 개체의 묘사와 이미지의 파편들을 나열하면서도 시선이 머물 여지가 있는 화면 구석구석을 면밀히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림을 더욱 오래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했기에 임팩트 있는 표현보다 화면 속 정보를 많이 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Q 대중들에게 미술이라는 예술 장르가 아직은 조금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러 가지의 이유로 진입장벽이 조금씩은 낮아지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개인적 견해가 있다면.

A 작품을 관람하던 관객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그림 속 특정 이미지에 대해 그 상징성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작품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했던 고민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인지할 수 있는 형태를 가진 그림을 보고 ‘구상 회화’라 합니다.  

그림 속 정보를 통해 식별이 가능하다면 익숙하거나 경험한 무언가를 빗대어 그것을 유추합니다.  심지어 추상 속에서도 현실 세계를 반영하려 합니다. 이를테면 나무 무늬에서 너구리를 본다든지 별자리를 보며 사물이나 동물을 상상하거나 떠있는 구름에서도 다양한 패턴의 벽지 속에서도 형상을 찾으려 하죠.   

형태를 인식하고 나면 그다음 그 존재의 의의를 찾게 됩니다.

개인의 경험이나 공유된 사건들을 토대로 상상하기 이르게 되지요. 상상한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다양한 창작물을 통해 상상을 하며 누리는 즐거움을 문화생활을 향유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는 개인의 감상 영역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들 합니다. 물론 감독의 의향과 평론가의 해석을 자신의 것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취향에 따른 감상평이 더 우선시되지요.

회화 작품에 있어서 작가의 생각을 나누지 않는 것이 곧 단절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모범 답안은 작가에게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에서 중요한 지점은 결과적으로 그것을 체험하여 수용하는 자신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와 비교한다면 시각예술로서 회화는 정보의 양이 제한적입니다. 영화는 순차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대부분 서사 중심 위에 많은 정보들을 로직의 기반으로 다뤄집니다. 하지만 회화는 상대적으로 적은 정보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선형적 인과관계에 얽매이지 않기에 보는 이에 하여금 더욱 자유로운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매체의 우열을 논하는 게 아니고 회화가 지닐 수 있는 장점에 대한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실 회화작품을 보는 것은 다양한 상상이 가능해서 오히려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답에 대한 두려움이죠. 물론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고 메시지가 선명한 어려운 미술 작품들도 있습니다. 미술사적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방법이긴 합니다만 자연 풍경에 대한 감상 포인트는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 감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게 된다면 결코 가볍지 않게 향유했다고 할 수 있지요.

다른 설명이 좀 길었습니다. 다시 처음 대화로 돌아가서 관객들이 자주 하는 상징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할 때 작가의 의도와 생각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작자의 의도나 상징을 작품 감상에 있어서 참고하는 수준이라면 베스트이긴 하지만 A=B의 일대일 대응을 하는 순간 감상의 폭은 줄어들 여지가 있습니다. 심지어 언어로 드러내면 시각적 풍성한 감성이 제한된 언어에 갇히게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거기에 언어가 가진 ‘뉘앙스’는 개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에 더더욱 말이죠.

종종 작품에 대한 오독을 우려하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제 답변은 오독 역시 감상의  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현대미술은 어렵다 이렇게 감상하는 게 맞냐 질문을 하실 때마다 그 질문이 본인의 감상이 확고한 상태에서 참고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모범답안에 대한 수동적 자세에서 나온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전 “영화는 대중문화라 개인의 경험이 중요하고 미술은 대중적이지 않기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감상이 순전히 관객의 몫”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상상력으로 그것을 누리고 가지길 바라봅니다.


Q 마무리 인사 부탁드립니다.

A 두서없이 하고픈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질문에 맞는 대답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여 또 전시 소식을 전하기를 바라봅니다. 전시가 진행되면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미술 작품은 실재 볼 때 느낌이 휴대폰 액정으로 볼 때와 사뭇 다릅니다. 모두들 즐거운 문화생활을 응원하며 지금까지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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