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오늘은 작고 귀여운 소녀 이야기를 해주려고 해. 머리를 양갈래로 곱게 땋은 이 어린 아가씨는 달걀을 팔러 가는 길이었어. 달걀이 깨지지 않게 머리에 이고 양손으로 바구니를 잡았지. 이 소녀는 걸어가며 즐거운 상상을 하기 시작했어.
‘이 달걀을 파서 번 돈으로 뭘 할까?’
금세 이런저런 생각들이 피어올랐지.
‘달걀을 판 뒤에 돈이 생기면 그걸로 닭을 사야겠다. 닭을 사면 닭이 또 달걀을 낳을 테고, 그걸가져다 팔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거야!’
마침 소녀는 마을 시장에 가까워지는 중이었어. 그 중에서도 예쁜 모자와 원피스를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지.
‘그리고 닭이 달걀을 많이 낳으면 또 그걸 팔아야지. 그래서 돈을 더 많이 벌면, 닭을 여러 마리 사야지. 그러면 달걀이 더 많이 생길 거고, 나는 돈을 더 많이 벌거야. 그럼 그 돈으로 예쁜 원피스랑 모자를 사야겠다!’
소녀는 상점 쇼윈도에 마네킹이 입은 예쁜 원피스를 보고, 그 원피스를 입고 있는 자기 모습을 그려보았어. 점점 더 신이 나기 시작했지. 달걀이 하나도 무겁지 않았고, 발걸음은 점점 더 가벼워졌어.
‘그리고 예쁜 원피스랑 모자를 사면, 그걸 입고 마을 축제에 가야겠다! 마을 축제에서 멋진 총각을 만나야지. 멋진 총각을 만나서 즐겁게 춤을 추면 얼마나 즐거울까!’
근사하게 차려입고 멋진 사람과 춤출 생각을 하니까 소녀는 더더욱 흥이 났어. 상상 속에서 총각의 손을 잡고 빙글 도는 춤을 추던 아가씨는 흥에 겨워 춤동작을 따라했지!
그런데 말이야, 그 순간 머리에 이고 있던 바구니에서 달걀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어. 춤 추는 상상 속 모습을 따라하다가 그만 바구니를 놓아 버렸던 거야. 바구니 가득 담겨 있던 달걀이 모두 쏟아져 깨져버렸어.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지? 이야기 속의 예쁜 소녀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즐겁게 달걀을 팔러 가던 길이 순식간에 슬퍼졌을 거야. 이 이야기를 들으면 ‘김칫국 마시지 말자’라고 생각하게 되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신이 나서 당장 눈 앞에 있는 일을 망쳐버렸으니 말이야.
그런데 딸아, 인생을 살아가며 어떻게 김칫국을 마시지 않고 살까? 김칫국 마시지 말란 이야기는 어쩌면 꿈을 꾸지 말라는 말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건 정말 재미없는 삶일 거야. 달걀 팔러 가면서 달걀을 팔아 할 수 있을 많은 일들을 상상하지 않으면 얼마나 그 길이 지루하겠어? 가능한 한 많은 꿈을, 가능한 한 가장 행복한 꿈을 꾸는 편이 훨씬 더 즐겁고 유쾌할거야.
다만 딸아, 이야기 속 아가씨처럼 행복한 상상에 도취되어 지금 쥐어야 할 바구니를 놓아버리지는 말렴. 꿈을 꾸기만 하다가 그 꿈에 도취되어 지금 해야할 일을 게을리 하지도 않아야 해. 바라는 꿈을 향해 가되 한 걸음씩 천천히, 지금 할 일을 차근차근 해 나갈 때 우리는 그 꿈에 가까워지는 것 같거든.
아마 이런 뜻이었을까? 쿠바의 유명한 혁명가가 남긴 유명한 말로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 할게.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