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기사를 봤어. 30대 남자 한 사람이 교보문고 카운터에 봉투를 하나 맡겼더래. 당시 그 봉투를 받았던 직원들은 분실물이겠거니 하고 놔두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찾아가지도 않고 분실물 신고도 들어오지 않았던가 봐. 그래서 그 봉투를 열어보았는데 거기엔 5만원 권 20장과 손편지가 하나 들어 있었대.
그 편지의 주인공은 고등학생 시절 교보문고에 왔다가 몇 번이고 책과 학용품을 슬쩍 했었대. 그 도둑질을 그치게 된 건 결국 직원에게 꼬리가 잡히면서였어. 당시 학생이던 편지 주인공의 아버지가 오셔서 책값을 지불하셨고 도둑질도 멈췄지.
그리고 시간은 흘러 그 고등학생은 30대의, 아이가 둘이 있는 가정의 가장이 됐어. 그리고선 아마도, 아이들을 기르고 가르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겠지. 그중에 자신이 어릴적 도둑질 했던 서점이 생각이 난 거야.
미처 청산하지 못한 빚. 그것이 마음을 누겁게 내리눌러왔고, 이 도둑질에 대해 가족 앞에 떳떳하지 못하다 싶었지. “살면서 많은 잘못을 저질러 왔다. 모든 잘못을 바로잡을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
누가 알까? 지금 사회인으로 어엿하게 살아내는 이 사람이 과거 서점에서 도둑질했던 사람인 것을? 아무도 묻지 않는 과거가 된 일이고, 또 이제와서 책값을 변상할 책임도 없는 일이야. 하지만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떳떳하지 않은 일을 굳이 들추어 내고 책임을 지기 위해 이 분은 현금을 들고 손편지를 써서 서점에 다시 찾아온 거야.
삶을 반성하는 것. 그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 것 같아. 그런데 그에 더해 “어린 시절에, 철 없을 때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고 스스로의 과오를 합리화하지 않는 것, 이건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닐까.
얼마전 네게 썼던 이야기, 배를 버리고 탈출했던 그 항해사 이야기가 떠올랐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도망쳐도 아무도 모를 일 앞에서, 스스로 준엄하게 행동하기 위해 법정에 섰던 그 청년이 했던 결단과 이 편지를 쓴 주인공의 결단은 실상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엄마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어. 저 손편지를 쓴 사람처럼 말이야, 나 역시 살면서 많은 잘못을 저질러왔어. 엄마는 부끄럽게도, 많이 이기적인 사람이라 내 편의를 위해 맘껏 행동한 적이 많았지. 누군가에게 가차없이 대한 적도 많았어.
네가 태어난 이후 네 앞에서는 조금 덜 부끄러운 사람으로 본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 속에 자리잡았었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 꽤나 묵직한 자극을 받았지. 나 역시 앞으로 책임질 몫을 더 책임지며 살아가고 싶어. 네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은 스스로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기대해 주겠어? 네 엄마로서 또 한번, 조금 더 나은 모습을 향해가는 이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