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기사 운전해 어서!"라는 제목으로 남편의 글이 올라왔다. 며칠 전 남편에게 주차할 곳이 없어서 차 태워달라고 한 내용이었다. 장소 이름은 물론 소통한 내용이 달랐다. 조사 하나에도 의미가 다른데 남편은 본인의 감정대로 적어놨다. 남편은 고자질쟁이다.
남편은 매일 1~2개 이상 블로그를 쓴다. 알림이 오지만 아주 가끔 글을 본다.
"여보! 아들 이야기 쓸 때 본인 동의 구했나?"
"아니"
"oo가 보면 기분 좋지 않을 수도 있는데…."아들은 본인 이야기가 공개적으로 올라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 남편이 올린 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아빠. 제 이야기 글 안 올리시면 안 돼요?"
남편의 글을 자주 열어보지 않고 아주 가끔 본다. 이상하게 열어보는 것마다 내 이야기다.
"여보! 글을 올리는 것은 좋은데 사실만 썼으면 좋겠다."
"왜? 사람들은 말 안 해도 다 안다. 괜찮다."
우리의 사생활이 남편의 글을 보는 사람은 알고 있다. 구독자가 독서 모임 회원이 많다. 2주에 한 번 독서 모임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하면 벌써 다 알고 있다.
"정 선배 글을 통해 대충 알고 있었어요."
"아~네"
남편의 글이 다른 사람에게는 재미일지 모르지만 기분 상할 때가 있다. 몇 번 이야기 했지만 포기했다.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가스라이팅이다.
"다른 사람이 보면 재미있잖아. 재미있는 글인데…."
"다른 사람 재밌으면 나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남편은 불만을 이야기해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부부로 살아온 지 35년이 넘어가고 있다. 남편을 바꾸는 것보다 내가 바뀌는 것이 맞다는 것을 알지만 가끔 화가 난다. 오늘이 그날이다. 남편에게 불만을 이야기했지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은 안다. 그러려니 해야지.
결혼 36년 중 28년 이상 가정보다 직장이 우선이고 술 문화에 젖어 살았다. 50대 후반에 함께 자기 계발을 시작하며 독서하고 있다. 365일이 모자라게 술을 마시던 사람이 술을 완전히 끊은 지 8년이 되어간다. 많은 변화가 있었고 예전의 남편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아침에 책을 읽으며 때로는 글을 쓰는 나에게 검은콩을 갈아서 만든 두유와 삶은 달걀 2개를 책상에 올려주고 돌아선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우리가 반드시 추구해야 할 인생의 지혜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하는 동시에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만이 자유로워진다."<인생의 지름길은없다.>
남편의 뒷모습이 어느 날 외로워 보이면 그때부터 찐사랑이라 했던가? 오늘따라 유난히 뒷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남편을 선택하고 남편에 대한 약간의 불만은 다 내려놓은 자유를 누리는 오늘이 그리고 내일을 만들기로 작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