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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의 기적

<이솝우화 개미에게 물린 남자와 헤르메스>를 읽고

by 더센티브


배가 가라앉을 때 나는

신들을 향해 손가락을 겨누었네

"왜 하필 나인가”

묻는 입술 위로 비난의 화살이 바람을 가르네


그때 한 마리 개미가 내 발을 물었고

나는 분노로 모든 개미를 밟아 죽였네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내 어깨를 두드릴 때

비로소 보이는 내 안의 모순

남의 실수는 크고 내 잘못은 작게 보이는

이중의 잣대를 들고 살아가던 나

운명을 원망하던 그 순간에도

나는 또 다른 신이 되어 있었네


교통사고의 순간, 후진하던 그 자리에서

내 부주의는 지우고 남의 잘못만 읽어내던 날들

어쩌면 불행은 메시지였는지도 모르지

거울을 들고 나를 바라보라는 비난의 화살을 돌려

내게 겨눌 때 보이던 작은 빛, 배움의 순간들

불행은 또 다른 시작의 초대장


결국 우리는 모두 혼자 걷는 여정 위에서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오기 전에

스스로 깨닫길 바라네

“때문에”가 아닌 “덕분에”라는 단어의 무게를


오늘도 나는 선택한다.

원망 대신 성찰을

신을 탓하는 대신

개미 한 마리의 작은 가르침을 받아들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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