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함 속 여유를 배우다
. 영국 요크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나는 틈나는 대로 런던을 찾았다. 그중에서도 절친한 대학 동기가 사는 첼시는, 내게 가장 익숙하고 사랑스러운 런던의 얼굴이 되었다. 친구의 집에 머물며 걷던 골목과 카페, 그곳의 단정하고 여유로운 공기는 옷을 고르는 나의 습관을 바꾸어 놓았다.
. 거리에는 고전적인 트렌치코트와 테일러드 재킷이 자연스럽게 섞여있었다. 은은한 크림색 니트와 깔끔한 로퍼, 관광지에서 살짝 벗어난 이곳의 여유가 공기를 한층 차분하게 만들었다.
. 첼시의 사람들은 화려함보다 소재와 구조로 세련됨을 표현했다. 코트의 원단, 재킷의 핏, 니트의 질감, 로퍼의 마감이야말로 ‘진짜 럭셔리’를 설명하는 언어였다.
.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점점 단정한 실루엣과 깊은 색감에 끌렸다. 그래서 옷을 고를 때도 소재와 구조가 주는 무게를 더 의식하게 되었다.
첼시에서 나는 이렇게 입었다
· Polo Ralph Lauren / Donegal Crewneck Wool Blend Crewneck Sweater (Ancient Navy)
고운 짜임 속에 밝은 블루 · 슬레이트 · 회백 톤의 네프가 고르게 박힌 도네갈 원사. 이탈리아산 울 · 나일론 · 실크 혼방이라 부드럽고, 단순한 네이비보다 깊고 다채로운 겨울 톤을 만든다.
· 무신사 스탠다드 / 리사이클 투 턱 와이드 히든 밴딩 슬랙스 (미디엄 그레이)
재생 폴리 · 레이온 혼방의 매트한 원단, 살짝 드레이프가 흐르며 주름이 깔끔하게 잡힌다. 은은한 회색이 스웨터의 복합 네이비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상·하의 색감 대비가 차분하면서도 선명하다.
· Moonstar / Fine Vulcanized Gym Classic (White)
일본식 캔버스를 정교하게 직조해 부드럽지만 탄탄한 촉감이 살아있고, 화이트 러버 솔이 매트하게 마감된다. 아이보리빛 화이트가 산뜻한 마린(Marine) 무드와 함께 전체적인 룩에 밝은 숨을 더했다.
. 첼시에서 보낸 시간은 나에게 단정함 속 여유라는 일상을 대하는 태도를 남겼다. 그 후로 옷을 고르는 방식, 색을 바라보는 눈, 원단을 손끝으로 느끼는 감각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 브랜드를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눈길을 사로잡는 마케팅과 로고의 힘은 부정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지만, 그만큼이나 직조와 마감이 빚어내는 고요한 설득력도 함께 다가온다.
. 앞으로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도, 나는 그곳의 골목과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영감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