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et Luxury인가, Originality로의 회귀인가
. 구찌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절제된 감각으로 ‘조용한 럭셔리’의 흐름에 올라탔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전환이 아닌, 명품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재정립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읽힌다.
. 과거, GG 로고 패턴과 화려한 디자인을 통해 넓은 소비층을 타깃으로 트렌드를 주도했다면, 현재는 브랜드의 본질과 품질을 중시하는 성숙한 소비자층, 그리고 소비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삼되 과시보다 가치에 집중하는 젊은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있다.
Creative Director at Gucci
(01.2015-11.2022.)
Creative Director at Valentino
(04.2024-Present)
“All that inspires me and all that I quote, whether it is one day or four hundred years old, occurs at the same time before my eyes, so it becomes the present. It’s my present, my time and it’s the only thing that I can and want to describe.”
..........................Vogue Italia, September 2017
.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당시 침체기에 빠져있던 구찌의 정체성을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했다. 명확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기반으로 시간과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맥시멀리즘의 아이콘으로서 구찌를 되살려 낸 것이다.
. 이러한 변화는 제품 디테일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시적이고 강렬한 장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동물 모티브와 정교한 플로럴 자수는 그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또한, 레트로 무드와 젠더리스 룩은 그가 추구한 미학적 실험의 핵심이었다.
....................2025 S/S 제품에도 Alessandro Michele의 디자인 유산이 여전히 반영되어 있다.
. 그는 케어링(Kering) 그룹과의 브랜드 방향성 충돌을 이유로 2022년 11월 공식적으로 퇴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경영진은 그의 과한 감성이 매출 성과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딘 회복세로 인한 브랜드의 성장 둔화도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여러 매체들이 분석했다.
The house has recorded sluggish growth compared to other
Kering brands. This has slowed Kering’s performance in a luxury market that is still rebounding from the pandemic and confounding
broader economic signs of recession.
Apparently even cheerfulness and colour become tiresome
after a while, including for the new rich.
Gucci slumped during the pandemic and has struggled to recover
as fast as rivals.
Creative Director at Gucci (01.2023-06.2025)
“I WANT to see YOU wearing GUCCI, not Gucci wearing you.”
.....................Harpers’ BAZAAR, October 2024
“I’m not a person that loves the idea of fashion. I really love fashion. I love to design pieces. I love to choose materials. I love to work with fabrics. I love to work with our customers, and find solutions.”
.............................................GQ, January 2024
. 사바토 드 사르노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구찌는 과잉의 시대를 마감하고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는 GG 로고, 홀스빗 등 구찌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되, 노출은 최소화하였다. 또한, 단순한 실루엣, 깊이 있는 포인트 컬러 그리고 소재의 질감을 중심으로 현실성 있는 스타일링을 전개했다.
. 그의 구찌는 과거를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브랜드 언어를 다시 썼다. 과시적 소비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구찌의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탐색하며 시장 흐름에 적응해 나갔다. 이러한 줄다리기는 브랜드가 처한 과도기의 본질이며, 혼란을 느낄 수 있는 소비자들과 대화하는 그만의 방식이자, 실용성과 정서적 가치를 동시에 전달하려는 시도였다.
............그는 거대한 판타지적 연출 대신 자연광, 거리, 실내공간 등에서 촬영한 담백한 분위기를 택했다.
. 하지만, 구찌의 정제된 무드는 대중의 반응을 장악하지 못했으며, 그의 작업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균형 잡힌 컬렉션은 안전하지만 감동을 주지는 못했으며, 트렌드 선도와 강한 개성을 기대받는 브랜드에게 무난함은 치명적이었다. 결국, 조용한 럭셔리 안에서 뚜렷한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출과 파급력 측면에서 미미한 성과를 남겼다는 인상에 그쳤다.
Coming on the heels of Michele, De Sarno’s version of Gucci can seem understated, almost restrained.
De Sarno’s fairly safe collection will surely disappoint people.
Founder of Vetements (06.2014-09.2019)
Creative director at Balenciaga
(10.2015-07.2025)
Creative director at Gucci
(07.2025-Present)
“One of the most important driving forces in fashion is surprise... I’m going to surprise everyone, but myself first.”
.............................................Vogue, June 2025
. 뎀나 즈바살리아는 안티 패션의 아이콘으로서 디스토피아적 감성을 담아내는 도발적인 스타일이기 때문에 기존의 방향성과 뚜렷이 구분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바토 드 사르노가 구찌와 궁합이 맞지 않았으며, 그와의 조합이 더 큰 도약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케어링의 CEO인 프랑소와 앙리 피노(François-Henri Pinault)는 "His creative power is exactly what Gucci needs.”라며 공식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 그렇다면, 그가 만들어낼 구찌는 어떤 모습일까?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그의 스타일과 직접 언급한 패션 철학을 통해 몇 가지 변화들을 예측해 볼 수 있다.
. 우선, 그는 구찌를 다시 무대 위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가 단지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브랜드의 존재 방식을 재구성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항상 예측 불가능성을 모티베이션의 최우선 순위로 두며 착용 경험에 집중하고 패션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실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발렌시아가 특유의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바탕으로, iPhone 룩북 스타일의 리얼리즘과 트렌디함을 결합했다.
. 구찌의 로고는 재해석 될 것이다. 그는 럭셔리의 경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내기 때문에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기존의 맥락을 벗어난 방식으로 아이코닉한 제품을 탄생 시킬 것이다.
. 조용했던 구찌는 다시 말할 것이다. 그는 자극적이고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방식을 원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중심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복귀할 것이다. 문화적 서사를 구축하며 충격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전개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로의 타깃 변경이 이루어질 것이다.
. 구찌가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할 때, 어떻게 전달될지, 누가 듣게 될지, 그리고 어디서 소비되게 할지를 결정하는 건 유통과 마케팅의 영역이다.
. 그의 언어는 낯선 장소에서 빛을 발하며, 공간의 긴장감을 무기로 삼는다. 그는 자신의 미학을 구현하기 위하여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해체, 그리고 일상과 럭셔리 사이의 균열을 디자인 요소로 사용한다.
. 그가 선보였던 팝업 스토어는 판매 공간을 넘어, 관람을 유도하고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하며, 브랜드는 이를 통해 세계관을 직관적으로 체험하게 하며 감정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SNS 상에서 바이럴을 촉진하는 장치로 활용한다.
. 결과적으로, 구찌는 Quiet Luxury와 Originality의 이분법에 머물지 않고, 브랜드만의 고유한 미학을 새롭게 구성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 확실히 조용한 럭셔리는 감각적 피로를 덜 수 있었지만, 자극을 원하는 알고리즘적 소비 환경과는 분명한 충돌을 일으켰다. SNS를 중심으로 콘텐츠가 소비되는 오늘날, 외형적/정서적 절제는 오히려 브랜드 존재감의 약화로 이어졌고, 시장 반응이 제한적이었던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 뎀나 즈바살리아 체제 하의 구찌는 이러한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브랜드를 입는 것을 넘어, 보는 것 · 경험하는 것 · 기록되는 것(디지털 환경 상의 아카이빙 등)으로 전환 시킨다. 매장 공간은 더 이상 제품 중심이 아닌 시선이 머물 수 있는 전시회처럼 설계될 것이며, 서사를 구축하는 실험실로 활용될 것이다. 동시에, SNS 콘텐츠는 아름다움과 고급스러움 보다 불편함 · 이질감과 같은 감정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
. 필자가 주목할 지점은 ‘브랜드 세계관을 어떻게 전달하고 유통할 것인가’에 대한 실무적 전환이다. 그의 언어를 통한 리브랜딩은 단순한 룩북이나 광고를 벗어나, 공간 · 플랫폼 · 콘텐츠 · 고객 경험으로 확장/연결될 것이다. 마케터는 그의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닿을 위치, 방식, 맥락을 조정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브랜드 전체가 하나의 퍼포먼스가 되는 지점에서 실무자들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지며, 더욱 창의적이고 해석적인 개입이 요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