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이 존재만으로 아름다운 것들이 좋다. 햇살, 짜임새 있는 건물의 모습, 비, 머리를 시원하게 하는 공기. 집을 나설 때면 핸드폰의 지도앱을 보면서 목적지에 가기 바빴다. 그럼 주변에 어떤 풍경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그래서 요샌 집에서 출발할 때 경로를 외워간다. '신촌역 1번출구에서 내려서 쭉 직진! OO이 보이면 우회전' 그 동안 핸드폰을 꺼내 들여다 볼 일이 거의 없다. 낯선 곳의 풍경을 만끽하려고.
그러다 마주한 풍경을 응시한다. 새롭게 보이는 풍경들. 같은 물가인데, 물가에 있는 오리도 보이고, 비슷한 길인데 길에 비춘 햇살도 보인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은 '뭐 하고 서 있는거야?' 하는 표정으로 훑고 간다. 감상하지 뭘 해~.
감상하다 사진에 담는다. 풍경을 담고 담고 담고 담고. 담는다. 나는 보여주는 것보다 담는 걸 잘 하는 것 같다. 이제까지 참 담기만 했는데, 꺼내 보여줄란다. 짜잔하고.
아무리 봐도 내 사진이 참 좋다. 그래서 자꾸 찍고 담고 싶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