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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승리 Sep 21. 2022

생떼

지구가 어느덧 태어난 지 21개월이 됐다. 육아하는 부모들의 매 순간이 고비겠지만, 18개월은 입에서 욕이 나온다는 개월 수다. 그래도 지구는 무난한 18개월을 지나는가 싶었다. 아니었다. 그래. 우리 딸이라고 다를 리 없지.


지구가 간간히 분노 발작을 보이는 경우는 이미 몇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스스로 울음을 그칠 줄 몰라 한참을 울곤 했다. 우는 시간이 꽤나 길어 어쩔 때는 30분을 넘게 진정을 못하고 울기도 했다. 그래도 조금씩 달래 보면 어느덧 다시 이성(?)을 찾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스스로 조절이 되는가? 방심하고 있을 때 '생떼'가 찾아왔다. 이제는 말도 곧 잘하기 시작했는데 본인 주장이 매우 강해졌다.


양치 한번 하려면 엄청난 설득을 하거나 강제로 해야 하는데 설득이 먹힐 리 없고 대체로 강제로 시킨다. 근데 이게 조금 어렸을 때는 빨리 강제로 양치를 시키고 금방 진정을 시켰는데 이제 자기 맘대로 안 되는 게 화가 나는지 강제로 양치를 시키려고 하면 심하게 몸을 뒤틀고 짜증을 낸다.


그리고 어린이집 보낼 시간이 되면 어찌나 본인 하고 싶은 게 많은지. 엄마 아빠는 어린이집 등원 시간에 늦을까 봐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본인은 관심이 없다. 물론, 21개월짜리가 그런 개념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우리는 답답한 노릇이다. 그냥 얌전히 옷을 입히면 입어주고 밥을 먹이면 먹어주고 차를 태우면 잘 탔으면 좋겠는데 모든 과정이 고난의 연속이다. 옷을 입히면 '이기 뭐야! 이기 머야!' 소리를 지르며 입혔던 기저귀마저 벗으려고 난리고. 밥은 먹기 싫다고 도망 다니고. 차를 태우려고 하면 카시트에 앉기 싫다고 통곡을 한다.


겨우겨우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키고 나면 진이 다 빠진 상태로 하루가 시작된다.


육아는 아이가 클수록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데 그 말이 체감된다. 지구가 어렸을 때는 잠을 못 자는 고통이 있었는데 이건 정신적, 체력적 고통을 한꺼번에 받는 느낌이다.




이런저런 전쟁통을 겪고 나면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앞이 컴컴한 것 같다.

그럼에도 이런 생활도 10년 남짓이면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변해서 엄마 아빠 품에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면 지금 시간조차 행복한 시간이려니 마음을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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