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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호 Jan 07. 2021

카톡 프로필에 올렸다가 후회하는 사진

 최근 중고 거래 사이트에 자신의 어린 아들과 딸을 판다는 글이 올라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글에는 아이들의 사진까지 그대로 공개됐고, 심지어 장기매매와 성매매까지 언급됐다. 연락처도 올라와있어 기자가 전화를 걸어 봤더니 전화를 받은 사람은 분통을 터뜨렸다. 중고 사이트에서 자꾸 사기 치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글을 올릴 때마다 댓글에 사기 치지 말라고 적었더니, 이에 앙심을 품은 상대가 그의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한 뒤,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려놓은 자녀들의 사진들을 도용해 중고 거래 사이트에 그런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의 사진을 프로필에 올렸다가 그런 륜적인 글에 등장하게 된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카톡 프로필을 보면 저마다 다양한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젊은 부모들 경우 가장 많은 사진은 역시 자녀들 사진이다. 나를 표현하는 프로필 사진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넣고 싶은 건 당연한 욕구일 것이다. 그밖에 모델처럼 멋지게 나온 자신의 사진을 올려놓은 사람들도 있고, 여행 사진이나 최근 들른 맛집에서 찍은 예쁜 사진을 올려놓은 경우도 많다. 카톡 프로필의 경우, 따로 별도의 SNS를 접속해서 들어가지 않아도 평소 대화를 주고받는 창에서 바로 사진을 볼 수 있으니 누군가의 근황을 알기에 이거보다 편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헤어진 애인이 잘 지내는지, 뭘 하고 사는지 궁금할 때는 그 사람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본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면에 프로필에 아무 사진도 올려놓지 않거나, 별 의미 없는 사진을 올려놓은 경우도 많다. 30대인 지인 여성 한 분은 시어머니가 자주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시다 보니 카톡 프로필에 마음대로 사진을 올리기가 부담스러워서 별 의미 없는 사진만 올려놓게 된다고 했다. 프로필이란 게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인데, 자유롭게 사진을 올리자니 아무래도 깐깐한 시어머니가 그걸 보고 뭐라고 할 것 같아 그대로 올리기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시어머니가 뭐라고 하지 않을 사진만 올려놓는 것도 싫어서 그냥 아무것도 안 올리거나 올려도 의미 없는 것만 올려놓는다는 것이다.

 내 카톡 프로필에는 언제나 반려견 광복이 사진이 올라가 있다. 휴가 때 여행 가서 찍은 멋진 사진을 올려놓았다가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누구랑 여행 갔냐, 가서 뭐 했냐며 사적인 질문을 꼬치꼬치 캐묻는 걸 경험한 뒤로는 광복이가 내 프로필 사진을 완전히 점령했다. 평소  업무적으로 만나야 할 사람이 많고, 그럴 때마다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카톡 프로필에 개인적인 사진을 올리는 것은 어딘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카톡 이전에도 프로필을 올린 적이 있다. 10여 년 전 싸이월드라는 미니 홈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때이다. 홈피에 들어가면 첫 화면에 미니미라는 나를 대신하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마치 미니미가 멋있어 보이면 내가 멋있어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돈을 주고 옷을 사서 입히거나, 가구를 사서 방 안을 꾸며주기도 했었다. 방 안에 물건들이 하나둘 늘어갈 때는 마치 진짜 내 집을 꾸민 것처럼 즐거워했었다.

 그 이전에는 휴대폰이 보편화되기 전, 삐삐 인사말을 녹음하는 게 중요한 때가 있었다. 사람들이 내 번호로 전화를 걸면 미리 저장해놓은 소리가 나오는데, 보통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해 놓곤 했지만, 멋지게 인사말을 녹음해 놓거나 DJ처럼 잔뜩 폼을 잡은 채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놓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당시 대학 방송국에서 진행하던 내 프로그램을 녹음해서 저장해 놓았었는데, 누군가에게 삐삐를 칠 때면 그 사람은 어떤 걸 녹음해 놓았을까 궁금해하며 설렜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사람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나를 꾸미고 멋지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건 누구에게나  남들에게 자신을 잘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조금씩은 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실의 나를 바꾸는 건 쉽게 되는 일이 아니지만, 가상의 공간에서는 조금만 신경 쓰면 금세 더 나아 보이게 할 수 있으니 가상의 공간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비록 그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으로서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카카오톡이 프로필을 상대에 따라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기능을 내놓기로 했다. 올해 1분기 중에 멀티 프로필 기능의 베타 서비스가 시작되면 사람마다 여러 개의 프로필을 만들어서 누구에게 어떤 프로필을 보여줄 것인지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사생활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하니 카톡이 일상이 돼버린 요즘 꼭 필요한 기능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더 반가운 건 그동안 나처럼 모두가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 카톡 프로필을 방치해놓았던 사람들이 다시 프로필 꾸미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 옛날 싸이월드 미니홈피나 삐삐 인사말이 주었던 레트로 감성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나누고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새로운 창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와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 ‘kkh_mbc@인스타그램’에서 편하게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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