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울해도 괜찮으니까.

남은 말.

by For reira

우울이라는 감정은 묘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매력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감정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많은 사람들이 겪으면서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우울한 감정은 이야기를 하거나 듣기만 하더라도 쉽게 전염됩니다. 이런 쉬운 감정의 전염이 서로 편하게 털어놓지 못하게 만드는 하나의 주범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혼자 앓고 있기에는 감당하기 너무 힘든 감정입니다. 우울은 이렇게 복잡하고 컨트롤하기 어렵습니다.


크게 또는 작게 그리고 여러 상황 속에서 우울감을 겪으면서 느꼈던 가장 큰 부분은 이 감정을 감추고 무시할수록 점점 크고 안 좋게 작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쉽게 나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혹시 내가 누군가를 우울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내 기분을 공감받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냥 내가 이상해서 느끼는 것은 아닐까. 그저 나의 기분을 이야기하는 것뿐임에도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은 점점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들었습니다.


그저 하나의 '감정' 일 뿐인데 왜 이리 우울은 유난히 조심스러워지는 것일까. 우울감을 애초 '느끼면 안 될 감정'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에 쉽게 털어놓지 못하게 되는 것을 아닐까. 이 생각이 이 글들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우울감을 만들게 되는 상황과 그 감정을 겪고 있는 '나'는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저 당연한 감정을 당연하게 느끼고 있는 것뿐입니다. 이상한 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면 우울감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가벼워져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편하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나를 '밝게' 포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의 우울한 감정이 지나고 나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진짜 나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울을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우울해하는 내가 '나의 전부'는 아닙니다. 힘이 들면 크게 울어도 되고, 하소연을 해도 되고, 전문가를 찾아 다른 방법을 안내받아도 됩니다. 마치 치료하지 못할 전염병에 걸린 사람처럼 스스로를 닫고 겉모습만을 포장하면서 나를 괴롭히지 않아도 됩니다.


우울해도 괜찮습니다. 내가 무엇인가 이상해서, 혹은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해서 지금 우울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울해하는 나를 감추지 않아도 됩니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감정의 바닥에 빠져있어도 괜찮습니다. 억지로 감정에서 빠져나오려고 혼자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나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 한마디만.

'나 지금 우울해. 도와줘'라고 단 한마디만.

나의 작은 목소리를 듣고 나의 손을 잡아줄 또 다른 나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가와 줄 것입니다.


오랜 우울감에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는 우울감을 툭툭 털고 일어나 '별것 아니었네'라고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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