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며.
사람은 모두가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며 힘들어할 때 대부분은 다독여주고 함께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려고 노력한다. 가까운 사람의 감정에 따라 기뻐할 때는 함께 기뻐해 주고 슬퍼할 때는 함께 슬퍼해주기도 한다. 감정을 느끼는 사람도 그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위로받기도 하며, 다독여 주는 사람도 그것을 잘못이라도 생각하지 않는다. 감정을 느끼고 그것에 영향을 받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우울한 감정에 대해서는 태도가 다르다. 가까운 사람이 우울해하는 것을 보면 다독여 주거나 공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의지가 없어서 그'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대한다. 그래서 건네는 말은 대부분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래' 또는 '그만 힘내고 이겨내야지'와 같은 이야기들이다.
그러다 보니 감정을 느끼는 사람도 우울감을 느끼면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힘들게 용기를 내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해도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점점 '나는 왜 이러지' 또는 '나는 뭐가 문제인 걸까'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우울감을 호소할 때 그 감정을 쉽게 생각하며 쉽게 괜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기에 걸려도 약 없이 하루 이틀 아프고 괜찮아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약을 먹고도 며칠을 아파야 하는 사람이 있다. 또한 어떤 감기냐에 따라 쉽게 낫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 그리고 그 감기가 시초가 되어 더 큰 병에 걸리기도 한다. 우울감도 마찬가지이다.
우울감을 느끼는 초기에 빠르게 해결하지 못하면 점점 더 우울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심각한 우울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감기처럼 '쉽게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의미일 뿐 누구나 쉽게 해결하고 이겨낼 수 있는 '무시할만한 가벼운' 감정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숨겨서 점점 키우기보다는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천천히 치유해야 한다.
우울감은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가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우울감을 호소할 때 그 사람이 그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용기를 내야 했는지 한 번쯤 생각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가볍게 여기며 그냥 넘어가거나 쉽게 '뭐 이런 거 가지고 그래'라고 말하는 대신 그 사람의 감정을 들어주고 공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가벼운 위로의 말이나 상대를 판단하는 말보다 작은 공감이 더 많은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우울감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내가 잘못해서 느끼는 것도 아니고 내가 게으르거나 문제가 있어서 느끼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 따라 느끼는 하나의 당연한 '감정' 일 뿐이며,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다. 죄책감을 느끼고 숨어서 혼자 해결하려고 끙끙 앓는 대신 나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보자. 조금 우울해도 괜찮다. 같이 조금씩 힘을 내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