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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인사

매일 만나는 너, 우린 서로를 길들이고 있었구나

by 추수진



올해도 어김없이 계절에 따라 꽃들이 피어난다.

몇 해 전부턴가 학교로 출근하는 길가 한쪽에 접시꽃들이 자리를 잡더니, 해마다 이맘때면 활짝 피어나 나를 반겨준다.

한 때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로 인해 접시꽃을 좋아해 보려 시도했던 적이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접시꽃은 나에게 별로 와닿지 않는 꽃이었다.


그런데 출근하는 길, 퇴근하는 길에 매일 눈 맞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접시꽃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얼마 전 학교 앞 도로 공사 때문에 반대쪽으로 돌아서 출근을 해야 했을 때는

접시꽃을 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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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안녕! 좋은 아침이야. 오늘도 힘내라고? 알았어."

혼자 속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소리까지 내어 접시꽃에게 인사를 하는 나를 보고는 옆좌석에 탄 딸이 웃는다.

"왜? 접시꽃이 인사하는 게 안 들려?"

"나는 전혀."

수학이 재미있다는, 완전 이과 성향의 딸은 딱 잘라 말한다.


하지만 정말로 접시꽃은 매일 출근하는 나에게 힘내라고,

퇴근하는 나에게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접시꽃에게서 받는 이 다정한 위로에 나는 매일 혼자서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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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기 도라지꽃도 나한테 인사를 하네. 그래, 안녕, 얘들아, 안녕!"

길 건너편에 동네분이 가꾸는 도라지밭에서 하얀 꽃, 보라 꽃들이 예쁘게도 피어 바람에 살랑거린다.

어릴 적 도라지꽃 종이접기를 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딸이 재미있다는 듯 나를 쳐다보더니 말한다.

"역시, 엄마는 동시를 써야 돼요."

딸, 그거 응원의 말이지?


꽃이라는 기적 같은 존재를 만들어 인간을 위로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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