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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수진 Jul 17. 2021

꽃의 인사

매일 만나는 너, 우린 서로를 길들이고 있었구나



올해도 어김없이 계절에 따라 꽃들이 피어난다. 

몇 해 전부턴가 학교로 출근하는 길가 한쪽에 접시꽃들이 자리를 잡더니, 해마다 이맘때면 활짝 피어나 나를 반겨준다. 

한 때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로 인해 접시꽃을 좋아해 보려 시도했던 적이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접시꽃은 나에게 별로 와닿지 않는 꽃이었다.   


그런데 출근하는 길, 퇴근하는 길에 매일 눈 맞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접시꽃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얼마 전 학교 앞 도로 공사 때문에 반대쪽으로 돌아서 출근을 해야 했을 때는 

접시꽃을 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기까지 했다. 


 


"그래, 안녕! 좋은 아침이야. 오늘도 힘내라고? 알았어."

혼자 속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소리까지 내어 접시꽃에게 인사를 하는 나를 보고는 옆좌석에 탄 딸이 웃는다.

"왜? 접시꽃이 인사하는 게 안 들려?"

"나는 전혀."

수학이 재미있다는, 완전 이과 성향의 딸은 딱 잘라 말한다. 


하지만 정말로 접시꽃은 매일 출근하는 나에게 힘내라고, 

퇴근하는 나에게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접시꽃에게서 받는 이 다정한 위로에 나는 매일 혼자서 감동한다.  





"어, 저기 도라지꽃도 나한테 인사를 하네. 그래, 안녕, 얘들아, 안녕!"

길 건너편에 동네분이 가꾸는 도라지밭에서 하얀 꽃, 보라 꽃들이 예쁘게도 피어 바람에 살랑거린다. 

어릴 적 도라지꽃 종이접기를 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딸이 재미있다는 듯 나를 쳐다보더니 말한다. 

"역시, 엄마는 동시를 써야 돼요."

딸, 그거 응원의 말이지? 

   

꽃이라는 기적 같은 존재를 만들어 인간을 위로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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