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 감겨있던 필름을 현상했다
우리로 담아둔 마지막 편지였다.
같은 곳은 반복해서 다녀 보아도
그곳의 지리보다는
그날의 형상과 감정을 기억하곤 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누지 않았던 편지들 덕분에
우리가 희미해지는 순간이 내 기억이 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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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로 가는 고속도로 끝
바다를 왼쪽에 두고 달리던 길이 있다.
제한 속도 때문에 바다를 발견하는 시간이 생긴다.
우리의 마지막엔
기운을 잃은 온기보다
바다 위 별들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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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가 남겨 놓은 흔적 안에
그 우리의 내가 어여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