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가 없었다.
누군가의 세계가 저무는 줄도 모르고 내 곁에 머물러달라는 서툰 말들만 수집했다.
오만한 안심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지독한 향기를 머금은 허기만이 남았다.
이미 낡아버린 연을 붙잡고 있던 시간도
끝을 정해두었던 관계도
다음이 있을거라 안심을 줬던 기대도
모두 불안이 지어낸 집들이었다.
숫자로만 치환되는 메마른 일상 속에 형용할 수 없는 서운함이 도착했다.
마음에 고인 것들을 여과 없이 게워내는 상상을 한다.
그리움인지, 지나간 계절에 대한 미련인지 분간할 수 없는 비정형의 감정들.
우리라는 식어버린 문장 사이에 여전히 가늘고 무거운 마음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