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겸소한 한국 사모님

튀르키예 국제 학교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의미 - 'RM의 투싼'

by 미네

https://youtu.be/ngZrj_w45_c?si=wAJGH7DQUS3RflwM

튀르키예에서 한국으로 아들과 단둘이 돌아와, 자동차 없이 석 달을 살았다. 사람이 붐비는 것을 싫어하고 운전도 싫어하는 사람이라 자동차 없이 살아도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지만, 막상 고향에 돌아와 아들과 함께 살아보니, 버스만이 유일한 대중교통인 나의 고향에서의 삶이 이스탄불에서보다 고달팠다.


내가 왜 아이를 낳고, 싱글일 때도 하지 않던 운전을 시작했는지를 금방 기억할 수 있었다.



세상 느긋한 이스탄불의 버스엔 유모차가 당당히 올라타고, 마치 이 버스엔 제한 시간은 없는 듯 잔잔히 운행한다. 꼬불꼬불 옛 길에, 오르내리는 언덕길이 흔한 이스탄불에서, 한국처럼 시간표에 맞춰 정신없이 내달리면 사고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어린 아들과 버스 타기는 솔직히 이스탄불이 훨씬 편했다.


특히, 아들을 친정집에 맡겨두고 이사 갈 집을 고치러 가는 동안, 버스 운행 체계가 바꿔진 고향의 버스가 어찌나 빙글빙글 돌아서 목적지로 가는지, 구석구석까지 버스가 가서 좋은 점이건만, 이것이 내가 가는 목적지로 향하는 길인지 아니면 내 고향 투어 차량인지, 한참 이 버스의 정체성을 의심할 뻔했으니.


까딱하면 그 늦여름, 나는 한국 고향 버스 기사 아저씨와 연인 사이가 될 뻔했다. 아하하.



자동차 없이 버스를 타고 고향에 돌아와 살아보니, '도대체 어느 인간이 타보지도 않고 버스 노선 체계 바꿨어.' 하곤 욕을 하던 고향 사람들의 말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아하하.

그렇게 자가용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고 사게 된 자동차.


"너무 너는 소중하다. 그리웠다."


이렇게 생각하며 아껴야 하건만, 막상 차를 타니 새로 뽑은 차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튀르키예를 떠나기 전의 한국에 살던 나는, 행여나 새로 산 자동차가 문콕을 당하고 부서질까 상할까 겁을 내고 닦아대고, 소중히 여겼건만 이번에 산 새 차에 대한 아무런 감흥이 없는 것이었다. 이스탄불에서 동일한 모델의 새 차를 몇 번이나 바꿔 타고 같은 모델의 차를 한국에서 사서 타니, 처음의 설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 마음이란, 정말 괴상하다.


이스탄불 우리 집의 주차장에 딱 앉아서, 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바꿔졌던 남편의 회사차는 이번에 면허를 딴 RM이 몬 '투싼'이었다. 새 차는 겉보기엔 아주 멋지지만, 아토피와 알레르기를 걱정하는, 환경호르몬을 운운하는 어미로선 새 차에서 나오는 새것에서 나는 냄새가 썩 좋지 않았다.


이 정도의 글을 쓰면 아마, 어디선가 이런 댓글이 달릴지 모른다.

" 너 지금 튀르키예에 가서 계속 새 자동차 탔다고 잘난 척하냐? 복에 겨워서."


이런 반응을 고려하여 미리 이야기한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잘난 척 아닙니다."



그럼, 그런 새 차를 왜 그렇게 자주 바꾸었는가를 살펴보면, 역시나 튀르키예 '간접세'에서 알 수 있다. 튀르키예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 거의 그 자동차 값만큼의 세금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5천만 원대의 한국자동차의 실제 가격은 튀르키예에선 한화 1억에 가까운 금액이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던 인플레이션만큼이나 튀르키예에서의 세금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성인이라면 거의 모든 이가 가질 휴대폰 하나를 사는 데에 필요한 세금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분명 기본 요금제는 한국보다 저렴했지만, 2025년에 다시 올라버린 휴대폰 등록비로 불리는 세금의 액수가 한화 백만 원대를 넘는 것을 듣곤, 돌에 부딪혀 금 간 휴대폰 뒷면을 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휴대폰아, 제발 고장 나지 말아라."


이렇듯 이스탄불에서 채 2년도 타지 않은 자동차는, 무시무시한 간접세 탓에 중고차는 가끔 신차보다 더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 시절, 이스탄불 국제학교에 지각한 아들을 싣고 고갯길에 땀을 뻘뻘 흘리며 타고 온 한국 자동차. 자동차를 중고차로 높은 값에 판매하기 위해 금방 바꿔지는 새 한국 자동차를 보곤, 한 외국인 엄마는 내게 말했다. 그녀는 상당히 부유한 집안의 아내였다. PTA를 하는 탓에 몇 번의 커피를 함께 마신 건이 전부였던 그녀는 불현듯 내게 말했다.


"넌 정말 겸소하고 멋진 애국자야. 매번 새 차를 사는 것 같은데 늘 한국 자동차구나."

"아하하하."


처음엔 구구절절 이리저리 사정을 설명하다, 3년 차를 넘어가곤 진짜 부자는 이해하지 못할 세금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를 접어두고, 나는 그냥 한국 자동차가 너무 좋다며 말하기 시작했다. 아하하. 우리 집만 제외하곤 번쩍번쩍 빛이 나던, 내가 살던 시떼의 올라버린 집값 가격도 이런 그녀의 추측에 한몫했으니. 그때의 나는 운이 너무 좋았나 보다. 결국 나는 그녀에게 튀르키예에서 판매율 1위 차가 뭔지 아냐는 말도 더하면서 자동차 홍보를 신나게 했다. 아하하.


언제부터였던가 나의 남편의 근무조건과 튀르키예의 간접세를, 독일 수입차를 몰며 운전기사님을 쓰는 진정한 국제학교의 사모님들에게 세세히 설명하기가 귀찮아졌다.


그녀가 그저 평범한 나를 아주 부유한 집안의 사모님으로 보니 그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나는 그때부터 마치 BTS의 RM처럼, 이스탄불의 겸소한 한국 사모님이 되기로 했다.


이제는 그리운 이스탄불 에틸레르 사르코낙나르



참고)

https://m.search.naver.com/search.naver?query=%EA%B0%84%EC%A0%91%EC%84%B8&where=m&sm=mob_hty.idx&ackey=q804ld9q&qdt=1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곧 그들이 컴백하는데, 진심으로 이스탄불에서 힘들 때마다 그로 인해 힘이 되었습니다. 군 생활도 잘하고 돌아온 그를 보며, RM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내가 뭐라고 투덜거리나 하며 반성했습니다. 아하하.

모두 건강하세요. 요새 또 저는 다시 바쁘네요. 아하하. 아흑. 봄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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