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없습니다만

3일 차 <계획이 없는 게 계획>

by 딱따구루이
조지아 여행 3일 차_2


그와의 여행은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인 경우가 많다.

트빌리시에서의 숙소만 미리 예약을 했었고

그 뒤로는 쭉 아이들의 컨디션이 어떨지 예측할 수 없으니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하루이틀 전에 숙소를 예약한다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구다우리 전망대에서 시원했던 공기는 스테판츠민다(카즈베기)에 도착하자 다시 따뜻해졌다.

그가 예약한 숙소에 들어서자 그림 같은 풍경, 장미, 돌멩이가 쌓여있는 작은 언덕, 토끼풀, 귀여운 검은 고양이가 우릴 반겨줬다. 토끼풀밭을 느리지만 사뿐사뿐 걸어가는 고양이가 왠지 모르게 더 귀엽게 느껴지는 숙소였다. 숙소는 깨끗했고 주인아주머니의 인상도 좋아 보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예약할 때 아이 2명을 추가하는 옵션이 없어 일단 성인 2명으로 예약을 했었다고. '어떻게든 되겠지.' 주의자인 그의 기질이 어김없이 발휘됐다. 아이 2명에 대한 추가금 지불을 위해 주인아주머니와 협상을 해야 했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조지아어만 할 줄 아셔서 다른 방에 묵고 있는 투숙객에게 통역을 부탁하게 되었다. 손짓발짓으로 한 협상은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게 마무리됐다.

새로 리모델링했는지 세탁기며 가구가 거의 새것과 같은 상태였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동안 쌓인 빨래를 돌리는 사이,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 그네를 탔다.


"에어컨 없는데 어떡해? 내일은 다른 숙소로 옮길까?"

"일단 오늘 밤에 자보고 결정하자. 밤에는 시원할 수도 있잖아? 다른 숙소에도 에어컨이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


대충 짐을 풀고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근처 카페로 시원한 주스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주인아주머니 추천을 받아서 간 레스토랑에는 역시나 에어컨이 없었다. 얼음도 없다. 이 정도면 이 동네는 에어컨 있는 집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든다. 열려있는 큰 창문으로 드문드문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해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은 사과 주스를, 나는 맥주 한 병을 시켜 더위를 잠시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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