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친구가 되다
나를 깨운다.
모두가 잠든 새벽 4시 30분.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미약한 빛이
나의 하루를 조용히 깨운다.
도시락 세 개를 싼다.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 그리고 남편이
각자의 하루를 무사히 시작할 수 있도록.
아이들 이불을 살짝 덮어주고,
운동화를 신고 아파트 지하에 있는 조용한 헬스장으로 향한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시간.
그 안에서, 나만의 하루가 시작된다.
나는 원래 일본에 주재원 가족으로 살고 있었다.
일본어는 전혀 몰랐지만,
히라가나부터 다시 공부하며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었다.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쿠다사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조금 ‘살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익숙해질 무렵
예고도 없이 ‘인도 뭄바이’라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오게 되었다. 그 순간, 마치 다시 맨바닥으로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이번엔 일본어가 아닌 영어.
그 흔한 물 한 병조차 마음대로 주문하지 못하는 낯선 땅에서 나는 또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카페 한쪽에 앉아 매일같이 영어 문장을 외우고,
여전히 일본어도 놓지 않으며
두 개의 언어 사이에서 나를 다시 세워 나갔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해외 주재원 가족이면 좋겠다. 여유롭고 부럽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나의 하루가 있다.
외롭고, 말이 통하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이 유독 많은
그런 하루하루를 나는 조용히 살아낸다.
혼자라는 외로움을 처음엔 견디기 어려웠다.
말이 통하지 않아 전하고 싶은 말을 삼킨 날도 많았다.
다행히, 내 옆엔 가족이 있었다.
아이들이 웃어주었고, 남편이 묵묵히 옆을 지켜주었다. 그 덕분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가족이 있어서, 이 낯선 땅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가끔은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왔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때론 누구에게도 온전히 기대지 못하는 마음.
‘나는 괜찮아’라고 먼저 웃어야 할 때마다
슬며시 스며드는 쓸쓸함.
그런 외로움이 조용히, 아주 천천히
내 안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새벽,
도시락을 싸고, 운동을 하고, 책상에 앉는다.
외로움을 애써 밀어내기보단
그 외로움과 친구가 되어보자고 마음먹은 날,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나를 단단하게 다독이기로 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말을 걸기 위한 기록.
“오늘도 잘 버텼어.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나만큼은 알아줄게.”
이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위로가 되어주길 바란다.
외롭고 지친 어느 날,
한 문장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오늘도 나는 나를 응원하며
여기서도,
나답게,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