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주재원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나는 어디에 소속된 사람일까

by 김소연

주재원 가족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풍경을 떠올린다.

넓고 쾌적한 주거지,

차려진 테이블 위 아침식사,

한가로운 여유와 단정한 생활.


그리고 가끔은,

골프 약속에 파티까지

바쁘고도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사람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달랐다.


우리는 한국 본사에서 일본으로 먼저 파견되었다가

다시 인도로 재파견된 경우였다.

한국 가족은 우리뿐이었고,

그나마 일본에서 넘어온 또 다른 일본인 가족 한 팀만이 비슷한 상황 속에 있었다.


이곳 인도에는 한국 대기업에서 파견된 가족들이 꽤 있다. 그들 대부분은 한국에서 바로 인도로 온 경우였고, 처우도 지원도 우리가 받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그 차이는 생활의 디테일에서 확연히 느껴졌다.

우리 집보다 3배는 넓은 집,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가 자연스러운 일상, 세련된 외식과 정기적인 주말 골프,

가끔은 와인 한 잔 곁들인 홈파티의 사진들이

무심코 SNS에 올라올 때마다,

나는 어쩐지 나만 소외된 느낌에 빠지곤 했다.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마음은 움츠러들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를까”

“나는 지금 어디쯤에 있는 걸까”

그런 질문이 조용히 고개를 들 때면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이 마음 한편에 스며들었다.



그런 감정은 단지 외적인 환경에서만 오는 건 아니었다.


나는 인도에서 큰아이를 현지 일본 중학교에 보냈고,

우리는 그 학교 역사상 첫 번째 한국인 가족이었다.

모두가 친절했지만,

아무도 ‘우리처럼’ 살고 있지는 않았다.

그 차이는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우리는 혼자였다.


그리고

작은아이가 다니는 국제학교 초등부의

한국인 학생은 단 한 명.

그 아이가, 바로 우리 아이였다.


학교 공지사항은 대부분 영어로 전달되고,

엄마들 간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영어와 힌디어로 섞여 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늘 조금 늦게 소식을 알고,

조심스럽게 물어봐야 했다.


언어가 부족한 나는

항상 웃으며 “오케이, 오케이” 하고 대답했지만

돌아서면 마음은 무거웠다.

못 알아들은 단어들,

잘못 이해한 표정들,

그리고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시간들


말이 안 통하면

그저 불편한 게 아니라

존재 자체가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

‘왜 이렇게 느릴까’

낯선 언어 속에서 자존감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낮아졌다.


무리 속에 있으면서도

혼자인 것 같은 순간이 많았다.

웃음이 오가는 자리에 있어도

내가 이해한 건 절반도 안 되는 이야기.

그러다 보니, 점점 그 자리에 있는 나 스스로가 어색해졌다


그렇게 하루를 바쁘게 살아내고 나면

문득,

나는 어디에 소속된 사람일까,

이곳에서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누구도 나를 밀어낸 적 없고

누구도 나를 외면하지 않았지만,

나는 혼자였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도시락을 싸고, 운동을 하고,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카페 한쪽에서 언어를 공부한다.

누구보다 진지하게, 묵묵하게,

오늘 하루를 살아낸다.


누구에게 기대기보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길을 택한 건

선택이었고 생존이었다.



누군가는 내가 사는 이 삶을 낯설게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모든 시간이 나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나는 여느 주재원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서 더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 하루를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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