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어 비로소 알게 되는 마음의 무게

포기 위에 세운 사랑

by 김소연

인도에서의 삶은 나를 조금씩 바꿔놓았다

낯선 언어와 문화, 갑작스레 바뀐 환경은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부모’라는 이름이었다.


나는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을 싼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인데도

아이가 잘 먹는 모습을 떠올리면

그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는 일이

처음엔 너무 버거웠다

왜 나는 늘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하나,

내 삶은 어디에 있나,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 오늘 도시락 진짜 맛있었어” 하고 말해줄 때면

그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하게 정리된다

이건 희생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부모가 된다는 건

하루하루를 아이의 삶에 녹여낸다는 뜻이었다


포기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내 시간도, 내 욕심도, 때로는 내 감정조차도 내려놓아야 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그 내려놓음이 아프지만은 않았다.

누군가를 위해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되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어릴 적 나도 도시락 세대였고

도시락이 당연한 줄 알았다

엄마가 늘 챙겨주는 밥,

매일 다른 반찬,

내 입맛까지 고려한 그 세심한 손길이

마치 세상의 기본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내가 해보니 알겠다

그게 얼마나 많은 수고였는지.

그게 얼마나 깊은 사랑이었는지.

그때 그 도시락 하나에

얼마나 많은 마음이 담겨 있었는지.


엄마는 말하지 않았다

아프다고, 힘들다고, 피곤하다고.

그냥 늘 아침이면

당연하다는 듯 부엌에 서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매일 무언가를 포기하면서

나를 위해 일어나 주었던 그 마음을


나는 이제 엄마의 도시락을

더는 받을 수 없지만

그 마음은 내 손 끝에 남아 있다

도시락을 싸며

나는 엄마를 생각하고

그 마음을 아이에게 건넨다


부모가 되며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 많다

나만의 시간도,

하고 싶던 일들도,

때로는 나라는 사람 자체도 놓아야 했다


하지만 그 포기 위에

사랑이 쌓여갔다

사람 하나를 온전히 품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몸으로, 마음으로 배워가는 중이다


사실 누구에게든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내려놓는 일의 반복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그 내려놓음이

누군가의 삶을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가장 고된 일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도

모두 ‘사람’에게서 온다

그리고 부모라는 이름은

그 모든 순간의 진심으로

하루하루 살아내는 일이었다


이제는 안다

내가 매일 도시락을 싸는 이유는

아이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걸

이 진심이 나를 지탱하고 있다는 걸


부모가 된다는 건

내가 중심이 아닌 삶을 선택하는 일인 것 같다

그게 때로는 벅차고 서럽고,

아무도 몰라줘서 외로울 때도 많다


하지만 부모가 되었기에

나는 매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조건 없이, 계산 없이

주는 것만으로도 기쁜 사랑


부모가 되면서 가장 커진 건

내가 받아왔던 사랑에 대한 깊은 감사였다

그리고 이 사랑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내가 앞으로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이의 하루를 응원하는 도시락을 싼다.

내가 받은 사랑을

다시 아이에게 전하면서

그렇게 소박하지만 따뜻한 하루를 살아간다.



살아보니 알겠더라, 엄마가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며 살아오셨는지.

엄마가 내게 주신 사랑이 얼마나 깊고 따뜻했는지.

당연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사실은 엄마의 희생이었다는 것을.


“엄마, 그 마음 평생 잊지 않고 갚으며 살게요 “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