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를 일으킨 건, 감사였다
뭄바이에서의 생활은
늘 복잡한 감정으로 시작됐다.
익숙지 않은 언어, 습한 날씨, 매일 싸야 하는 도시락
말이 통하지 않는 순간마다
내 마음도 자꾸만 흐려졌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느낌,
내가 내 삶을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무력감.
그럴수록 하루가 더 길게 느껴졌고,
어떤 날은 집 앞 흔한 뭄바이의 풍경들이 버겁게 다가왔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이 하루,
어쩌면 누군가에겐
간절히 바라는 하루일지도 모른다고.
머물 수 있는 집이 있고,
아침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아이들이 웃으며 등교하고
또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모든 게
지금 내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기적 같은 일’ 일지도 모른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그러자 마음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졌다.
“왜 나만 힘들까”에서
“이런 하루를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로.
그 작은 시선의 전환 하나가
어두웠던 내 하루를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고
문득 내가 읽었던 책의 글귀가 떠올랐다.
“행복은 손에 닿을 수 없는 높은 하늘이 아니라
마음의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그래, 행복은 어디 멀리 있는 게 아니었어.
지금 여기, 이곳에 있었던 거야
그 후로 나는 ‘감사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
• 오늘 아이들이 싸준 도시락을 다 먹고 왔다
• 인도 햇살이 오늘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 아침에 남편이 커피를 타줬다
이런 것들에 ‘감사’를 붙여주었더니
그 순간순간이 나를 다시 일으켰다.
예전에는
“언제쯤이면 이런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에 있었다면 좀 더 편했을 텐데…”
그런 생각들로 하루를 소모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 있어서 아이들과 하루 세끼를 온전히 함께할 수 있었구나”
“이 도시락이 우리 가족의 추억이 되겠구나”
어릴 적 내게 엄마가 싸준 도시락처럼,
지금 내가 해주는 이 도시락이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히지 않을
‘엄마의 온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도시락 하나에
‘엄마가 널 사랑해’라는 마음이 다 담기니까.
인생은 늘 완벽할 수 없다.
늘 부족하고, 늘 어딘가 모자라다.
돈이 많아도, 일이 잘 풀려도
그 마음 안에는 또 다른 결핍이 숨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채울 수 있는 건
바로 ‘감사’밖에 없는 것 같다.
감사는 지금의 나를 사랑하게 해 준다.
감사는 내 삶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해준다.
감사는, 결국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미완성이다.
이루지 못한 것도, 흔들리는 마음도 여전하다.
하지만 감사는 늘 나를 단단하게 해 줬다.
어쩌면 인생은
끊임없이 부족한 것투성이 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감사하는 마음만이
결국 나를 채우고,
내 삶을 이기는 힘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
이곳에 와서 더 부지런해졌고,
이곳에 와서 나를 돌보게 되었고,
이곳에 와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더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그래,
결국 다 감사한 일이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
매일 싸는 도시락,
매일 아침의 운동,
짬짬이 이어가는 언어 공부.
이 모든 게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일들이었다.
그 하루하루에 감사하려고 한다
그 하루들이 결국 나를 완성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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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도,
나는 도시락을 싸고
운동화 끈을 조이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시 나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나에게 가장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잘하고 있어. 오늘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