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낸 고요한 싸움
인도 뭄바이에서의 삶이 어느덧 1년 7개월째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이지만,
나에게 이 시간은 매일을 버텨낸 날들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매일, 나를 지켜낸 조용한 싸움이었다.
나는 새벽 4시 조금 넘어 눈을 뜬다.
가족들의 도시락을 만들고
잠든 몸을 억지로 일으켜 운동화 끈을 맨다.
운동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사실은,
매일 포기하고 싶었다.
“오늘은 그냥 쉴까?”
“하루쯤은 괜찮지 않을까?”
따뜻한 이불속에서
그 마음을 수십 번 반복하다 결국 다시 일어났다.
나와의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싸움은 누구도 모른다.
가족도, 친구도, 세상 누구도.
그저 내 안에서 고요히 벌어지는 전쟁일뿐이다.
응원도 없고, 시선도 없는 새벽,
나는 오직 나를 지키기 위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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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다 보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땀이 비처럼 쏟아질 때,
수십 번 나를 유혹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10분쯤 일찍 끝내도 되지 않을까?”
“내일 더 열심히 하면 되잖아…”
그런 유혹이 나를 흔들고,
잠시 머뭇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그 순간을 넘기고
정해진 시간을 다 채웠을 때,
가장 먼저 가득 차오르는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오늘도 나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그게 나를 다시 세워주었다.
나는 운동하는 동안
일본어 하나, 영어 하나씩 팟캐스트를 듣는다.
외국어 공부 그 이상이다.
그 시간만큼은 몸도, 언어도, 나 자신도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을 선물처럼 느낀다.
며칠 전, 우연히 읽은 글귀 하나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해야 되는 건데 미치도록 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못 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그럴수록 더 해야 돼요.
그게 지나고 나면,
그 힘들었던 것들이 다 지워지고
그 결과가 내 것이 됩니다.”
맞다.
그게 지금의 나였다.
매일 흔들리지만 다시 시작하는 나.
그 하루하루가 모여
결국엔 내가 바라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줄 거라는 믿음. 그걸 붙잡고 여전히 버티고 있다.
나는 아직 이루지 못한 게 더 많다.
하지만 오늘도,
나와의 싸움에서 이긴 나에게
조용히 박수를 쳐주고 싶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시작했고,
나 자신을 위해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가 언제 찾아올지 몰라도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운동화 끈을 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