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 한 번은 경험해 보고 싶어."
첫 입사를 앞두고 형에게 했던 말이다. 믿을 수 없이 호기로운 말이지 않은가? 지금의 내가 부끄러워질 만큼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나였다. 이런 멋진 말을 한 이유는 있다. 그 당시 나는 삼성과 은행, 두 곳에 취업을 성공했고 선택을 앞두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했던 나의 직장인 생활은 어느덧 13년이 흘렀다. 그때의 말이 빌미가 되었을까? 삼성에선 그야말로 경험만 하고 나왔다. 삼성에서 1년, SK에서 4년, 그리고 지금의 공공기관까지. 총 3개의 직장, 2번의 이직을 경험하였다. 주변 친구들의 말로는 취업깡패였다. 큰 좌절 없이 이직에 계속 성공했다. 새로운 직장으로 옮길 때마다 신규로 입사하여 경력이 이어지진 못했지만, 처음부터 시작함으로써 얻는 점도 있었다. 신입사원 생활을 3번이나 경험하니 각 직장의 업무와 급여, 그리고 직장인의 삶에 대해 자연스럽게 느끼고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직장인으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그 경험과 느낌을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나의 성공이자 실패의 기록들이 누군가에게는 오답노트가 되리라 생각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내가 근무한 직장의 급여, 업무, 사람, 근무환경, 분위기 등은 완벽하게 달랐다. 좁디좁은 대한민국이고 뻔하디 뻔한 한국사람임에도 직장에 따라 이토록 많은 것이 다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반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직장으로 이직해도 변함없는 것도 있었다. 모든 조건이 달라졌지만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은 전혀 해결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경험도 했다.
지금도 수많은 직장인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몇 주 전에 그랬고 몇 주 안에 또 그럴 것이다.
'내가 이런 일까지 하면서 이곳에 있어야 해?'
'왜 나한테만 일을 줘. 내 옆에 놈 계속 노는 거 안 보여?'
'책임질 사람은 저 사람인데 왜 나를 추궁하지?'
'진짜 저 XX만 없으면 버틸 수 있을 텐데.'
'내가 생각했던 직장인의 삶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여기는 나랑 맞지 않아. 살기 위해 옮겨야겠어.'
장담컨대 이런 고민들은 대기업이냐 공공기관이냐, 내 직장이냐 저 직장이냐의 선택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한국의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겪는 고민이다. 이직을 수백 번 해도 만나기 싫은 놈은 또 만나고, 하기 싫은 일은 또 하게 된다. 옆에 놈은 늘 노는 것처럼 보이는데, 결국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 사실이 그렇지 않아도, 직장을 다니는 한 당신은 그렇게 느끼게 된다. 적어도 내가 그랬고, 내가 아는 모든 직장인들이 그랬다.
앞으로의 글은 서로 다른 직장에서 느끼고 경험했던 일들의 기록이다. 1부는 취업부터 지금의 직장까지 이어지는 나의 직장 유랑기를 담았다. 취업준비와 취업, 이직준비와 재취업의 과정 속에서 경험한 고민과 깨달음에 대한 글이다. 2부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차이다. 업무의 양과 질, 실제 받는 급여,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직장의 분위기에 대해 알려주겠다. 이직 때 내가 궁금했던 부분을 경험자의 입장으로 정리했다. 3부는 직장인이 겪게 되는 고충을 경험담으로 풀어보았다. 퇴사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첫 취업을 앞두고 읽었다면 내 삶에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되는 내용을 담고자 노력하였다. 앞으로의 글이 취업준비생과 직장인들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