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에게,
안녕? 잘 지내?
너는 어떤 어른이 되어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어. 마치 공주 인형처럼 매일 다른 머리스타일과 예쁜 옷들을 입으며 지내고 있어. 그런데 어쩐지 엄마의 사랑이, 그리고 그런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나의 노력이 조금 과한 것 같아. 나는 요즘 발레도 꾸준히 하고 웅변 학원도 열심히 다니고 있어. 사람들 앞에 나가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을 한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야. 적응도 잘 안되지만 어찌저찌 따라가고 있어. 이걸 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발표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그리고 연설을 해내면 상도 주더라. 벌써 상도 꽤 모였어.
나는 가족끼리 예술의 전당에 놀러 갈 때가 참 좋아. 싱싱카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면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더라. 그리고 저녁이 되면 예술 극장 쪽 건물 윗층에서 발레 공연을 준비하는 언니들이 보이는데 나도 언젠가 저 언니들처럼 되고 싶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은 발레복이야.
34살의 너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이 잘 안 가. 너는 어떤 삶을 살고 있어? 그 때의 너는 무엇을 좋아해? 좋은 사람들은 많이 만났어? 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뭐야?
그 때의 너는 이미 어른이 되었겠지만 조금은 덜 의젓했으면 좋겠다. 학교 선생님들과 아빠 엄마, 친구들의 엄마들이 원하는 대로, 권하는 대로 따라가지 말고 너 스스로에게 많이 솔직한 사람이 되었다면 좋겠어. 더 이상 어른들의 칭찬이나 학교에서 주는 상을 받지 않아도 되니까 그 때의 너는 자유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나는 너의 얼굴 표정이 궁금해. 너는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어? 나는 네가 행복했음 좋겠어. 행복이 무엇인지 지금의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 때의 너는 행복을 잘 알았으면 좋겠어.
네가 좋아하는 것을 네가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어른들의 말, 친구들의 말에 크게 영향받지 말고, 상처받지도 말고 너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어쩐지 지금의 나는 진짜 나 같지가 않거든.
그 때의 너는 네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으면 좋겠다.
미안해,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도 전에 어른들이 원하는 모습에 맞춰버려서.
나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고, 떼쓰고 싶고, 어린 아이처럼 살고 싶은데 너무 잘 길들여져 버려서 미안해.
네가 너무 많이 돌아가게 되지는 않을까, 너 자신을 찾아가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돼.
미안해. 그 때의 너는 너로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할게.
자유로운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발 길 닿는 곳마다 멈추어 춤을 출 수 있기를,
모든 부담을 다 내던지고 훨훨 날아가기를,
그렇게 진짜 너로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
이 편지를 읽는 네가 웃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내가 행복을 보낼게!
- 1999년의 어느 날, 8살의 나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