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붙이는 편지
안녕 복돌아 규삼이 형이야. 약 20년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인 편지를 너에게 쓰려해. 언젠가 네가 저 멀리 떠나 글을 읽을 수 있다면 이 편지를 읽고 내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네.
오늘 병원에서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이번이 제일 큰 고비일 거라고. 사실 나도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너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동안 애써 부정하고 있었던 것 같아. 너와 함께한 시간이 약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내 눈에 담기는 네 모습은 여전히 아기 같기도 하고 이전에도 있었던 여러 고비들을 네가 잘 버텨주면서 이번에도 혹시나 잘 버텨주어 나와 더 시간을 함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말이지. 하지만 입원시킨 너에게 또 올게 인사를 건네고 병원을 떠나면서 다시 한 번 느꼈어. 너와 나의 시간은 다르다는 걸.
언젠가부터 넌 쉽게 하던 모든 사소한 것들도 서투르고 어려워졌지. 너의 네 발로 산책하고, 여기저기 잠자리를 바꾸며 돌아다니는 일, 화장실에 들어가 대소변을 가리는 일 같은 것들 말이야. 나는 네 마음을 잘 모르지만 실수를 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네게 "늘처럼 하던 것들이 잘 안되서 많이 속상하지 복돌아 그래도 괜찮아." 작은 위로 삼아 건넸었는데 그때마다 넌 억울해 보이는 눈망울로 지긋이 나를 바라보았었는데 넌 어떤 생각을 했던 걸까 문득 궁금해지네.
있잖아 복돌아. 나는 서툴러지는 너로 인해 하나씩 늘어나는 제약들 때문에 가끔씩은 불편함이나 답답함을 크게 느끼기도 했었고, 너와 관련된 병원 비용이 점점 늘어나면서 부담을 느낄때도 있었어. 그런데 막상 네가 한 번씩 몸 상태와 컨디션이 나빠져서 병원에 입원하고 나 혼자 집에 있는 날이면 늘 해야하는 일들이 당장엔 없어 편한데도, 마음이 불편하고 네가 보고 싶더라. 그냥 너로 인해서 불편하고 귀찮은 게 차라리 좋겠다 싶더라고. 나는 네가 없어도 모든 걸 할 수 있지만, 너는 내가 없으면 모든 걸 할 수 없으니 어쩌면 네가 더 불편하거나 답답함을 크게 느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 네가 해야하는, 하고 싶은 루틴들의 원하는 때가 있는데 내가 자꾸 다른 때에 하러 가자고 하거나, 시간을 놓칠 때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야.
너를 처음 데려왔을 때 복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이름을 복돌이라고 지었는데 이름대로 난 큰 복을 받은 것 같아. 보통 강아지들 수명보다도 훨씬 긴 시간을 나와 함께 해줬고, 시한부가 될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네가 잘 버텨줘서 거의 5년은 더 함께 했잖아. 이 약 5년의 기간에 복돌이가 몸이 아프고 힘든 때이기도 했지만, 사실 나도 이런저런 일들로 많이 힘들었거든. 근데 병을 잘 버티고 이겨내주는 너를 보면서 어쩌면 나도 힘을 내고 잘 버티고 이겨내왔던 것 같아. 정말 고마워. 그리고 누나도 복돌이를 만난 게 정말 축복이라며 복돌이한테 고맙다고 전해달래.
복돌아. 너의 네다리로 힘차게 달릴 수 있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심장 터지도록 함께 달려볼걸, 네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더 좋은 곳에 함께 다녀올걸, 조금이나마 더 괜찮을 때 내가 좀 더 잘 관리해줄걸 싶은 후회가 바닷물처럼 밀려와. 만약 그랬다면, 너는 지금보다는 더 몸이 덜 아프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야. 정말 미안해.
20년의 시간동안 나만 기다려주고 바라봐준 복돌아. 이번에 만약 퇴원하게 되면 오랜만에 누나랑 셋이서 사진 찍으러 가자. 복돌이랑 사진 안 찍은지 꽤 오래된 것 같더라구. 아니면 셋이서 바다 냄새 맡으러 가볼까. 그것도 괜찮겠다. 아무튼 복돌아, 만약에 네가 저 멀리 떠나게 되면 거기서는 더 이상 나를 기다리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면서 돌아다녀. 그러다가 한 번씩 인사하러 오고 싶으면 그때 와서 잠깐 들려줘. 이제는 내가 남은 시간동안 너를 기다릴게.
내 가장 오래된, 사랑하는 동생 복돌아. 나는 정말 너를 사랑했고 사랑한단다.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나면 그때 신나게 달리기 하러 가자. 그때까지 운동 열심히 하고 있어 어렸을 때처럼 네가 나 이길 수 있게 알겠지.
사랑한다 복돌아. 아프지 마. 그리고 안녕.
2025. 3. 19.
너의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형 규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