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나 스스로를 믿을 수 있다.

나는 이겼다.

by 구자룡
나는 이제 나 스스로를 믿을 수 있다.


20개. 한 번에 20개를 하고, 5세트를 했다. 그게 나의 시작이었다. 시작을 하긴 했었는데, 작심삼일 일 경우가 많았다. 그리곤 다시 시작하곤 했다. 그렇게 몇 년을 흘려보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거창할 것도 없다. 팔 굽혀 펴기 이야기다. 지금은 매일 거의 빼놓지 않고 60개씩 5세트, 300개를 한다. 전엔 회당 100개를 목표로 해서 하기도 했었는데, 자세도 교정하고 제대로 하자 해서 개수를 좀 줄여서 지금은 회당 60개를 하고 있다. 조금 더 늘려 가려하고는 있지만 서두르지는 않는다.


팔 굽혀 펴기 몇 개 하는 게 시작이고 도전이라 보기엔 낯 간지럽다. 하지만 나에겐 의미를 갖는 일이다. 난 회사일을 제외하고는 나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독해 본 적이 없다. 회사일이 곧 내 일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멕시코에서 11년간의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복귀를 하였다. 한국에 들어오니 제일 먼저 나는 내 나이가 상당히 많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왔다.


나는 50대이다. 이 나이가 그렇게나 많은 나이인 줄은 미처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세대를 이렇게나 명확하게 구분한다는데 나는 정말 놀랐다. 한국에서 회사에 출근은 하면서 적응도 해가고 있는데 이상하게 뭔가 허전했다. 멕시코에서 11년 동안 살면서 멕시코 문화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일을 해오다가 본사에 오랜만에 오니 적응할 기간도 필요했다.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고 하면서, 내가 그저 나이만 들어가고 있는 것 만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자고 하는 일상이었다. 그러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가 필요했다. 돈도 안 들고 매일 해가면서 내가 뭔가 좋아진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팔 굽혀 펴기(이하 푸시업)였다. 매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았고, 그저 엎드리면 되는 그런 운동이었다. 이걸 하기로 했다.


나는 아주 깡말랐다. 그동안 내가 깡마른 것이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고, 건강검진에서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멕시코에서 공장 건설 두 개를 관리할 정도로 건강 자체엔 아무런 불편함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나는 절실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허전함과 나이 들어갊을 인지하게 되면서, 겉에서 보이는 몸에도 변화를 가져 오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하면서 나는 엎드렸다. 하나, 둘, 셋, 넷 하면서 20개를 채웠다. 그리고 이를 5세트를 했다. 마음에선 이미 나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내가 이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회사 일을 제외하고 - 즉, 나의 외부에서 나를 제어하는 걸 제외하고 - 내가 한 가지 일을 한 달 이상 지속했던 적이 있었던가? 언젠가 한약을 먹으면서도 장모님께서 비싸게 구입해서 주신 한약을 15일간 먹어야 하는데 것도 일주일도 못 가서 잊어버렸던 내가 이번에 이렇게나 쉬운 시작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지 나는 나를 의심했다. 이거 한다고 좋아지기는 할까? 그럼에도 나는 다음날도 엎드려서 푸시업을 했다. 그다음 날도 했다. 작심삼일은 넘겼다. 하다 보니 이게 일주일이 넘어갔다. 이젠 나와 푸시업의 싸움이 되었다. 푸시업은 나에게 언제까지 하나 두고 보자라 했고, 나는 이거만은 내가 이기겠다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가고 이주일이 가고, 한 달이 넘어갔다. 6개월 여가 지날 무렵 나는 거의 회당 100개를 했다. 그러니 한번 엎드려 운동을 시작하면 총 500개를 하는 것이다. 나처럼 이렇게 마른 사람이 푸시업은 500개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나는 이겼다. 나를 이겼고, 푸시업을 이겼다. 1년이 경과한 이 시점에 나는 매일 푸시업 60개씩 5세트 (자세를 교정했다.), 스쿼트 - 양손에 5kg짜리 아령을 들고 - 25회, 5세트를 매일 한다. 스쿼트를 시작할 때는 실은 겁이 났다. 한동안 무릎이 아파서 고생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스쿼트 하기가 겁이 났었다. 하지만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 앞으로 푸시업과 스쿼트의 숫자를 더 늘려갈 계획이지만,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깡말랐고, 겉모습은 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나는 나 자신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어떤 시작도 두렵지 않다.


나이 50이 넘어서 뭔가를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푸시업 몇 개 하고의 일은 아니다. 나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믿게 되었다. 이제 나는 내가 무엇인가를 시작하면 내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도 끝낼 수 있다. 푸시업의 시작은 나에게 나와의 믿음을 시험하는 도전이었다. 나는 이제 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나는 푸시업을 할 것이란 걸 안다. 내가 나를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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