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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복현 Aug 21. 2023

3개월 공실 1주일 만에 최고가 계약


19년도 울산에 소형 아파트를 갖고 있던 H는 전세가 나가지를 않아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주변 입주물량이 많을 때는 구축에서 신축으로 이동하는 세대가 많아 구축이 공실이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협력한 결과 최고 높은 가격으로 전세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짜릿했던 경험을 지금부터 시작해 봅니다.


우선 H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세가 안 나가는 원인은 주변 입주물량 과다가 첫 번째 원인이었다. 다음으로는 "30년 된 구축이고 주차장도 협소하여 주차전쟁인 아파트라서 공실이 많다." "엘리베이터 없는 6층은 집 구경도 안 가려고 한다" 부동산 사장님들의 반응이 이러하였으니 전세 계약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매매든 전월세든 가격경쟁을 먼저 하게 된다. 다른 물건보다 좀 더 싼 가격으로 내려야만 계약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도 있기는 하다. 컨디션이 다른 집보다 더 좋은 상태일 때 기꺼이 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계약을 하게 된다. H는 주변 물량으로 가격경쟁이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2천만 원 가까운 거금을 들여 최상의 인테리어를 완성하였다. 그러나 공실은 3개월이나 지속되고 있었다.


많은  문제들은  현장에서 시작하는 게 도움이 된다. 우리도 어스름한 저녁에 현장에 도착하였다. 목표는 공실 탈출이니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다.

공실 탈출이 가능한 단서가 필요하다. 6층이라는 단점이 얼마나 큰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계단의 숫자 기울기를 살펴보면 된다. 막상 6층을 올라가기 위해 1층에서 6층을 바라보았을 때는 까마득하게 보였다. 무거운 짐을 들고 어떻게 6층까지 올라가지? 힘든 등산을 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준비하고 올라가는 경험을 하는데..... 엥 뭐지. 왜 이렇게 편하지. 계단의 기울기도 숫자도 적당하여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6층이라는 마음의 벽은 우리부터 해결이 된 것이다.


부동산 사장님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도 생각을 하여야 했다. 사실 6층이라는 마음의 벽은 부동산 사장님들에게도 있었다. 2층 3층에도 좋은 집이 있는데 비싼 6층까지 올라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 불편함을 해결하여야 6층 집을 볼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집에서 찾아야 했다.

이런 생각으로 6층 세대 문을 열은 순간 깜짝 놀랐다. 보통 임대를 위한 집의 인테리어는 저렴한 마감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니 새로 인테리어를 한다 해도 고만고만하다.



그러나 H의 집은 달랐다. 뒤쪽 발코니 타일이 바닥뿐만 아니라 벽까지 시공이 되어있었다. 비용이 추가된 곳이 보인다.

다른 방도 주방도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나 앞 베란다에는 파벽돌로 벽이 마감되어 있고 바닥은 나무데크가 깔려있어 일반 가정용 인테리어라기보다는 카페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 생각을 잡았다. "카페 같은 베란다." 광고용 문구가 만들어졌다.


이제 우리의 생각을 보여줄 차례이다. 아무도 찾지 않았던 지금 상태로는 공실 기간만 길어질 뿐이다. 어떤 사람이 보아도 '카페 같은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카페 같은 베란다가 있는 예쁜 집'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다이소로 행했다. 와인잔과 화분 몇 개 그리고 캔디를 준비하였다. 카공족이라는 말도 있으니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H는 노트북을 꺼내왔다. 베란다 데크에 식탁 매트를 깔고 화분 몇 개와 와인잔 그리고 노트북을 적당히 배치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예쁜 카페 같은 공간이 되었다.


또 우리는 단서를 찾아야 했다. 아파트 관리소 게시판과 전봇대에 매물 광고물이 보였다. 관리소에서 이사 세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아무리 거래 결벽이라 해도 이사 세대가 있다는 것은 거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늦은 저녁에 도착하여 현장을 보니 좋은 점도 있었다. 야경을 볼 수 있었다. 6층의 단점이 멋진 야경으로 장점이 되기도 한다. 우리 집의 장점을 찾는 것은 부동산 사장님에게 요구할 일은 아닌 것이다.


카페 같은 베란다가 있는 예쁜 집의 야경 사진도 있고 거래가 된다는 것도 확인하였으니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광고였다. 지금까지는 가까운 부동산 사무실에 의뢰를 하는 정도였다면 우리는 방법을 다르게 하여야 한다. 우리 집 물건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중개인에게 물건을 의뢰하고 기다리는 것은 어쩌면 운에 내 물건을 맡기는 것과 똑같다. 관심이 있다 하여도 부동산 사무실 사정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로 하였다.


노출된 부동산 사장님의 연락처를 엑셀로 모으고 나의 물건에 관심 있는 부동산 사장님만 찾으면 된다. 그분들에게 물건을 의뢰하고 소통하면서 조건을 수정해 나가는 방법이다. 회사처럼 업무를 한다는 생각이다. H랑 카페에서 아파트 주변뿐만 아니라 좀 더 먼 곳의 연락처를 취합하고 광고용 문자를 만들었다. 이 방법은 많이들 사용한다. 부동산 사장님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문자로 작성하여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광범위한 곳까지 광고를 하여야 하니 전략이 필요하다. 확률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광고용 문자는 4단계로 나누어 발송한다. 1차는 불특정 다수이다. 관심 있는 부동산 사장님을 찾는 작업이다. 모든 걸 오픈하는 것도 받는 사람 쪽에서 피곤한 일이다. 관심 여부만 체크한다. 2차 문자는 1차 문자에 대한 답변을 보면서 피드백을 하는 것이다. 3차 문자는 거래가 잘 되기 위한 도움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4차 문자는 계속 관리, 소통에 필요한 문자 내용으로 구성이 된다. 이런 과정은 시간이 3시간 이상 걸린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 사장님은 우리 물건을 기억하게 하는 전략도 포함이 된다.


이 방법을 H의 물건에도 적용을 하면서 효과적임을 확신을 하게 되었다. 우리 집은 나 자신이다. 나의 가치와 바꾼 현금이 투입된 곳이니 소중하게 대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6층이어서 거절당하고, 엘리베이터 없어서 거절당하고, 주차장 없다고 거절당하고, 3개월 동안 거절만 당한 H의 집은 당당한 모습으로 광고를 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1차로 수집한 부동산 연락처는 52개 정도였다. 1차 문자 내용은 살짝 공개해 본다. 4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좋은 것 같다.

" 안녕하세요. 소장님! 연휴 잘 보내시는데 급한 마음에 올려봅니다. 00 아파트 소유하고 있어요. 인테리어는 큰돈을 들여서 고급 지게 해 놓았는데, 소장님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인테리어에 과한 투자를 해서 전세를 8천만 원 놓고 싶은데요. 관심 있으신 분들 문자 주시면 동호수 보내드릴게요. 일을 하고 있어서 문자 부탁드립니다. 항상 소장님의 사업이 번창되시길 기원합니다."


1차 문자는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파트 이름과 전세인지 매매인지만 오픈하고 " 소장님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중개가 가능하신 분들은 연락을 주시면 동호수 보내드리겠습니다." 이 문자에는 상대방이 중개 전문가임을 존중하며 도움을 요청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문자 하나에 우리 아파트 정보를 모두 넣는다면 관심 없는 분에겐 문자 공해이고 우리 아파트의 소중함도 줄어드는 것 같아 이 정도의 정보만 담아 보낸다. 관심 있는, 중개가 가능한 부동산 소장님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1차 문자를 받고 관심 있는 부동산 사장님들은 11개 중개사무실이었다. 그중에 정말 소통이 잘 되었던 분 문자를 공개해 본다.

"안녕하세요. 00 공인 중개사 00입니다. 00 사거리에 00 건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매물에 대한 정보 좀 보내주세요. 최대한 빨리 손님을 맞춰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분은 해당 아파트와 거리가 좀 있는 곳에 사무실이 있어 '00 사거리'라는 표현을 쓴 걸로 보아 거리가 있어도 해당 물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번에는 2차 문자를 보낼 차례입니다.

" 소장님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00동 00호이고요. 2천만 원 가까이 들여 올 수리 후 첫 입주라 이왕이면 깨끗하게 집 아껴주실 분 소개받고 싶습니다. 깔끔한 고급 트렌드 인테리어와 난방비 절감을 위해 단열, 보일러, 새시 교체, 초등학교 바로 옆, 00 아파트 최고의 뷰와 카페 분위기도 준비했습니다. 남은 휴일 좋은 시간 되십시오"



2차 문자부터는 적극 홍보를 할 타이밍이다. 1차 2차 어디에도 단점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위 문자를 볼 때마다 문자의 정석 같은 느낌이다. 동호수를 오픈했지만 엘베 없는 6층의 단점은 상상도 안된다. 이 문자를 보면서 소장님은 무엇을 상상하고 어떤 고객님을 상상할까?

깨끗하게 집을 아껴주는 사람은 “신혼부부나 젊은 사람이 좋겠어.” 세입자 거주 비용까지 아껴주는 단열공사 및 새시 교체, 한겨울에 보일러 고장 나는 난감함을 덜어주는 따뜻함, 최고의 뷰. 그리고 생소한 단어 ‘카페’는 “바로 세입자를 물색해야겠군” 이러할 거라 상상해 본다.


5월 12일 일요일에 1차 문자가 발송되었고 11개 중개업소에 사진을 포함하여 상세 내용이 발송되었지만 금요일까지 우리가 원하는 소식이 없었다. 그렇다면 내일은 토요일이고 직장인들이 방문하는 날인데 딱 1명만 우리 집을 계약하면 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소장님은 수십 개의 전세매물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아파트를 제일 먼저 기억하고 소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드려야 한다. 우리 아파트에 관심 있는 소장님 11명에게 문자를 발송해 보자.


이제 3차 문자 발송 타이밍입니다." 소장님~ 일전에 인사드린 00동 00호 임대인입니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많이 힘드시지는 않으신지요? 주말에 전세 구하는 분 있으시면 2천만 원에 가까운 올 수리 후 첫 입주에 00 뷰도 좋고 위층 층간 소음 걱정 안 해도 되는 저희 집 꼭 소개 부탁드립니다. 젊은 분이라면 카페 분위기 좋아할 것도 같은데, 주말에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전세 8천(인테리어 비용으로ㅠ)이지만 좋은 분 계시다면 소액 조정도 가능합니다." 금요일 점심시간에 다시 문자를 보내게 되었답니다. 정확하게 12:52분





드디어 5월 17일 금요일 점심시간에 보낸 문자 바로 다음 12:56분에 임대인을 찾는 문자 소식이 왔습니다. 전화 달라는 부동산 사장님에게 "소장님 감사합니다. 좋은 소식 왔으면 좋겠네요. 소장님 좋은 부 오시면 소장님 재량으로 500만 원까지는 네고 가능합니다."라는 문자 답변을 보내드렸죠. 12:15분에 "지금 손님이 기다리고 계시는데 바로 보내 주실 수 있나요?"라는 문자가 옵니다. 내부 사진 요청 건이었던 거 같습니다.


5월 12일 일요일에 첫 문자를 시작으로 금요일에 요청하신 분이 계약이 되었고 5월 19일 문자에 소장님에게 계약이 되어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내면서 친구분 것도 의뢰를 같이 하는 문자를 보내게 됩니다.


5월 20일 월요일에는

관심 있다고 동호수 달라하신 소장님들에게 감사 인사 문자를 다시 보냅니다.

" 소장님,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00 아파트 00동 00 임대인입니다. 관심 가지시고 신경 써주신 덕분에 저희 집 전세가 나갔습니다. 시장이 힘들어서 올해는 매도를 못하였지만 내년 이후 좋아지면 매도까지 고려해 보려 합니다. 관심 끊지 마시고 담에 인연 맺을 수 있도록 가끔 연락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장님" 이렇게 감사와 다음을 기약하는 문자가 마무리되었습니다.


· 5월 12일 1차 52개 단체 문자 발송

· 2차 11개 상세 문자 발송

· 5월 17일 3차로 주말 관심 유도 문자발송

· 5월 19일 가계약금 입금

· 5월 20일 계약 알림과 감사 문자 발송


외면받던 6층은 처음 목표했던 것처럼 최고 높은 가격으로 전세 계약이 되었다. 예쁜 집은 알려야 한다. 광고를 하여야 한다. 예쁜 사진은 강력한 클로징 역할을 한다. 광고는 우리 집 중개에 관심 있는 소장님을 찾고 소장님을 협력자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자 시스템은 지금까지도 애용하는 방법이다. 이런 시스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밝아 보이고 넓어 보이고 예쁜 집이면 더욱더 효과적이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장기화된 공실의 고통보다는 훨씬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문자 시스템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현장 방문보다 시간이 절약된다. 둘째, 부동산 소장님을 대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정말 좋은 소통 방법이다. 공실 탈출 프로젝트로 1주일 만에 계약이 완료된 것은 임대인에게도 나에게도 기쁨이다. 사람들은 이제 공실 탈출을 고유명사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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