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Miel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나라로 이주해 오게 된 것은 벌써 20년도 더 전의 일이었다.


친구도, 때로는 연인도 있었지만, 나는 타국에서 어딘가 정착하지 못하고 바다를 떠도는 배처럼 살고 있었다.


그런 내 삶에, 문득 그가 나타났다.


한국인도 아니고, 내가 살고 있는 나라 출신도 아닌 제3국에서 홀연히 나타난 외국인 여행자였던 그.

모든 것이 불분명하고 불안정하던 20대의 우리는 그렇게 만나 미래를 함께하길 약속했다.


졸업을 하고, 직업을 찾고, 인생 계획을 세우고.. 불분명하던 주위의 모든 것들이 하나씩 뚜렷해져 가고, 커리어 면에서도 경제적으로도 조금씩 안정을 찾으면서 우리는 30대를 맞이했고 결혼도 했다. 모든 것은 순조로워 보였고, 일상은 평온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말로 끝나는 오래된 동화처럼, 우리도 그렇게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당한 행복 속에서 매일매일 열심히 살던 4년 전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상상도 못 한 불행이 우리를 집어삼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