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단상(斷想)

배 뒤집힌다 생선구이

by 귀연

사진관을 운영하시던 아빠가 바쁘다며 할머니 집에 나를 맡기고 간 날

고등학생이었던 막내삼촌과 함께 밥상에 앉았다.

동그란 은빛 알루미늄 밥상, 동그란 접시 위에 놓인 빨강 초록 반찬들, 그리고 그 가운데 놓인 제일 큰 동그란 접시 위 구운 생선 두 마리


여섯 살 손녀 앞에 등지느러미 가시와 대가리만 바른 생선을 놓아주신 할머니는, 주름진 손 바쁘게 놀려 막내삼촌의 생선만 살을 바르신다.


할머니의 손기술을 한참 동안 가만히 살피던 내가 생선 한 면의 살을 어찌어찌 먹고는, 작은 손으로 생선을 잡아 뒤집었다.

그러자 곧바로 들려온 커다란 호통소리.


계집애가 어디 생선을 뒤집어!

재수 없배라도 뒤집히면 어쩌려고!


입안에 몇 톨 남았던 밥알이 보이도록 반쯤 벌어진 입과 깜짝 놀란 동그래진 눈 안에 금세 들어찬 눈물

할머니가 삼촌만 발라주고 나는 안 발라줬잖아!

속엣말을 내뱉지 못한 아랫입술이 밥알을 매단 채 앞으로 쑥 나오고, 도독 흘러내린 눈물은 짭짤한 소금간이 되어 입 안으로 스며든다.


나 안 먹어

볼멘소리로 애먼 막내 삼촌만 째려보고 일어선 나는, 저저저! 혀를 차는 할머니를 외면하고 방을 나와 쿵쾅쿵쾅 마루를 걸었다.


배가 왜 뒤집혀

나도 살 발라주지!

삼촌은 고등학생인데!

나보다 큰데!

배가 왜 뒤집혀!


서러운 눈물이 가득한 두 눈을 꾹 감았다 뜨며 꼭 닫힌 거다란 대문을 바라본다.

아빠만 와봐라

집에 가서 생선 구이 먹으면서 계속 뒤집고 엎고 뒤집고 엎어야지!

밥상에 배가 어딨어. 배가 왜 뒤집혀!


십 년이라는 시간이 몇 번을 구르고 엄마가 된 나는 식탁에 차려진 생선을 발라먹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생선살 발라 먹고 뒤집는 거 아냐.

등뼈를 잘 떼낸 후 그대로 살을 발라먹어. 생선 뒤집으면 물고기 잡는 배가 뒤집힌대.

응? 왜에?

깜짝 놀라는 아이들을 향해 나는 빙긋 웃어 보인다.

기원이지.

바다로 나간 어부들이 탄 배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

아아 하는 감탄 섞인 소리를 낸 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을 보며, 말본새 고약하던 우리 할머니를 생각한다.


계집애가 어디 생선을 뒤집어!

재수 없게 배라도 뒤집히면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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