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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대맡이야기꾼 Feb 10. 2020

우리의 디스토피아적 미래

기후 위기와 전염병

2020년. <블레이드 러너>, <메트로폴리스>처럼 과거 미래를 묘사할 때 자주 등장하던 시대가 시작됐다. 인공지능 로봇, 우주여행,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와 같은 상상은 아직 개발 중이지만 그래도 상상했던 방향으로 우리는 나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미래를 상상하는 대다수의 작품 속 미래는 음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 음울한 미래엔 로봇의 반란이나 외계인의 침공, 세계 전쟁, 좀비의 창궐 등 주로 인간에게서 비롯된 재앙이 우리를 지배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상이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일어날 것만 같다는 거다. 아니 오히려 어떤 재앙이 먼저 시작될지 하는 순서의 문제로 보인다. 물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상당수가 미래가 어떻게 되든 지금 나 사는 것도 힘들다고 말하거나 재앙이 온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한 음모론이라는 무책임한 소리를 해대며 지금 이 순간의 소비 행위에 집중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들의 이기심을 근거로 현실은 나아지기 힘들며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반증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맞이할 디스토피아의 포문을 여는 것은 무엇일까? 인류학적인 문제나 예측 불가능한 문제를 제외하면 '기후 위기'와 '전염병'이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팩트 풀니스>의 한스 로슬링이 주장하듯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면 인구수는 자연 조절되어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지만 불과 100년 만에 세계 인구는 20억에서 80억으로 4배가 되어 이미 적정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급격히 늘어난 인구를 먹이고 재우기 위해 소모되는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환경 자원과 80억 인구가 경제발전을 위해 서로 경쟁하듯 내뿜는 탄소는 이미 지구의 자정 기능을 파괴하여 피부로 느낄만한 기온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최근 10년 사이 유행했던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지금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각종 전염병은 소설과 영화 속 '좀비'의 창궐이 더 이상 상상만은 아닐 거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동물의 본성을 무시한 비정상적인 공장식 사육 방식과 야생동물의 불법적인 도살, 유통은 바이러스의 변이를 일으켜 인류를 위협하며, 인류가 '먹지 않는' 동식물은 점차 살 곳을 잃고 멸절의 길로 가며 생태계의 고리가 헐거워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막연하게 항상 위기를 넘겨왔던 인간이 이번에도 가까운 미래에 대단한 발명품을 만들어 세계를 다시 살기 좋게 돌려놓을 수 있다는 SF적인 상상을 한다.

그런데 이번엔 진짜다. 이제 정말 유효한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기온의 상승과 함께 나타난 전 지구적 재앙은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예상과 한치도 다르지 않으며, 앞으로 지구의 온도가 2도 이상 오르면 나의 자녀와 후손들은 우리가 보아온 세상을 사진과 영상 속에서나 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은 우리 다음 세대가 기성세대인 나와 나의 윗 세대에 외치는 원망의 목소리로 들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우리 세대가 잠시 전세 내어 살다가 만기가 되면 다음 세대에게 돌려주는, 말 그대로 잠시 들렀다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마치 지구가 우리에게 주어진 전유물인 마냥 신의 선물인 마냥 막 사용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것 아닐까?


그래.. 하지만 우리는 알지 않나? 자본주의 사회에선 결국 돈이란 걸. 돈이 없으면 환경오염이고 지구 멸망이고 뭐고 지금 죽게 생겼으니깐. 테드 창의 <숨>이나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와 같은 초현실적이면서 인문학적으로 깊이 있는 상상보다 다들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멸망의 시나리오가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게 순도 100% 리얼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기후 위기와 생태계의 파괴로 결국 인류의 30% 이상이 굶주리고 전쟁과 피가 난무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다시 한번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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