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이 비범인 이유
10월5일의 파트1
사이토 다카시 센세이는 본인의 책, 글쓰기의 힘에서 말하는 것들을 글로 옮겨보라고 했다. 나도 책을 여러권 낸 저자가 되었다. 감히 작가라는 말을 쓰지는 못하겠다. 내 머릿속에는 작가라고 하면 무라까미 하루키 선생님 같은 분들이라서다.
그래도, 사람이 배운게 있으면 행해야 하지 않겠나~ ㅎㅎ 오늘 하루를 SNS에 후르륵 올리고나 보는 사람도 없는 유투브에 영상 일기처럼 찌지직 올리지 않고 글로 써본다. 돈벌이 방법이나 가르치고 쓰는 속물 같은 책, 글과 영상을 생산하다 보면 나 스스로 마치 무슨 장사꾼 같이 느껴진다. 분명 ( i ) 의 성향은것 같은데 살아오면서 학습된 ~ 만들어진 ~ (T) 라고 생각하는 나다. (i) 성향이 밤이나 주말에 스물 스물 올라온다. 오늘이 주말 아닌가?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지금은 24년 10월 5일 토요일 오후 2시18분이다. 영화의 한 장면 처럼 화면이 뒤로 흘러 흘러가서 속초에서 돌아오는 차안의 나, 이른 시간 막국수를 먹고 있는 나 ... 시간이 되돌아가서 새벽 3시반으로 돌아갔다. 전날밤 11시반에 잤으니 4시간을 잤지만 '속초'를 가는 날이면 가야한다는 강박 덕분에 눈이 딱 떠진다.
평일과 다름 없이 집근처 개인 사무실 맨바닥에서 잠이 깼다. 오늘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캠핑 매트 하나를 넓게 깔고 그 위에 이불 하나 (요) 깔고 쿠션하나 안고 자다가 깼다. 깨어나자 마자 눈만 뜨고 사무실 블라인드 밖으로 조금 보이는 거리 풍경을 바라본다. 가을에 접어들어 기온이 부쩍 내려가다 보니 창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제법 싸늘하게 느껴진다. 난 겨울에 이 싸늘함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잘 안다. 침대를 벗어나 가게 맨바닥에서 노숙처럼 잔것도 이제 2년이 넘어간다.
나이 50이 넘어서 무슨 ... 이뤄 놓은게 하나 마음에 드는게 없고... 스스로 남은 인생 더욱 열심히 살자고 각오하고 징벌적으로 맨바닥 잠을 자고 있다. 최근 일본 영화 퍼퍽트 데이즈에서 야쿠쇼 코지가 연기한 주인공 히라야마의 아침과 너무나 닮은 나의 아침이다. 영화를 처음보고 나랑 너무 닮은 주인공 덕분에 영화를 4번이나 보고 심지어 영화의 장소를 도쿄에 일부러 가서 다 보고 왔다. 큰 숨을 들이마시고 눈을 뜨면 잠깐 누워서 생각을 한다. 멍하니 오늘 밀려올 하루를 생각한다.
눈뜨고 멍때리다 보면, 아이폰 알람이 울린다.
상상만 해도 웃긴, 팝핀하는 돼지 처럼 발을 구르며 튀어 일어나는데 보통은 균형을 잃고...아이구 아이구를 내뱉으면서 ... 탁자를 지지하고 온전히 일어나면서 큰 숨을 내쉰다. 가끔 넘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안도의 한숨이다. 일어나면 바로 이불과 캠핑 매트를 갠다. 그리고, 가게(사무실)의 모든 창문을 열고 YTN을 틀어놓고 화장실로 간다. 양치를 하면서 새벽의 가게밖을 걸어다닌다. 아침 양치는 보통 10분 정도하는데, 양치를 하고 들어오면 다음 공정(?)을 한번에 다 해치우려고 커피머신도 예열 시키고, 먹어야할 약들도 다 먹는다. 순식간에 할 것들을 다하면 씻고, 옷을 입는데 ... 가을이 되었으니 가디건을 챙겨입는 즐거움이 아침을 한 번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차를 미리 예열 시켜두고, 내린 커피를 들고, 책장 앞에 서서 오늘 읽을 책을 골라서 가방에 넣고 가게문을 모두 닫고 불을 끄고 문을 감그고 밖으로 나선다. 토요일인 오늘도 똑같다. 틀린 것이 있다면, 시간이 6시가 아니라 4시라는점만 다르다.
4시에 집을 나서서 천호대로 들어서면 차는 워프에 걸린 스타워즈 우주선처럼 서울양양고속도로로 진입한다. 집에서 출발해서 겨우 10분 정도면 하남에 도착한다. 과속하는 건 아니다. 그냥 차가 거의 없다. 가평 휴게소가 다가 올때면 통일교 성전을 지나게 되는데, 내 종교와 아무 상관없이 짧은 기도를 한다. 심지어 차안에는 불경을 틀어놓고도 말이다. 달리는 2시간의 차안에서 명상을 하는 것이 목적인데 부처님이 아닌들 누구에게든 기도하지 않겠는가?
슝~ 가평 휴게소를 지나면 속도를 내준다. 홍천휴게소 스킵 ~ 후드득~ 슝~ 슝~ 터널을 계속 지난다. 서울양양고속도로는 마치 나를 잠수함이라고 느끼게 해줄 정도로 터널이 많다. 그래서, 새벽 운전이 너무나 안전하다. 자주 다니다 보니 어디가 위험한 구간인지, 어느 구간이 드라이빙 맛(?)이 나는 구간인지 너무나 잘안다. 자주 안개가 끼는 편인데, 안개는 나에게 참 큰 가르침을 줬다. 어느날인가 일상이 힘든 어느 날... 맑았던 새벽에 터널하나 지났을 뿐이데 안개가 자욱했다. 순간 위험했고 짜증이 났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
인생과도 같다.
맑다가도 흐리고, 흐리다가도 흐리기만한 법은 없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제는 안개가 끼어도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 마음이 한결같다.
어떤 날씨라도 나는 알게 되었다. 어차피 안개는 거치고, 눈비는 그친다는 것을 어차피 내가 도착하는 곳은 멋진 해변, 맑은 설악산 공기라는 것을 말이다. 고속주행 1시간40분만에 양양IC를 나오면 낙산 해변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해변중 하나다. 보통 새벽 해돋이는 낙산해변에서 즐긴다. 6시쯤 도착해 해돋이 직전에 모래사장에 맨발로 서있다보면 말로 표현 못할 천국같은 하늘색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이 그랬다.
아무리 바다를 간다해도, 오늘 같은 멋잔 해돋이는 몇번 보기가 힘든데, 이 멋진 해돋이 조차도 이제는 감동을 받지는 않는다. 내 마음속에서 항상 잘 뜨고 있기 때문이다. 흐린날이나 눈비오는 날의 해돋이도 너무나 멋지다. 다만, 눈에 붉은 태양을 보지 못할 뿐이지만... 대신, 흐린 날은 다른 것들을 보기 위해 정암해변이나 물치해변을 간다. 흐린날은 파도가 좋는 날도 많기 때문이다.
6시40분쯤 해가 수평선위로 올라온 후에는 나는 음악을 크게 쿵쾅거리면서 낙산사로 향한다. 성질은 드러운 편이지만, 마음은 여리고, 마음 수양을 위해 찾는 바다기에 절에서 불공을 정성스러게 드린다. 낙산사는 관세음보살님을 모시는 절이다. 절 경내를 비교해보면 조계사의 수십배 크기의 큰 절이다. 히라야마의 루틴처럼 절을 찾는 나의 루틴도 있다.
의상대 주차장을 큰 힙팝 음악이나 일본 노래 쿵쾅 거리면서 들어서면 거의 내 차 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가을을 즐기려온 속초 관광객 덕분에 주차장의 반이 차있었다. 주차를 하고 한발 한발 걸으면서 원통보전을 향한다. 낙산사에는 여러 전각이 있지만 나는 가장 오래된 원통보전에서 관세음보살에 불공을 올리고 '꿈이 이뤄지는 길'이라는 낙산사 산길을 걸어서 낙산 꼭대기의 해수관음상을 향한다. 정동을 바라보고 계신 해수관음상에 불공을 올리고 관음상을 한바퀴 돌아본다. 앞으로는 내가 해돋이를 본 낙산해변이 보이고 뒤로는 울산바위가 보인다. 특히, 오늘은 날이 맑아서 설악산이 너무 멋지게 보이는것이 아닌가~!
해수관음상을 내려올 때, 내가 즐기는 좋아하는 행동이 있는데 범종을 은은히 울리게 치면 진동이 몇분을 가는데, 내 손을 올리고 그 진동을 내 몸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인데... 그러다 보면, 느낌상 내 몸과 마음의 먼지들이 털어지는 느낌이다. 오늘도 그러고 있자니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내 육신과 정신의 나쁜 것들이 다 버려진 느낌이었다. 그런 의식(?) 치르고 산을 걸어 내려오면 몇년전 불탄 전각을 재건한 보타전이 나오는데,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멋진 법당이다. 규모도 어마어마 하고 화려함이 장난이 아니다. 통일신라 불교의 느낌이 너무나 강하다. 마치 우리나라 IMF 직전이나 일본의 버블경제전 호황때 처럼 흥청망청한 돈맛이 들어간 휘황찬란한 법당이다. 개인적으로는 좋지만 아쉽다. 그래서, 오래된 아담한 전각에 관세음보살상 하나만 모셔져 있는 원통보전을 위주로 낙산사 불공을 드린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파도치는 절벽의 절경을 보러 낙산사의 홍연암을 찾기도 하는데 몇달전 부터 다리를 다쳐 치료중이라 욕심을 버리고 당분간 안가고 있다.
새벽에 집을 나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