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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로 그린 그림 <파도타기>이야기

기도로 그린 그림 이야기

김현지, 파도타기(Surfing), watercolor on wood, 40 × 60cm, 2009

제12장 파도타기


파도타기의 사전적 의미는 파도를 이용해 타원형 널빤지를 타고 파도 속을 빠져나가며 즐기는 놀이다. 신을 믿는 사람은 그에 의지해 자신의 삶 속에서 파도타기를 한다. 당신이 의지하는 것이 자신이라면, 스스로 가치관에 기대서 이런 놀이를 한다. 


삶이란 여행, 그 속에서 즐기는 놀이가 삶이 주는 행복·고통·연민 모든 감정을 기쁨으로 바꾼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물방울들은 각각의 색을 띠고 있다. 빛이 그 물방울에 비칠 때 반짝임과 바닷속 깊이 박힌 바위 아래 물방울이 떨어질 때 그 빛깔, 이 빛과 공존하는 어두움. 다양한 빛이 모여 바다의 총체적인 색을 이룬다. 


바다를 배경으로 파도 타는 모습을 상상하면 시원한 바다의 소리, 파도가 일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슴이 뻥 뚫어지는 거대한 파도 높이는 이내 큰 산 같이 오르고, 바람의 방향을 따라 줄렁이다 못해 출렁이는 물결 사이에서 파도타기하는 안정적인 자세의 사람은 위험을 즐기는 듯 가만히 있다. 거친 파도가 와도 바다의 움직임에 잠잠히 몸을 맡긴다. 


잘만 킹 감독이 만든 1998년 미국 영화 <서프라이더(In God’s Hands)>에서는 큰 파도가 온다는 소문을 쫓아 발리, 하와이, 멕시코 해안을 여행하는 세 명의 여행자가 나온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은 파도를 타려다 실종되고, 그의 한 친구는 자신의 친구를 죽였던 멕시코 파도를 타기 위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한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40피트의 파도로 윈드서핑을 한다면, 당신은 이미 ‘신의 손’에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처럼 파도를 타는 사람은 바다에 몸을 던질 때, 이미 자신이 신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모르고 시작한 것일까. 바다 표면이 엄마의 품 안인 것처럼 포근하려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야 할까. 아니면 단순한 한 줄기 믿음에서 이뤄지는 것일까. 


<파도타기(Surfing)>에서는 삶에서 출렁이는 순간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환경을 파도 능선으로 표현했다. 인생이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했던가. 운명에 맞서 한 걸음씩 뗄 때,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던 인생이란 파도를 잘 타는 서퍼, 혹은 서툰 서퍼가 된다. 이제 삶이라는 바다에 몸을 던질 준비가 됐는가? 이 파도를 타야 할 서퍼는 바로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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