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갇히는 일

by 여지나

요 며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금의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앞으로의 내가 잘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 마음. 물론 그 '잘'이라는 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확실한 건 행복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았다.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그런 생각을 하다 말다 시간을 보냈다. 길이 보이지 않는 느낌에 출근하다 말고 눈물이 흘렀다. 직장에 도착하는 바람에 억지로 멈췄지만, 빨개진 눈을 어찌해야 하나 생각하며 차에서 내렸다.


다행히도 직장 동료와 마주치자마자 걱정은 잊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히려 일에 빠져드니 나았다. 그러다 업무상 문제가 생겨 해결하러 가는 길이었다. 건물 사이를 걷는 데 바람도 햇살도 따뜻했다. 주변은 초록 나무들이 듬성듬성 푸르렀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중에 오늘 날씨가 가장 좋다. 쌀쌀하지도 않고, 시원하면서 포근한 가을날. 겨우 5분 내외의 산책 아닌 산책으로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졌다.


사람이라는 게 얼마나 단순한지. 자라온 과정과 살아온 시간, 지금의 막막함을 되뇌며 스스로를 괴롭혀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길을 찾아 수많은 문을 두드리고 절망하기를 반복하는 사이, 시간은 나를 이미 열려 있는 문으로 데려다주었다.


내가 기다렸던 문 밖의 찬란함은 아니지만, 시리지 않은 것으로 족했다. 나는 특별히 괴로운 게 아니라, 일상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것뿐이다.


발걸음이 무거운 시간을 묵묵히 걸어가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도 간단한지. 혼자서 끙끙대며 헤쳐나가는 것조차 때로는 어리석다. 모든 걸 참고 이겨내려 하는 자세도 과하면 위험하다.


걸어가든, 멈춰 서든. 흐르는 시간 속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나를 그저 응원하는 일.

이따금 마주치는 햇살과 바람에 몸을 맡기는 일.


내게 필요한 것은 퇴근하고 할 일들을 되새기며 복잡해하는 게 아니었다. 나를 가둬온 것은 내 생각이었다. 생각에 갇히는 것은 스스로 논리적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논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겪어 왔으면서도, 늘 이렇게 처음 만난 듯 헤맨다.


나를 풀어주고 싶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하지 않더라도 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 그럴 자격은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