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이었다.
유난히 힘든 날들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던 평범한 날.
직장에서조차 쉴 새 없이 닥치는 큼직한 일들에, 악몽까지 꾸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날은 꼭 일부러 누가 나를 괴롭히는 것 같았다. 주차장을 나서면 한참을 달리다 곧 집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잠에 들 때까지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할 게 분명한.
나라도 내게 무언가를 주어야 했다.
시내 도로를 지나 국도로 진입하기 전에 매일 지나치는 꽃집 겸 카페가 있었다. 전에 일 때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음료는 그럭저럭 적당한 가격이었지만, 소량만 만들어둔다는 꽃다발은 꽤 비쌌다. 조화답지 않게 생기를 머금은 꽃은 은은한 빛이 자연스러웠다.
"이거 하나 주세요."
연한 핑크빛 꽃들이 가벼운 민트색의 세련된 포장으로 겹겹이 쌓여 있었다. 운전석 옆자리에 꽃다발을 대강 두고 다시 출발했다. 평소처럼 음악을 들으며 달리다 한 번씩 옆자리의 꽃다발에 눈길이 향했다. 의외로 처량하지 않고 꽤 괜찮은 기분이었다.
다음날 출근길, 조수석에 둔 꽃다발을 들고 내렸다. 내 책상 위의 선반에 떡하니 올려두었다. 동료들이 말했다.
"이거 선물 받으신 거예요? 좋으시겠다. 부러워요."
"아니요, 어제 퇴근길에 샀어요."
그렇기 말하고 미소 지었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는 동료들에게 덧붙였다.
"요즘에 좀 힘들어서요, 저에게 선물! 예쁘죠?"
잠시 머뭇대던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꽃다발은 몇 달간 내 책상 위에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조화라 다행이었다. 햇빛에 바래고 먼지가 살짝 쌓일 때까지 버리고 싶지 않았다. 성공적인 위로였다.
그 뒤로 다시 나에게 꽃다발을 선물한 적은 없다.
다행히 그때만큼 직장에서 힘든 일들이 무더기로 날아들지는 않는 요즘에 감사하다. 그래도 종종 위로가 필요하기에 작은 액세서리나 아이스크림, 책 한 권을 선물할 때가 있다.
그러면 세상에 '나와 나'뿐인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시간에도 마음을 데울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내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게,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위로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