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y stellaㅡ별꽃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굳이 들추고 싶지 않은 지난 경자년이지만 코로나는 우리의 반추 의사와 상관없이 이월되었다. 상상 속에도 없었던 불청객은 끊임없이 개인과 사회의 삶의 형태 혹의 문화, 그리고 경제적 충격 내지는 일부 사람들에게 부를 창출하는 반등의 기회마저 되고 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20여 년 가까이 매년 첫날을 산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하는 나는 신축년 첫날도 예외는 없었다. 코로나 집단감염 우려로 대형버스로 다니던 전문 산악회도 거의 활동을 접었기에 서너 명씩 단출하게 다니는 문화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코로나 환자와 달리 백신 접종의 기대는 멀기만 한데 도시마저 유려한 빛을 잃어가고 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갈 수 있는 곳도 점점 줄어드니 이래저래 자영업자만 죽어날 판이다.


그래도 2021년 새해는 밝았다.
'부릉' 자동차 시동소리에 놀란 밤이 달아나고 까만 새벽은 불빛에 휘청인다. 자칭 산꾼이라 일컫는 친구 두 명과 한산하다 못해 적막한 도로를 질주한다.

'우웅 우웅' 새벽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차창을 두드리고 불면증에 잠을 설쳤다는 친구는 쉰 새벽 누군가와 긴밀한 통화를 나눈다. 하늘은 가까스로 까만 새벽을 밀쳐내고 구름부터 주홍빛으로 물들이다 우리가 달리는 눈 앞에 빛나는 태양을 집어던진다.

장엄한 풍경에 압도된 운전자의 핸들이 순간 흔들렸고 우린 동시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를 기억했다. 방송 시작 전에 늘 시그널로 보여주는 일출장면과 애국가! 티브이를 끊은 지 꽤 오래되어 지금도 그러한지 모르지만 말이다.



산행 들머리 희방사에 내리니 송곳 바람이 몰아치고 귓불이 떨어질 듯 따갑다. 거대한 얼음폭포가 되어버린 희방폭포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청아하다.
까끄막 오름에 쌓인 눈은 두발 내디디면 한발 잡아채니 여간 고역스러운 게 아니다. '휘이이이우 우웅' 기괴스러운 바람에 상고대 눈이 흩날리고 배낭 속 물병까지 꽝꽝 얼었다. 입도 얼어 붙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무렵 연화봉에 도착한다. 바람이 눈보라를 일으키며 산자락을 휘감으니 이곳이 천국인지 분별이 어렵고, 죽령 방향으로 다시 한번 휘감아 오르는 눈안개는 몽롱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장갑을 벗는 순간 손가락이 시뻘겋게 변하며 아릿한 통증을 동반한다. 산객이 뜸한 덕분에 정상석을 마음껏 차지해 보지만 극한의 추위에 제2 연화봉 방향으로 내달린다.


신들이 사는 세상의 경계가 풀린 걸까.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도무지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운데 정강이까지 차오르는 눈을 밟으며 상고대 모습을 정신없이 접사 한다. 손끝의 감각은 이미 없어져버렸지만 영혼마저 청정해지는 아름다운 숙연함.

내겐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기쁨은 산행 후 찾아오는 노곤함 속 카타르시스다. 체력이 정신을 지배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이런저런 세상 복닥거림을 걸으면서 잊게 되었고 타고난 저질체력과 허약한 심장은 누구보다 튼튼하게 업그레이드되었다.


한의 고통 뒤에 찾아오는 환희의 순간을 경험하고 나면 세상의 일들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은 강해지고 마음은 풍요로워진다. 고로 내게 걷는다는 건 커다란 축복이다. 제2연화봉까지 설경에 취해 걷다 일찍 어둠이 내리는 산에서 행여 조난이라도 당할까 발걸음을 돌린다.


다시 연화봉에 오르니 하늘에서 집채만 한 붓으로 물감을 흩뿌려 그림을 그리듯 시시각각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새해 첫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칼바람 속 공포스러운 추위를 견디고 나니 환상의 세계를 볼 수 있었다. 2021년은 나만의 소망이 아닌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건강과 올곧은 세상을 염원하는 간절함을 담았다.


나만 잘살면 되는 세상은 무너질 수도 있다. 서로 다 같이 상생하며 올바른 소통으로 반듯한 세상을 가꾸는 2021년을 꿈꾸며, 마음이 추웠던 2020년을 보낸 우리에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복된 한 해가 되길 나는 기도한다. 새해 첫날에.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Photo by -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