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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ㅡ별꽃 Apr 06. 2022

프랑스 백반

어쩌다 동검도

앤드하리 카페로 가는 별과 린다작가

쿠바댁 린다 작가

쿠바댁 린다 작가


빈 갯벌에 누운 햇살이 게으름을 피우고, 갈대밭을 베고 누운 바람은 바다 냄새를 업고 땅끝으로 기어오른다. 린다 이모를 앞장서 걷는 별이의 실룩이는 엉덩이에 웃음이 터진 햇살 벌떡 일어나 별이를 따라 걷는다.

진화하다 못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위태롭고 말 많은 지구와 전혀 상관없는 행성처럼, 느리고 게으른  그리고 한적하다 못해 고독감마저 느껴지는 섬의 오후는 평화 그 자체였다.


3년 전쯤이었나보다. 깊은 가을 끝에 찬바람이 매달리고 이별이 못내 서러웠던 계절 찬비 되어 내리던 날 저녁 무렵,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를  스트셀러 작가 권호영 의 소개로 사당동 어느 이자카야 술집에서  린다 씨(그 당시는 작가가 아니었다)와 그녀의 연인 조단과  스치듯 만났고 그들은  바로 쿠바로 떠났다. 우린 인스타그램으로 다시 연을 맺고  SNS로 친분을 쌓으며 쿠바 이야기를 나누었다.  14살 연하 쿠바 남자랑 결혼한 그녀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고

작가명 쿠바댁 린다 로 '어쩌다 쿠바' 출간하며 세간의 뜨거운 이목과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에 우린 조우했고 동검도까지 동행하게 된 것이.

여러 매체에서 소개중인 어쩌다 쿠바

빈약속과 빈말을 잘하지 못하는 덕분인지 탓에  상대는 잊었어도 나는 지키려 노력하기 때문에, 때론 나 스스로가 성가실 때도 있다. 그런데 린다 작가도 나랑 닮았다는 것을 금방 눈치챘고 인스타 피드에 남긴 '보고 싶다'와 답글 '만나자'가 약속이 되어 마침 잘되었다 싶어 예까지 오게 된 것이다. 린다 작가의 매력을 풀어보라 하면 몇 날 며칠을 풀어도 모자랄 터. 젠가 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오늘 주인공은 따로 있기에 일단 패스한다.



조민영 작가와의 약속


지난번 꼬꼬뱅을 먹으러 들렀던  프랑스 백반집 사장님이자 화가인 조민영 작가님에게 다시 찾아오마 한 약속을 지 않았다. 카톡으로 찾아뵈어도 되냐 물었고 즐거이 기다리겠다는 답장을 받았다. 그리고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감사하다는 말까지. 


생활의 달인에 출연할 정도로 맛집과 멋집으로 정평이 나있던 프랑스 백반반 프랑스  가정에서 먹는 평범한 음식이 주를 이루는데, 미식가들이 즐겨찾는 장소이기도 했다. 본래 마포에서 시작했지만 두루 사정이 있어 강화도로 이전을 하게 되었다는 작가는 너무 많은 돈도 필요 없고 그저 하루 편하게 지낼 만큼이면 족하다는 소박한 마음이었다.


지난번에 들렀던 강화읍 갑곳리는  조민영작가님의 언니가 도와줘서 운영을 하고 있고, 작업실이 있는   이곳 동검도는 석 달간 문을 닫았다 방문해도 되냐는 나의 문자를 받고 다시 오픈하는 날이 했다.

너무나 화사하고 아름다운 조민영 작가님

한적한 시골길을 휘고 꺾어 돌아 도착한 섬마을은 사람 사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했고, 물 빠진 바다의 튼살 틈에 숨어든 외로움이 객의 마음까지 닿는 것만 같았다.  문득  옆에 호젓하게 서 있는  건물이 보였고 블루톤의 '프랑스 백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반려견 실비가 먼저 달려 나왔고 반가움이 뚝뚝 묻어나는 조민영 작가의 인사가 뒤를 이었다. 예술가의 감각이 물씬 풍기는 파란색 커튼과 하늘거리는 흰색 커튼에 나는 정신이 팔렸고, 린다 작가는 예쁘다를 연발하며 사방팔방 사진 찍느라 정신줄을 놓는다.


첫 대면 때 어디가 아가 살짝 걱정이 될 정도로 핼쑥한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얼굴에 윤기도 돌고 웃는 모습이 화사한 봄꽃 . 오미크론에 열흘간 발목이 잡혔었다며  런저런 속내를 거침없이 툭툭 털어놓는 모습에 우리 마음의 둑이 무너졌고, 심지어 린다 작가는 방언까지 터졌다. 오랜지기 모양 각별함마저 지는 순간이었다.



버섯 파스타, 라자냐

나는 저 커텐이 그리 예쁠 수가 없다
샐러드 파스타 라자냐ㅡ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다

오늘은 단품 메뉴라 버섯 크림 파스타라자냐 주문한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샐러드의 뒷맛이 혀에 착 감기는데, 린다 작가는 마늘을 갈아 넣은 것 같다며 맛의 정점을 찍는다는 표현을 한다. 나는 치채지 못한 그녀의 혀끝 감각에 감탄한다.


버섯 크림 파스타는 잘하는 집이라도 뒤끝이 비위가 살짝 틀리는 경우가 많은데,  고소하고 깔끔한 맛과 술술 넘어가는 부드러움에 우린 소스까지 싹싹 훑어 먹었다.


포크로 널찍한 파스타면을 찍은 후  길게 늘어지는 코티지치즈를 돌돌 말아 호호 불어 입안에 쏙 집어넣는다. 그윽한 향이 먼저 퍼졌고, 야들야들한   달라붙은 치즈 섞 잘강잘강 씹다 목적으로 훅 밀어 니 몸이 반응한다.

 "아,  너무 맛있다. 진짜 맛있어요."

 연발했고 그릇이 깨지도록 닥닥 긁어먹었는데 라자냐를 더 설명할 방법을 모르겠다.

글 쓰다 말고 침이 꼴깍.!

*라자냐는 본래 이탈리아 파스타의 한 종류인데 직사각형 모양의 파스타면과 볼로네제 베사멜 소스 등을 겹겹이 쌓아 올린 뒤 오븐에 구워내는 요리이다. 시칠리아 지역에서는 코티지치즈와 달걀 채소 등을 넣어서 만들기도 한다.

별과 실비

별이랑 실비는 소리도 안 내고 어쩜 그렇게 예쁘게 뛰어노는지 바라보는 우리는 흐뭇다.  별이는 패드에 쉬를 하고 실비는 쉬를 하러 밖으로 나간다. 문 앞에 엎드려 기다리별이가  문을 긁으며 낑낑댄다.

"아유 똑똑해. 우리 별이가 실비 문 열어 주라 래쩌요~~~어쩜 이렇게 순하고 착할까요 우리 별이."

조민영 작가 칭찬에 반해버렸는지 생전 안 그러던 별이가 나를 곁에 두고도 모른 체, 린다 이모와 민영 이모에게 푹 빠져있다.


프랑스에서 이십 년을 살다 돌아온 작가 쿨하 속내를 털어놓았고, 린다 작가도 나도  어쩌면 첫 만남 같은 시간이었음에도 세 여자의 대화는 전혀 어색함 없이 매끄럽고 유쾌하게 흘러갔다.(조민영 작가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써도 되는지 몰라 일단 남겨두고 훗날 아니면 조만간 편지로 쓸 예정이다)

 

슬픈 아이들이 사랑스럽게 담겨 있다

유독 강아지 그림이 많아서 사연을 물으니 유기견 돌봄 봉사를 다니며 아이들 눈빛에 시선이 머물렀고,  이유도 모른 채 버려진 아이들의 슬픈 마음을 담아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의 마음이 덧대어진 까닭으로 아이들은 평온해 보였고 안정되고 사랑스럽게 화면을 차지했다.


오후 4시. 바람은 벌써  햇살을 데리고  달아나기 시작했고,  4개의 테이블 위에 남겨진 손님의 흔적이 흐뭇하고 감사했다.  섬은 오후 5시만 되면 세상의 불이 모두 꺼진 듯  적막하다 못해 깊은 고립감에 빠져든다고 한다. 나이 들수록 편의시설 많고 복닥거리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 고립감의 실체가 이해가 되었다.


터진 수다 옆구리를 살짝 기워 넣으며 우린 다음을 기약했고 조민영 작가의 살가운 배웅에 서로 쉽사리 자리를 털지 못했다. 발에 꽁꽁 힘을 주며 별이도 버텼고 실비는 어른스럽게 그런 별이를 바라보았다.


휘돌아 나오는 길목에 깔깔거리는  세 여자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고, 우리들의 하루는 붓에 묻은 물감처럼  사하게 마음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더없이 행복하고. 아ㆍ름ㆍ다ㆍ운 날이다.

프랑스 백반
짧게 쓰려 노력하는데도 두서없이 길어졌다.

#사진-별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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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길
인천 강화군 강화읍 강화대로 98 (강화읍 갑곳리1075-4)

인천 강화군 길상면 동검길65번길 11 동검꽃게탕활어회(구 간판인데 프랑스 백반집이다)

#주차가능 #반려견동반가능 #포장불가 #생활의달인777회출연 #와이파이 #배달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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