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테레지아, 시시(엘리자베스), 모차르트 그리고 쇤부른 궁전
우린 예약시간 15분쯤 전에 도착해서 이 정도면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줄을 서서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정확하게 10분 전부터 입장이 되었다.( 지하철 출입구처럼 생긴 기계에 티켓을 대는데 시간이 안되면 통과가 안됨) 그리고 입장권 가격에 오디오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어 하나씩 챙겨서 들고 들어 갔다.(오디오 가이드에는 한국어 설명이 있음, 쇤부른 궁전은 한국어 가이드를 듣는 것을 개인적으로 추천함)
가이드를 들으면서 궁전의 방과 홀을 하나씩 하나씩 지나 가는데 지나갈 때마다 그 공간을 꾸민 화려한 그림, 장식들과 방과 홀에 놓여 있는 가구들(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거나 촌스럽지 않은 고급 가구들)에 우리도 모르게 감탄을 하고 있었다.
특이했던 것은 궁전 내부는 모두 방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방을 지나 또 다른 방으로 그리고 또 다른 방으로 계속 연결되어 있었고, 모든 방에는 벽난로 대신 중앙에서 뜨거운 공기를 보내는 세라믹 난로(??)가 있었다.
그리고 정말 오늘날 유명한 디자이너의 가구라고 해도 믿을 만큼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가구와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조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크기의 방과 가구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침대나 황제의 집기가 눈의 띄었다.
궁전에서 가장 기억이 나는, 아니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무너지는 듯한 방은 모차르트가 처음으로 연주를 했다는 작은 홀이었다. 이 곳에서 마리아 테레지아라는 여황제와 귀족들이 음악 신동 모차르트의 첫 연주를 들었다고 상상하니 아마데우스라는 영화의 장면이 그대로 떠오르는 듯했다. 마치 영화 속 그 장면 어딘가에 우리가 있을 것만 같았다.
비엔나를 수많은 유럽 유명 도시쯤으로 알고만 있었던 내게 지금 이 순간은 또 다른 의미가 되었다. 내가 책에서만 보았던 많은 음악가, 작가들이 머물렀고, 사용했고, 또 연주했던 공간에 이렇게 들어와서 느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어쩌면 비엔나에는 과거라는 개념이 조금 다를 것만 같았다. 그 시대에 그들이 사용하던 공간을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니.
투어의 중간쯤 지나 시시(엘리자베스) 황후의 방과 집기 등을 보며 비운의 황후라는 시시의 삶과 더 많은 집기, 식기 등을 보고 싶어 왕궁의 시시박물관과 황제의 아파트에 가보기로 했다.
50분 정도의 투어라 무척 길거라고 생각했는데 투어가 끝나갈 때쯤에는 짧게 과거 여행을 하고 온 것 같아 아쉽기까지 했다.
투어를 마치고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궁전 앞 유일한 카페인 카페 레지던스라는 곳으로 갔다. 야외 테이블의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시켰다. 아내는 굴라쉬가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며 굴라쉬 수프와 아인슈페너를 그리고 나는 슈니첼 샌드위치가 있는 베스트 메뉴라는 샌드위치 세트와 진저 레몬 에이드를 시켰다. 전통적인 굴라쉬나 슈니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점심때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비엔나 전통 음식인 것 같았다. 굴라쉬 수프는 굴라쉬와는 조금 다르게 야채와 소고기를 잘게 썰어 넣어 끓인 굴라쉬라고 해야 할 듯한데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우리 입맛에도 맞아 계속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맛이었다. 같이 나온 전통 빵인 카이저젬멜을 조금 뜯어 굴라쉬 수프를 찍어 먹어도 맛이 좋았다. 굴라쉬라는 음식에 대해 좋은 느낌을 받은 첫 식사였다. 그리고 이내 먹은 슈니첼 샌드위치의 슈니첼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부드럽고 튀김옷이 고소해서 깜짝 놀랐다. 난 그냥 비엔나 돈가스 정도로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맛이었다.
우리 둘은 나중에 굴라쉬와 슈니첼을 꼭 제대로 먹어 보자고 얘기하며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부지런히(??) 다시 왕궁으로 돌아오기 위해 이동했다. 비엔나의 대부분의 관광지와 시설들이 오후 5시에 문을 닫아서 조금이라도 일찍 가야 할 것 같았다.
온 길을 따라 왕궁으로 가는 길은 오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왕궁에 도착해서 우리는 곧장 시시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이 곳은 시시 박물관, 황제의 아파트 그리고 실버 컬렉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프란츠 요세프 1세와 시시(엘리자베스) 황후가 사용하던 침실, 집무실 등과 그 당시의 식기, 생활용품 등 그들이 사용했던 거의 모든 것들과 시시의 어린 시절부터 암살될 때까지 모든 것이 있었다. 특히 실버 컬렉션에서 그 당시의 도구들을 보고는 너무 놀랐다. 지금 사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문양들, 그리고 요즘 유명 디자이너들이 만드는 것들과 별로 차이가 없어 보였다. 쇤부른 궁전에서도 똑같은 느낌이었는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크리스털 제품은 지금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디자인이었다. 아내는 전시된 은식기와 크리스털 제품이 갖고 싶다고 까지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뮤지컬('엘리자베스')의 엘리자베스가 시시 황후라는 걸 여기 와서 알게 되어 그녀의 과거와 일생에 대해서 더 관심이 가게 되었다. 박물관에 전시된 많은 것들을 보면서 왜 비운의 황후라고 했는지, 또 왜 그렇게 살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돌아가서 엘리자베스 뮤지컬을 같이 보자고 하고 관람을 마치고 나왔다.
나오고 나서 보니 그렇게 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전체를 보는데 두 시간이나 지난 것을 알았다.
아침부터 계속 걷기만 해서 그런지 꽤 힘들었고 몸도 다리도 지쳐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저녁에 모차르트 음악회를 가야 해서 곧장 호텔로 향했다. 씻고 쉬었다가 음악회에 어울리는 옷으로 갈아입고 가야 했기에.
숙소에서 나와 왕궁으로 가는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서 저녁 먹을만한 곳을 찾다가 큰 도로 앞에 알베르티나(이틀 후 방문한 미술관) 맞은편에 '카페 모차르트'라는 곳이 보였다. 더 내려가서 다른 음식점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점심을 간단히 먹은 우리는 배도 고팠고, 왠지 오늘은 저기서 먹어야 할 것 같았다.(모차르트 콘서트를 가는 길이라..)
우리는 음악회에 가려고 정장을 입어서 오늘 저녁은 조금 더 시원한 안에 자리를 잡았다. 저녁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라(약 6시쯤?)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아내는 이제 제대로 된 굴라쉬를 먹겠다고 굴라쉬를 나는 카이저슈마름이라는 황제가 즐겨먹었다는 펜케이크를 시켰는데 굴라쉬는 점심때 먹은 것과는 많이 달랐다. 야채가 거의 없었고, 큼직한 소고기가 들어 있었는데 난 개인적으로는 점심때 먹은 수프가 더 맛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펜케이크는 전혀 예상 못한 비주얼이었다. (두툼한 펜케이크를 잘게 잘라서 콩포트와 함께 나옴) 그러나 나름 이런 펜케이크도 맛있구나 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우리는 천천히 무지크페라인으로 향했다. 어제 그랬던 것처럼 입장권을 예매했으니 충분히 여유가 있을 것 같았다. (입장권 예매는 https://www.cultural.com/ticket/isto 에서 모든 공연의 예매가 가능하며 날짜별 공연도 확인 가능하다)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 드디어 음악회가 열리는 곳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물 앞에 모여 있었고, 안에도 가득했다. 우리는 마음이 조금 급해졌지만 아직 입장 시간이 남아있어 건물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안에 들어가서 입장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 중국인들이 무척 많아서 보니 단체 여행을 온 것 같았다. 아마 단체 여행의 일정에 음악회 관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되어 홀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황금홀이라고 불리는 매 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신년 음악회를 하는 곳이었고 자리는 1.5층에 위치한 두 번째로 비싼 자리였다. TV 로만 보던 그 홀에 와서 이렇게 앉아 있다는 게 새삼 새롭고 신기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무대가 가까웠고 높은 천장엔 수려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이런 건물을 1800년대에 지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지금도 그때 지은 그 무대에서 그대로 연주한다는 것은 더 놀라웠다. 무지크페라인과 황금홀 입석까지 가득 메운 사람들로 시끌시끌했지만 막상 연주가 시작되니 음악소리에 집중이 자연스레 되었다. 오늘의 연주는 모차르트의 음악들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들이 더 많이 나왔고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연주자들이 얼마나 잘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음악에 집중해서 듣다 보니 두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것 같았다. 이렇게 훌륭한 홀에서 이렇게 가까이 앉아 아름다운 악기 소리와 노랫소리를 듣는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런데 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살짝 들었다. 음악회가 끝나고 나오면서 우리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신년 음악회에 꼭 와보자고 약속했다. 그 음악회는 지금보다 몇 백배 아니 몇 천배 더 큰 감동과 행복함을 줄 거라고 생각하니까.
천천히 숙소로 걸어 돌아오며 비엔나의 야경과 밤거리를 구경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다를 게 없는 삶이고 모습인데 오늘 우리가 보고 만난 모든 것들은 비엔나의 역사이자 과거이지만 현재이기도 한 것 같다. 이렇게 과거의 모습 속에 현재를 녹여서 살고 있고 누리고 있는 비엔나에 다시 한번 놀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 일찍부터 비엔나의 과거를 만났던 오늘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 내일 일정을 얘기하며 쉬었다. 내일부터는 유명한 화가들과 예술을 만나러 가기로....
음악회 티켓(온라인 출력)과 프로그램
이른 저녁을 먹고 우리는 천천히 무지크페라인으로 향했다. 어제 그랬던 것처럼 입장권을 예매했으니 충분히 여유가 있을 것 같았다. (입장권 예매는 https://www.cultural.com/ticket/isto 에서 모든 공연의 예매가 가능하며 날짜별 공연도 확인 가능하다)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 드디어 음악회가 열리는 곳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물 앞에 모여 있었고, 안에도 가득했다. 우리는 마음이 조금 급해졌지만 아직 입장 시간이 남아있어 건물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안에 들어가서 입장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 중국인들이 무척 많아서 보니 단체 여행을 온 것 같았다. 아마 단체 여행의 일정에 음악회 관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되어 홀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황금홀이라고 불리는 매 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신년 음악회를 하는 곳이었고 자리는 1.5층에 위치한 두 번째로 비싼 자리였다. TV 로만 보던 그 홀에 와서 이렇게 앉아 있다는 게 새삼 새롭고 신기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무대가 가까웠고 높은 천장엔 수려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이런 건물을 1800년대에 지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지금도 그때 지은 그 무대에서 그대로 연주한다는 것은 더 놀라웠다.
입석까지 가득 메운 사람들로 시끌시끌했지만 막상 연주가 시작되니 음악소리에 집중이 자연스레 되었다.
오늘의 연주는 모차르트의 음악들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들이 더 많이 나왔고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연주자들이 얼마나 잘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음악에 집중해서 듣다 보니 두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것 같았다.
이렇게 훌륭한 홀에서 이렇게 가까이 앉아 아름다운 악기 소리와 노랫소리를 듣는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런데 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살짝 들었다.
음악회가 끝나고 나오면서 우리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신년 음악회에 꼭 와보자고 약속했다. 그 음악회는 지금보다 몇 백배 아니 몇 천배 더 큰 감동과 행복함을 줄 거라고 생각하니까.
천천히 숙소로 걸어 돌아오며 비엔나의 야경과 밤거리를 구경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다를 게 없는 삶이고 모습인데 오늘 우리가 보고 만난 모든 것들은 비엔나의 역사이자 과거이지만 현재이기도 한 것 같다.
이렇게 과거의 모습 속에 현재를 녹여서 살고 있고 누리고 있는 비엔나에 다시 한번 놀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 일찍부터 비엔나의 과거를 만났던 오늘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 내일 일정을 얘기하며 쉬었다. 내일부터는 유명한 화가들과 예술을 만나러 가기로....
특징 : 60곳 이상의 관광지(왕궁, 박물관, 투어 프로그램 등)를 무료입장할 수 있으며, 관광지 입장 시 별도의 줄을 서지 않아도 입장이 가능하다.
종류 및 구입처 : 1,2,3,6일권이 있으며 인터넷(https://www.viennapass.com/)에서 구입 가능하다.
특징 : 시내 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과 주요 관광지의 할인 혜택을 포함하고 있음
종류 및 구입처 : 24시간, 48시간, 72시간 권이 있으며, 인터넷(https://www.wien.info/en/travel-info/vienna-city-card) 또는 주요 관광안내서 등에서 구입 가능
특징: 궁전, 미술관, 뮤제움 콰르티 에빈 등 특정 관광지의 입장권을 묶어서 할인 판매함.
종류 : 왕궁과 쇤부른 궁전 입장권, 뮤제움 콰르티에 빈 연합권, 벨베레데 궁 입장권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