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과 개발자

개발자는 정말 사라질까?

by FRAC

바이브 코딩을 활용한 비개발자의 풀스택 개발기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이브 코딩, 새로운 창작의 도구

바이브 코딩, 요즘 AI 업계에서 완전 화두인 이 단어는 2025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나는 엄밀히 말하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만으로 바이브 코딩을 서비스까지 완주한 사례이지만, Cursor나 Devin AI같은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면 정말 누구나 뚝딱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왔다.


바이브 코딩은 무언가를 취미로 창작하는 사람에게는 희소식일 수 있겠으나, 코딩을 업으로 하며 살아가는 개발자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와도 같은 말일 수 있겠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단순한 코딩의 경우 AI가 자동화한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수 천 명 수준의 해고를 계획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은 비개발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개발자도 일부 포함되었다는 루머로 추정해 본다면 생성형 AI로 인한 개발자의 위기는 정말 현실적인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내가 72일간 비개발자의 입장에서 찐하게 경험해본 바이브 코딩의 실체로 한번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나는 개발자는 분명히 아니지만, 프로그래밍 경험은 도합 15년 정도 된다. 또한 대학원생 시절 2년 정도 10노드 정도의 리눅스 GPU 클러스터 관리를 한 적이 있어 시스템 환경설정에는 나름의 삽질 경험이 있다.


나의 실전 경험, 그리고 FRAC

생성형 AI가 나오기 이전의 나의 수준을 보자면 코딩에서는 에러메시지를 읽고 분류할 수 있는 수준이고, 런타임 에러는 어떻게든 프린트 디버그로 범인을 좁히는데 익숙했다. 클러스터 관리자를 해봐서 그런지 라이브러리나 패키지가 충돌나는 현상은 나름 잘 잡는 편이었다. 이런 것을 종합해보면 덜 복잡한 자동화는 코딩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이었고, 연구 측면에서는 딥러닝이나 머신러닝 모델의 작동 기제를 이해하고 구현된 모델을 가져다 쓰는 정도는 능숙한 편이었다.


2024년 중반부터는 나도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쓰면서 코딩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구현이 빨라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느낌이 강했다. 다만 생성형 AI는 논문을 작성하는데 있어 선행 연구 분석이나 모델 선정의 논리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바이브 코딩에서는 나는 전적으로 비개발자의 신분이었다. 프론트엔드, 백엔드, 데이터베이스의 3대장은 개념만 어렴풋이 이해하는 정도였지 정말로 소스코드 한 줄 적어본 기억이 없을정도로 경험이 전무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FRAC이라는 게임을 어떻게 만들것인지에 대한 차별화된 기획력과 10년 넘게 다져진 문서 작성 능력이다. 특히 문서 작성 능력은 타인에게 읽힐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나 프로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아무튼 기획력과 문서 작성능력, 그리고 개발기에서도 밝혔던 무지막지한 끈기와 집념 덕분에 바이브 코딩을 완주하게 되었다.


바이브 코딩과 개발자의 미래 (소설 주의)

그렇다면 바이브 코딩과 개발자라는 주제로 돌아가 SW 기업의 입장이 되어보자. 일단 생성형 AI는 에러로부터 오는 소위 삽질을 현격하게 줄여준다. 이전 같았으면 에러 하나로 몇 시간 동안 구글링하고 해외 포럼에 질문 올리는 일이 단 몇 분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 결과 생산성이 향상되고, 실제로도 개발자의 생성형 AI 활용은 이미 뗄레야 뗄 수 없는 몸이 되고 있다. SW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생산성 향상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까? 지금부터는 내 소설을 풀어보겠다(SW 기업 경험 전혀 없음).


일단 중견 이상 기획자, 아키텍트는 더 핵심이 될 것이다. 바로 생성형 AI에게 가야할 길을 명확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ChatGPT는 창의적이라고 말하지만, 적어도 시장에서 강조할 수 있는 차별점을 만들어낼 정도로 창의성이 있지는 않다고 확신한다. 소위 업계에서 통용되는 창의성은 수많은 도메인 지식과 개인적인 경험과 성향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내가 스스로 하루에 2시간 이상은 게임을 즐겨 했고, 끝까지 파고들어 콘텐츠를 다 소비하며, 왠만한 타이틀 하나는 최소 80시간 이상 다회차 플레이를 했다. 이러한 도메인의 경험이 FRAC의 차별화 포인트를 만드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요지가 차별화에 따른 창의성의 유무이지 차별화 포인트에 대한 질적인 평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AI가 기획자까지 대체한다면, 정말 계급 제도가 생기지 않을까? AI를 만드는 기업은 제왕적 지위를 가지고, 그 이하 평민들은 AI가 가져다주는 풍요로운 삶을 살것 같다는 생각이다.


중견 이상의 개발자도 생성형 AI로 생산성을 잘 끌어올렸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내가 FRAC을 개발하면서 참으로 안도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ChatGPT가 나오기 전에 공부를 열심히 해뒀다."라는 사실이다. 학부시절에서 수강했던 첫 프로그래밍 수업은 C언어 였고, 마지막 과제가 콘솔로 구현하는 오델로 게임이었다는 사실을 22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기도하다. 아무튼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체득하고, 시간을 최적화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경험으로 터득한 사람은 생성형 AI가 날개를 달아 줄 것이고, 그 날개를 잘 장착한 개발자는 분명 잘 살아남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중견 이상 개발자도 해치울 정도로 고성능이 된 다는 것 또한 상상 속의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입 개발자, 그리고 다음 세대

희생양은 ChatGPT 등장 이후 입사한 초급 개발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혹은 이제 개발자로 구직할 학생들도 잠재적인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것은 굉장히 암울한 전망인데 내가 소속된 학과에서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희생양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ChatGPT의 의존도라고 볼 수 있다. 코딩을 하다 에러가 나오면 읽어보고 고친다기 보다 생성형 AI에 프롬프트를 날리기 때문이다. 나의 수업 시간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과제를 내어줄 때 배운 범위 내에서 코딩을 하지 않고 ChatGPT에게 물어서 결과를 제출하면 라인바이라인으로 구술 테스트를 보겠다고 엄포를 놨다. 결국 과거의 방식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생성형 AI를 더 잘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신입 개발자 채용은 있지않을까 싶다. 흙속에서 진주를 걸러내야 하는 SW 기업에서는 이제 포트폴리오로 바이브 코딩 프로젝트를 확인할 수도 있겠다. 특히 해당 프로젝트의 차별성을 많이 보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기업의 의사결정자라고 한다면, 바이브 코딩 프로젝트의 품질보다는 창의성을 중점으로 평가할 것 같다. 도구가 이미 완성형의 수준이라면, 도구로 무엇을 만들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다.


AI는 여전히 성능 향상의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의 2~3년은 지금까지 경쟁적으로 발전해온 AI의 성능을 산업과 사회에서 순차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 전망한다. 지금의 나는 개발자만 말했지만, 전 산업에서 변화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게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낙관은 못하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시대 변화를 지켜보면 참으로 나의 자식 세대의 삶이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결론지어보면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시간을 최적화해서 사용한 경험을 가진 사람"과 거의 동치가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도 무의미한 생각일 수 있는 것이 정말로 초지능이 나온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 경쟁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인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치열한 경쟁사회인 우리나라는 모두들 경쟁이 없어져서 느끼는 허탈감에 정신 질환을 갖지 않을까 싶다.


이상 감상과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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