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3대 강국에 대한 사견 (1부)

도대체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by FRAC

나는 AI 정책 연구를 7년 정도 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산하 공공기관에서 일했으므로, 우리나라 AI 정책의 실체와 이를 추진하는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립 전문대학으로 옮긴 지 3년, 이제는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AI 3대 강국에 대한 비평을 해보고자 한다.


AI는 결국 인재

내가 정책 연구를 하면서 AI 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인재라고 결론지었다. 2019년 가을에는 우리나라에서 3개의 AI 대학원이 개원했다. ChatGPT도, 그 근간인 GPT-3가 나오기 이전에도 이미 우리나라는 인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AI 대학원이라는 인재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 시점의 AI 트렌드를 살펴보면, 구글의 BERT 계열 모델이 승승장구하며 사전 학습 언어 모델의 생태계를 휘어잡고 있었으며, OpenAI의 GPT-2는 BERT에 밀리면서도 여전히 생성형 언어 모델의 접근이 유효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미지에서는 비지도학습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고, OpenAI와 구글 DeepMind는 게임 AI 에이전트로 강화 학습 대결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ChatGPT 덕에 모든 사람들이 AI의 실체를 느끼고 있었지만, 2019년만 하더라도 AI는 대중에게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실험적인 기술이었다고 본다. 물론 그 분야를 살아가는 기업이나 대학에서는 매일같이 밀려드는 혁신적인 논문을 따라가느라 벅찬 상황이었다.


따라서 당시에도 AI대학원에 대한 관심은 엄청났다. 일부 대학에서는 총장까지 나서서 AI 대학원 확대 개편을 외쳤다. 이러한 요구는 사업 추진의 정무적 정당성으로 이어지고, 실무진들은 실제로 예산 증액 편성을 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한다. 나는 그 실무진을 도와주는 공공기관 연구원으로 AI 대학원 확대 개편을 하기 위해서 주로 인재 현황을 조사했다. 내가 의문이 들었던 것은 이 부분이었다. AI 대학원을 확대한다면 학생들을 양성할 교원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이 교원이 충분한 수준인가에 대한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AI 관련 주요 학회에 출판된 논문의 저자로 참여한 이력을 "AI 전문가"로 조사하여 AI 대학원 확대 개편의 논리를 보완하는 작업을 했다.


아무튼 AI 대학원은 확대 개편에 성공했지만,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았다. 생각보다 우리나라의 중립적 견제 시스템이 나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 순간도 있었기 때문이다. AI 대학원 확대 개편은 소위 윗분들의 입김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윗분들의 입김이 있다 한들 실무적인 허들이 있다. AI 대학원은 적정성 재검토 평가를 받았는데 이것은 예비타당성조사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타 제도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나는 창으로 공격하는 측이었고, 방어 측의 논리도 탄탄하여 쉽지 않은 공방이 이어졌다.


AI 인재양성 정책 연구를 해보면서 느꼈던 점은, AI 경쟁력은 석박사급 고급인재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나도 동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책 연구를 하면서 약간 억지스러운 대목도 존재하는 경우도 많은데, AI 대학원 정책은 전혀 억지스러운 논리가 없었다. 어쨌든 AI 최고급 인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SW 인재에서 많이 연구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하면서 AI 인재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는 이유는 지금도 여전히 AI 인재가 세상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초 딥시크의 사례를 보자. 나의 개인적인 시각으로는 당시의 생성형 AI 생태계에서 경쟁력 있는 글로벌 플랫폼의 수준은 GPT-4o(범용)와 GPT-o1(추론형)이었다. 이 수준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인프라는 최소 3천억 원 수준(GPU 5,000 장 이상)으로 판단되는데, 생각해 보면 사용 연한이 5년 정도인 소모성 GPU 인프라에만 3천억 원을 흔쾌히 투자할만한 기업은 손에 꼽을 것이다. 하물며 이것을 정말 잘 사용할 수 있는 인재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면 GPT-4o 수준의 생성형 AI를 만든다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 빤히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딥시크라는 아종은 인프라 비용을 100억 원 이하로 줄인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안온하던 플레이어들은 애써 무시를 했지만, 딥시크가 전 세계에 던진 메시지는 단 하나였다. 결국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배출된 초특급 AI 인재가 인프라의 장벽을 넘어 선 것이다.


이미 인재의 중요성은 딥시크가 아니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OpenAI나 Gemini 팀에서 일하는 핵심 AI 개발자들은 면면이 모두 스타트업을 차려서 수백억 대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인재라고 본다. 프랑스의 Mistral AI 역시 구글과 메타 출신 인력이 창업했고, Anthrophic은 OpenAI 연구 소장이 설립했으며, Perplexity 역시 OpenAI 출신이다. 결국 돈마저 움직이는 것이 인재라고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AI 3대 강국의 모든 시작은 인재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정부 부처의 속내

중앙 부처에서 일하는 5급 이상 공무원들은 매우 바쁘다. 일단 누구나 올 수 있는 자리는 아니고, 정말 엘리트만 모여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개중에는 인성이 모자라신 분들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사람의 다양성은 비일비재하니 괘념치 말도록 하자. 이들은 나름의 국가적 소명을 다한다는 사명감도 일부 가지고 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을 제대로 쓰기 위한 논리를 고민한다는 점이 핵심이지만, 투명해진 사회로 인해 축소된 권한과 낮아지는 공무원 연금 그리고 여전히 경직된 조직문화는 80년대생 5급 사무관도 버티기가 쉽지 않은 환경인 것은 맞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애국심은 아닌듯하다. 사명감은 일부 있겠지만 정말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본인이 기획하고 제안한 사업이 조명을 받을 때 느끼는 뿌듯함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정부부처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일까? 내가 느끼는 목표는 보다 많은 예산의 편성이 곧 부처청의 주도권으로 이어지고, 결국 조직이 커져서 고위 공무원들이 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AI 정책은 딥시크라는 사건이 터짐으로써 AI 3대 강국이라는 소버린 AI의 동력을 얻고, 이를 1조 6천억 원이라는 추경으로 만들어냈다. 그 중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있으며, 이재명 정부에서의 업무보고에서도 "AI실 신설"이라는 것을 어젠다로 내세웠다는 것에 나의 느낌적인 목표에 확신을 얻는다. 즉,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실이 하나 더 만들어진다는 것은 고위 공무원이 갈 수 있는 길을 더 만들어 놓고, 세간에 나오는 장관이 부총리까지 역임한다는 "권력"을 갖는 기관이 되는 것이다. 왜 실을 더 만들어야 할까? 그만큼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논리는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현실과의 동상이몽

내가 정책 연구를 하면서 조금 실망했던 것은 이것이다. 중앙부처는 일단 예산을 가능한 많이 확보하는데 치중되어 있다. 그 확보의 규모가 중앙 부처의 권력을 결정한다는 점이 보이지 않는 동기 부여 중 하나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정책의 실질적인 타당성보다는 흐름을 타고 있는 이슈에 태워 있는 것을 포장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포장한다는 것이 나쁘다고만 볼 수 없는 게 나름 해야만 하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 명분이 없다면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제대로 일을 안 하는 것이다.


AI 3대 강국의 인프라 정책도 나는 동일한 결로 해석한다. GPU가 없으면 뭘 해볼 수도 없는 상황은 맞다. 지금 보유하고 있고(광주 AI 데이터 센터), 앞으로 보유할 예정인 인프라(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도 있지만 여전히 "국가 AI컴퓨팅센터"에서 GPU 1만 장을 추가로 구축한다는 사실이 대규모 예산에는 필요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예산 투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투자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과연 엉덩이 무거운 정부가 의사결정이 신속한 기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원천기술 R&D도 아닌 실시간으로 경쟁이 벌어지는 생성형 AI 생태계에서는 정말 의문을 품는 접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미 기업에서는 AI의 혁신을 보고 인프라를 투자해 왔다.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를 1년에 두 번 공개하는 TOP500.org에서 South Korea로 서브리스트를 출력해 보면, 삼성,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 대기업이 나름 100위권 안에 분포하고 있다. 이 기업들이 AI는 인프라보다 인재라는 사실을 모를까? 만약 인프라의 절대 규모만으로 생성형 AI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면 1조 원이라는 돈을 쏟아붓는 것도 마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미 생성형 AI는 기업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인데, 정부에서 말하는 AI 3대 강국이라는 실체가 무엇이며, 인프라 특히 GPU 1만 장에 꽂혀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는 행위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 참모진에서도 인재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것을 전제한다면 인재를 어떻게 모아야 할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AI 최상위 학회의 논문 승인률을 보면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논문을 쓴 인재들이 과연 우리나라에 정주하려고 할까? OpenAI와 구글에 가면 당연히 몸값이 높아지는데 실리콘밸리 행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연봉을 더 준다고 해도(현실성도 없지만) 실리콘밸리에 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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