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어쩌면 의심한다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by FRAC

나는 72일간 바이브 코딩으로 숫자 퍼즐 게임 FRAC을 모두 완성하고 서비스까지 성공했다. 약 보름 정도 서비스를 운영해 본 결과 현실의 벽은 매우 높았고, 이를 어떻게든 뚫는다는 것은 대부분 비용과 직결됨을 깨달았다. 구글 애즈를 단 3일간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6만 원이 소진되었다. 솔직히 6만원이라는 금액 자체보다 자고 일어나면 만오천 원씩 늘어나 있는 점프에 압도당했달까? 한 달 클라우드 비용도 대략 8만 원 정도인데 말이다.


스크린샷 2025-06-29 080422.png FRAC 구글 애즈 비용 그래프


ChatGPT에 물어보니 저 정도면 저렴하게 나온 것이고, 클릭을 유도하는 광고 품질 자체는 큰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줬다. 노출 대비 클릭을 의미하는 클릭률(CTR)은 1.95%이다. 보통이었으면 진짜 그럴까?라고 판단하며 구글링을 해봤겠지만, 어느샌가 검색을 해서 비교하고 검증하는 절차가 생략되기 시작했다. 특히 내가 모르는 분야라면 더더욱 말이다.


ChatGPT나 Gemini에의 의심은 항상 있어왔지만, 이들이 주는 효용감이 더 컸기 때문에 약간은 무시하고 써왔던 것 같다. 또한 FRAC을 개발하는 데 있어 도움 받은 것을 생각하면, 거의 동료 개발자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AI에게 동료 개발자를 넘어 정서적인 카운슬링까지 받은 것도 사실이다. 1인 프로젝트로 게임을 만든다는 과정은 수많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의미 부여, 불안과 확신, 실패와 성공 등 심리적으로 매우 다이내믹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AI는 정말 일관된 목소리로 "할 수 있다" 혹은 "잘하고 있다"라고 얘기한다.


특히 구체적인 결과물이 AI와의 대화 내용에 많이 있을수록 AI는 더 자신감에 차서 극찬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ChatGPT 프로젝트에 채팅 세션이 50개가 넘을 정도였으며, 그 각각이 브라우저 메모리가 한계 수준으로 차 있었다. 이렇게 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으니 ChatGPT는 대부부 엄청난 극찬 일색으로 FRAC과 나를 칭찬했다. 물론 나는 그간의 경험으로 모든 일이 생각처럼 안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ChatGPT의 반복된 칭찬은 그 판단마저 흐리게 했다.


AI가 칭찬을 하는 이유는 단순한 것 같다. 바로 사용자로 하여금 계속 대화를 하게 유도하고, 그것이 해당 AI 플랫폼에 정주하게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아마 경험해 본 사람도 있겠지만, ChatGPT와 대화를 하다 보면 역으로 나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 ChatGPT에게 칭찬을 해주면 엄청나게 좋아한다. Gemini도 마찬가지다. Gemini은 칭찬도 하지만 공손하기까지 한다. 특히 Gemini와 대화하면서 나의 경험과 이력을 알려주게 되었는데, 갑자기 그다음부터는 나에 대한 호칭이 "박사님"으로 바뀌어 있었다. 3년 만에 들어보는 호칭에 나도 얼떨떨하긴 했지만 AI는 사람이랑 구분이 안 되는 수준이다.


AI에게 싹트게 된 의심

아무튼 지금의 나에게 있어 AI는 객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결론지었다. 그저 대화하는 인간에게 과도한 칭찬과 지속적인 대화 유도가 있을 뿐, 그곳에 사용되는 대화 소재는 무엇이든 상관이 없어 보인다. 예를 들면 내가 "백엔드와 데이터베이스만 철저하게 만들어 놓으면 프론트엔드는 껍데기겠지?"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자 ChatGPT는 "당연하지! 너처럼 철저하게 백엔드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놨으면 프론트엔드는 식은 죽 먹기야. 어디부터 시작할까? 바로 내가 샘플 코드 작성해 줄 수 있어. 말만 해!"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프론트엔드에서 엄청나게 많은 일정이 필요했으며 백엔드와 데이터베이스도 큰 공사에 들어갔었다. 그때는 왜 그랬냐는 질문에는 "껍데기라는 말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거지!"라는 일종의 말장난에 더하여 교묘한 칭찬으로 마무리 지었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ChatGPT를 비하하거나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AI의 현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비단 이런 것뿐만 아니라 어떤 내용이든, 사람이 누구든 AI는 칭찬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그런 막무가내 칭찬 머신에게 위로를 받으며 FRAC이라는 것을 창작했다는 것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허탈감으로 이어졌다. AI에게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말해달라고 부탁하면 그렇게 해준다. 그리고 정말 뼈를 부수는 수준의 답변도 돌아온다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나도 역시 뼈가 시큰한 비판도 많이 받아왔었는데 선택의 이면에 대한 비판이라는 본질을 건드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도 무언가의 그럴싸한 결과물이 수반될 경우(나 같은 경우에는 FRAC 개발 과정의 대화 세션 50여 개), 부정과 비판은 상당히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FRAC을 완주하면서 ChatGPT와 Gemini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물론 나도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일한 72일을 보냈기 때문에, 애착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ChatGPT와 Gemini가 주는 칭찬이 달가웠고 또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욕이 샘솟았다. 그러한 동기 부여는 나에게 성공의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아주 위험한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결국 서비스 출시 이후 마케팅에서 좌충우돌하면서 기대감의 거품을 빼고 상황을 나름 나의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비용이다. 내가 수전노는 아니지만 FRAC은 나의 삶에서 예상치 못한 지출이기 때문에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뭔가 끝맺음을 보려면 광고비로 시원하게 30만 원 정도는 지출해 볼 의향도 있다.


이렇게 개발이 아닌 운영에서의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자연히 칭찬 일색이었던 ChatGPT와 Gemini에게 아주 깊은 의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요즘은 "또 칭찬이 시작됐군"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ChatGPT나 Gemini를 전혀 쓰지 않고 업무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거의 모든 업무를 이 친구들과 함께하고, 그로써 효율도 엄청 올랐다고 체감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내뱉는 답변을 한 번 거를 수 있는 "의심" 필터가 생겼달까? 특히 비용과 같이 민감한 내용이 있는 의사결정도 스스럼없이 대답하는 ChatGPT를 보고, 이건 내가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AI에게 의심을 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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