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 후기] FRAC 세계관 (1부)

나의 유일한 취미 - 게임

by FRAC

72일간의 비개발자의 바이브 코딩 후기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 삶이 안정되면 혼자서 게임을 개발해 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거센 파도처럼 상승하는 생성형 AI의 성능은 이 계획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방학도 아닌 학기 중에 FRAC 개발을 시작했다 보니,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기면서 풀스택 개발을 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어떻게 보면 바이브 코딩의 실제 결과물을 빨리 선보이고 싶었고, 나날이 악화되는 학과 경쟁력을 개선시키는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동기부여는 집념과 끈기로 나타났고, 짧으면 짧다 할 수 있는 72일이라는 시간 동안 나름 마음에 드는 웹 게임을 만들게 됐다.


그렇다면 왜 내가 게임을 만들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조금 진지하게 해 봤다. 나는 가정이 1순위고 일은 그다음이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게임을 한다. 나머지 시간이라고 해봤자 학교에 버스로 출퇴근하는 2시간(편도 1시간), 모두가 잠든 시간에 우연찮게 깨어있을 때 정도이지 않을까? 자고로 게임은 바쁜 와중에 해야 꿀맛이다. 나는 사람 간의 관계보다는 내면의 만족에 힘을 얻는 편이어서 실제로 모임 같은 것을 전혀 하지 않는다. 친구는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가정과 일 그리고 나의 유일한 취미인 게임에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그렇게 다져진 게임에 대한 도메인 지식(?) 덕분에 내가 풀스택 개발의 주제로 게임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 글에서는 FRAC 세계관을 만들게 된 나의 게임 라이프에 대해서 소개해보겠다.



게임 구력 - 33년

나는 다독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다. 실제로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내가 일로써 다져진 문서 작성 능력이 있었기에 책도 3권이나 쓰고 언론사 정기 기고도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나는 남는 시간에 모조리 게임을 하는 사람이다. 특히 콘솔 게임을 주로 한다. 온라인 게임을 해본 적도 있지만, 재력으로 좌우되는 경쟁의 극치를 맛봤다. 온라인 게임은 재미라기보다 재력으로 뽐내는 일차원적인 우월감에 빠진다는 사실을 느꼈고, 어느 순간부터는 온라인 게임에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게임을 즐겨했으니, 구력으로만 따지면 33년 차가 되겠다. 거의 대부분은 콘솔 게임이었으며 8비트 게임기부터 시작했으니 콘솔 게임의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게임에 몰입하게 된 계기는 역시 오락실이 아닌가 싶다. 가장 많이 했던 것이 킹 오브 파이터즈 94~98이었다. 킹오파를 집에서도 하고 싶다는 욕심은 세가 새턴 구매로 이어지고, 그렇게 일본산 콘솔 게임에 푹 빠지게 되었다.



1997년의 기억

1997년은 유난히 게임과의 기억이 많았던 해다. 당시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1995년 일본에서 열풍을 일으킨 에반게리온을 비디오테이프로 보게 되었다. 섬세한 작화와 다이내믹한 연출은 나의 시선을 이끌기에 매우 충분했고, 에반게리온 주인공의 나이가 당시의 나와 같은 14살이었다는 생각에 동경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에반게리온이 나오는 게임은 용돈을 모아 꼬박꼬박 사게 됐는데, 그중 하나가 1997년작 슈퍼로봇대전 F였다.


latest?cb=20110211235459 세가 새턴용 슈퍼로봇대전 F (좌상단의 에반게리온 초호기)


슈퍼로봇대전 F는 일본어 게임이다. 장르는 턴제 시뮬레이션 RPG를 보면 되는데, 게임의 백미는 다양한 로봇물 애니메이션의 콜라보가 아닌가 싶다. 당시에는 공략본을 보면서 게임을 했다. 그러나 제대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나는 스스로 일본어를 공부했고, 슈퍼로봇대전 F에 참여한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직접 챙겨보기에 이르렀다. 이것으로 일본 문화의 성숙도와 차별점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당시에 모든 것이 앞서있는 선진국 일본에 대한 동경을 느꼈다. 그렇게 슈퍼로봇대전 F로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시리즈 최신작(30)을 보유하고 플레이하고 있다.



나의 게임 라이프

또한 RPG류 게임을 많이 했다.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퀘스트와 파이널판타지, 그리고 수집의 재미를 알게 된 포켓몬스터와 여신전생(페르소나) 시리즈, 2000년대 들어서 푹 빠지게 된 영웅전설 시리즈, 슈로대와 유사한 턴제 시뮬레이션 파이어엠블렘 등을 주로 플레이했다. 정리해 보면 일본에서 인기 있는 시리즈 물에 익숙하고, 서구권 게임은 너티독의 대작 빼고는 안 해봤다. 사실 손이 안 간다는 게 더 적절할 것도 같다. 이제는 직장인의 권능으로 마음만 먹으면 콘솔 게임기는 모두 살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 출시된 스위치 2도 당첨되어 샀다. 오늘은 버스에서 스위치 2용으로 업그레이드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하며 왔는데, 누적 플레이 시간을 보니 480시간으로 찍혀있어 순간 멈칫했다.


KakaoTalk_20250702_153914580.jpg 젤다 야숨은 진짜 명작이다


나는 게임을 두 가지로 구분해 구매하고 플레이한다. 하나는 수집용 시리즈 물이고, 하나는 반응이 좋은 신작이다. 지금까지 내게 승인된(?) 수집용 시리즈 물은 드래곤퀘스트, 여신전생, 페르소나, 슈퍼로봇대전, 영웅전설(궤적 시리즈)이다. 반응이 좋은 신작의 경우에는 패키지로 타이틀을 구매하고 한 달 이내에 2회차를 클리어하고 소장할지 팔지를 결정(팔면 보통 리테일가의 70%는 확보한다)한다. 여기에 살아남은 최근 타이틀은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메타포 리판타지오 정도였다.



최근에 즐겨한 게임


1. 영웅전설 계의 궤적

궤적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계의 궤적은 사실 끝이 아니었다. 하늘의 궤적부터 이어온 시리즈물의 스토리가 엮이면서 나름 반전과 감동을 경험했는데, 역사가 긴 만큼 설정 충돌도 무지막지하게 컸다. 그래서인지 판매량도 저조하고 매니아층의 반발이 많았다고도 생각되지만 나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나는 콘솔 게임의 차별점이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그 스토리는 게임이라는 형태로 녹아있지만 나는 예술작품과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즉, 경험하는 사람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스토리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개인에게 감동과 여운을 주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궤적 시리즈의 반전이 어떻게 보면 FRAC의 세계관에 녹아 있다고도 생각한다.


Id2Hk6RJUKjAkMETuv1w0fpWYTG_GVTrSCr34ziO_QXP01tSeSdazUtRoyo4gdVveXPgNr-oQHOEXKqbTk8dPw.webp 계의 궤적


2. 메타포: 리판타지오

메타포: 리판타지오는 내가 즐겨했던 진 여신전생과 페르소나 시리즈의 ATLAS에서 출시했다. 진 여신전생은 딥다크한 신화적 접근이라면, 페르소나는 당시의 일본 문화를 융합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메타포는 조금은 색다른 세계관이었으나, 전투 스타일은 기존의 프레스 턴제를 유지하여 친숙했다. 특히 내가 깊은 감동을 받았던 것은 UI인데, 먼지처럼 부유하는 입자를 정말 자연스럽게 잘 표현한 것 같았다. 또한 ATLAS 특유의 디자인 감각들이 곳곳에 녹아있어 플레이하는 내내 시각적인 즐거움이 있었다. FRAC에서는 부유하는 입자를 구현하는데 영감을 받았다.


ss_6956a6d6ff1745101aa0cd4a8445ff2d19853bfa.jpg?quality=90&strip=all&crop=7.8125%2C0%2C84.375%2C100&w=2400 메타포: 리판타지오의 메인메뉴 디자인


3. HADES

하데스는 핵 앤 슬래시 게임으로 출시된 지는 꽤 됐다. 게임 불감증이 올 때마다 메타크리틱에 가서 90점 이상 게임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항상 상위권에 있는 것이 하데스였다. 속는 셈 치고 사서 해봤는데 역시 메타크리틱 90점 이상은 이유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하데스는 약 140시간 정도 했고 한 번에 20~30분 정도 되는 플레이 타임을 봤을 때 가볍게 스트레스 풀면서 하기에 적당하다. 나는 게임을 하면서 공략본을 보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타입인데, 하데스는 막히는 구간이 제법 있어서 공략 영상들을 참고하며 진행했다. 규칙과 원리를 파악하여 게임을 하는 재미도 있다는 점에서, FRAC에 규칙 기반의 문제 생성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게임과 FRAC

나는 내 연구 분야인 데이터 분석에서 도메인 지식을 가장 으뜸으로 친다. 해당 분야의 지식이 있어야 데이터를 보는 관점이 생기고, 그에 따라 합리적인 가설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도 게임을 정말 많이 하고 즐겼던 경험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광고가 난무하는 웹 게임은 질색이고, 모든 것에 과금과 가챠를 요구하는 온라인 게임은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서 일단 FRAC을 과금형 아이템이 없는 무료 게임으로 설정했다.


FRAC의 철학과 세계관을 설정할 때도 게임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나는 책도 잘 읽지 않고 영화도 즐겨 보지 않고, 예술적인 문화 활동도 안 한다. 그럼에도 자평이지만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은 게임을 통해 간접적인 문학적 소양이 쌓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2부에서는 FRAC 세계관 설정을 나의 게임 경험과 연결 지어 이야기하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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