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멘아탄 Aug 10. 2023

쿠팡은 왜 지구온난화에 앞장섰을까

사람들이 원하는건 그게 아닐텐데


주문하지도 않은 상품이 쿠팡에서 배송됐다.

열어보니 아내가 주문한 뷰티상품이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이게 뭐지? 했다.

자기가 주문한건데 왜 못알아봤을까?










아래처럼 아주 복잡스럽게 포장돼서 왔기 때문이다.

무려 ROCKET LUXURY 로켓 럭셔리 라는 이름으로.

럭셔리의 본질을 모르나..

자재비+인건비 포함 최소 1,000원은 넘을 것 같다. 그돈을 할인에 썼으면 어땠을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굳이 이렇게까지? 였다.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할때 시간을 들여 보는 앞에서 한땀한땀 포장을 해주는 그 만족감을 주고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쩌지, 이건 백화점이 아니라 쿠팡 아닌가?


쿠팡이 백화점 흉내를 내지 말란 법은 없지만,

그리고 언젠가 쿠팡도 백화점처럼 럭셔리한 느낌의 브랜딩을 해야할 때도 오겠지만,

이 방식은 진짜 너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고?







이건 쿠팡답지도,

그렇다고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만족감을 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쿠팡답다'는 건

① 빠른 배송에 온 힘을 기울이기 때문에

② 포장에 힘을 뺄 수밖에 없고

③ 그래서 포장(박스/비닐) 이 친환경적이며

④ 재활용하기에 편하다는 부분이다.

⑤ 심지어 쿠팡프레시 박스도 재활용 아니던가?



그런데 럭셔리 이름 하나 붙었다고 그 포장의 몇배를 들여 한다는게 '이 시국에 과연 맞는 방향인가?' 싶었던 거다.


여기서 이시국씨가 등장한건 이때문이다.


NASA의 과학자 Peter Kalmus는 '지금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고, 앞으로 극단적인 더위를 경험하게 될거다' 라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이젠 지구열대화..) 가 어디 하루이틀 문제게겠냐마는,

그리고 어디 과대포장만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겠냐마는,


비싼 돈 들여 할거면 제대로 하든가 (= 지구 걱정도 잊을만큼 만족감을 주든가)

아니면 아예 평소대로 '쿠팡답게' 하든가 했어야 했다.








혹은, 마켓컬리처럼 (이미지)포장 플레이를 아예 잘하든가

마켓컬리는 포장도 잘하지만
이미지 포장도 잘한다.







누구나 갖고싶고 소장하고 자랑하고싶은 진짜 명품같은 패키지를 만들든가

갖고싶다..





그렇게 못할거면 푸라닭처럼 재미라도 주든가 말이다.

푸라닭은 심지어 상표권 거절이 난 적 있지만 재미를 위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리스크를 안고가는 모양새다
출처 : 푸라닥 홈페이지








쿠팡은 이도저도 아닌 선택을 한 셈이다.


이건 비단 나 혼자만의 불만은 아니다.

블라인드의 이 글을 보면 정작 쿠팡직원도 불만을 가지고 있는 웃픈 상황이다.











그럼 이 포장이 어떻게 시장에 나오게 됐을까?


기획자의 시선에서 고찰을 해봤다.


1. 우선 기획(혹은 사업) 담당자는 이 포장을 (갑자기) 왜 해야할지 검토했을거고
2. 그 이유가 타당하다는 경영진의 판단 하에 업무진행결정 + 사업비 책정이 됐을거다.
3. 기획자는 가장 먼저 어떤 모습의 포장이 비용대비 가장 럭셔리한 만족감을 줄지 고민했을텐데, 2-3가지 안을 대략 머리속에 잡아놨을거다.
4. 백화점들을 돌아다니면서 포장서비스도 직접 받아보고, 다른 럭셔리플랫폼 배송도 여러번 받아보면서 어떤 형태로 오는지 벤치마킹했을 거다.
5. 쿠팡은 어느 포지셔닝으로 갈지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게" 고민했을건데,  
6. 그 과정에서 로켓럭셔리 패키지를 제공할 브랜드와 카테고리 그룹을 정의했을 거고
7. 포장할 상품에 따른 케이스 별 박스 사이즈 및 포장재를 정리했을거다.
8. 그리고 이 포장재를 생산/납품할 곳을 미리 컨택했을거다. (아마도 이미 쿠팡박스/비닐을 생산/납품하는 곳일 가능성↑)
9. 이와 동시에 컨셉안을 가지고 디자이너와 미팅을 해서 예상 아웃풋을 요구사항으로 전달했을거다.
10. 디자이너는 박스/파우치/포장지/안내종이의 모양, 크기, 색깔 등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11. ROCKET LUXURY 라는 이름과 로켓 모양의 로고, 그리고 coupang 이라는 글자까지. 금장을 할지 은장을 할지, 혹은 컬러를 넣을지 테스트했을텐데, 생각보다 큰 고민 안하고 '고급을 상징하는 블랙+골드' 계열로 확정 후 커스텀 가능한 기성품들 중 하나씩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12. 그리고 확정된 안으로 각 사이즈 별 포장재의 예측수량을 포장업체에 발주를 넣었을거다.
13. 주문이 들어오면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해당 상품을 포장해서 발송처리했을거다. (혹은 해당하는 상품은 미리 포장처리 해두고 물류센터에서는 취합/발송 처리만 했거나)
14. 구매자는 상품을 받아보고 나처럼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려고 했을텐데
15. 혹은 굳이 그럴것 까진 없어서 (= 백화점 포장도 아니고 쿠팡포장을 뭐하러 굳이?) 후다닥 분해한 후 재활용 쓰레기통에 넣었을거다.
16. 문제는 폐기과정이 녹록치 않았을거라는건데, 일단 박스는 두꺼워서 납작하게 만들기가 어렵고, 파우치는 재활용 소재가 아니라 쓰레기통 직행이며, 완충 포장재(기름종이?)는 애초에 종이로 재활용이 안된다.
17. 더 큰 문제는 구매자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못줬다는거다.
18. 쿠팡과 구매자 모두의 돈과 시간, 자원이 날아간 셈이다.



패착은 5번에 있다.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게' 의 기준에서 떨어진, 아주 애매모호한 이도저도 아닌 패키징을 완성해냈다.


그리고 그 결과가 15번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명품을 샀다 한들 굳이 쿠팡의 패키지를 인스타에 올릴까?' 생각해보면 십중팔구 No일거다. 백화점 가서 직접 사온 패키지를 올리지 누가 ROCKET LUXURY 라는 패키지를 올리겠는가. 이름은 럭셔리이지만 그 앞에 로켓이 들어간 순간, 럭셔리의 이미지도 저 멀리 날아가버린 셈이다.










결국 평소라면 받았을 패키지(빨간색점선), 그리고 실제로 필요한 최소단위 패키지(노란색점선) 를 과도하게 넘는 재활용도 안되는(or 어려운) 쓰레기를 양산했다.

그리고 회사의 리소스 낭비 뿐 아니라 구매자의 리소스까지 낭비했다.

쿠팡이든 누구든 선을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표현이 과한가 싶지만, 할말은 해야겠다.

언젠가 담당자가 본다면 개선하겠지.


어디 글로벌을 지향하는 물류혁신 쇼핑플랫폼이 이런식으로 돈낭비 + 자원낭비 + 인력낭비 + 만족감하락 을 패키지로 제공하는지.. 헤비유저로서 아쉬울 따름이다.


예전 글에서 쿠팡이츠의 얌생이 플레이를 지적한 내용이 실제 시정된 바 있어서 이전에도 조금 희망을 가져본다.

※ 그리고 쿠팡에 개인적으로 악감정은 없다. 오히려 헤비유저라서 애정을 갖고 남기는 피드백임을 밝힌다.








#에필로그


윤아의 예쁜 얼굴이 무색하다


받았을 때 경험이 다른의미로 특별하긴 했다








고급스러움은 이름에 LUXURY 가 붙는다고 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명분 있는 스토리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거기에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감각이 더해져야 한다.

블랙에 골드를 조합한다고 생전 없던 고급스러움이 생기는게 아니란 의미다.


그리고 그걸 잘하지 못할거라면 무의미한 자원낭비라도 막아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시국에 폐는 끼치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로켓 럭셔리가 다음 버전엔 조금은 나아지길 바래본다.






작가의 이전글 PPT 색상 테마 + 템플릿 모음 #1 BEAC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